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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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파트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저서입니다.
부끄럽게도 한국의 학자들보다 프랑스의 소장 지리학자가 사회 경제지리적 관점에서 먼저 한국의 아파트에 대한 연구서를 낸 것이지요.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것은 2007년이고 프랑스에서 원저가 나온 것이 2003년이지만 이 책은 아직도 한국 아파트에 대해 유효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비록 연구시기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이지만 이 책에서 예측한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 문제는 지금 서울의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명시적으로 이야기 한적 없으나 저자는 한국의 아파트가 전통적 주거환경을 대체하게 된 이유가 바로 권위주의 정부의 압축성장정책의 결과물임을 적시했습니다.

권위주의 정부는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는 도시 상부 중산층을 위해 아파트라는 주거를 제공함으로써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고 정권의 동조자로 만들었습니다.

즉 아파트로 인해 부를 축적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아파트의 가격이 과다하게 부풀려진 상황을 지속할 수 있게 떠받치고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아파트로 인한 중산층과 중산층 이하의 공간의 분리는 사회계층의 이질감을 고착시키고 위화감을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원래 살았던 원주민들은 아파트의 재개발로 인해 살곳을 떠나고 그보다 상층의 아주민들이 새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되면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 책은 현재 재개발이 완료된 마포지역의 재개발 초기를 다루고 있고 따라서 신공덕동에 한국전쟁 이후 생겨났던 달동네들이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건설사들의 재개발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여러 자료들과 인터뷰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2000년대 초반 쓰여진 프랑스 학자의 책에서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씁쓸하고 한편으로 한국의 재개발의 ‘반문화적 ‘ 특성이 30여년이 지난 후에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 하는 것이라 참담했습니다.

아 프랑스 학자는 책에서 분명히 한국의 아파트 개발이 군사주의적이며 반문화적인 작업이었음을 명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서울의 아파트 재개발이 오직 ‘돈의가치’로만 환산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건설 산업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큰 나라입니다. 제가 알기로 전체 산업의 비중에서 약 40%가 건설업에 치중되어 있고 건설업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하청시스템하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건축현장의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수많은 인명사고가 나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은 체 돈만 보고 재개발을 하거나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업자들이 하청업체 인부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리 만무합니다. 이것들은 서로 얽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동네의 환경, 주변 공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저 자신도 아파트에서 산지 20년 정도 되었는데도 아파트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처럼 아파트를 생각하면 시세부터 생각하고 아파트란 그저 거래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온 탓입니다. 거기다 아파트에 대해 접하는 책이란 대부분 ‘아파트 투자’에 대한 것 내지는 부동산 계약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지 아파트라는 ‘생활공간’, ‘사회적 공간’에 대한 책은 정말 얼마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아파트에 대한 거의 최초의 인문적 접근이라고 생각되는 이 책을 보면서 아파트 이외에 다른 생활공간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져야갰다는 생각이 더 들었고, 최근 아파트가 아닌 생활공간을 마련해 보려고 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건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부분 같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한국에서의 ‘아파트 안에서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아파트는 어떤 공간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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