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MIDNIGHT 세트로 만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제목만 알고 있었지 읽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뭔가 화려한 변신을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갑충으로 변해버린 주인공! 거기다 결말은 더없이 충격적이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 유대계 독일 작가로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라고 한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변신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딱 이랬는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의 모습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다. 갑충으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그는 어떻게 해서든 회사에 출근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가족들로 인해 자꾸만 이불 속으로 소파 밑으로 숨기 바빴다. 부모님이 계셨지만 여동생까지 책임지는 가장이었던 그레고르는 갑충으로 변해 이제 일도 나가지 못하고 방에만 박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이면 출근을 하던 그가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출근도 하지 않아 직장 지배인이 그레고르를 찾아오며 그가 갑충으로 변한 걸 알게 된다. 징그럽다며 마주하려 하지 않는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이 먹을 것을 챙겨주며 그를 보살폈다. (사실 보살폈다는 표현이 맞을까 싶다.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을 넣어줬을 뿐이니까.) 평범하게 살아갔다면 동생의 학업에도 계속 보탬을 줬을 그레고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점점 그에게 관심이 사라져가던 가족, 급기야 아버지는 그에게 사과를 던졌고 등에 박힌 사과와 잘 먹지 못한 나머지 말라죽고 말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부모가 자식을 귀찮아하고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은 또 생소했던 터라, 거기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던 주인공이 갑충인 상태로 죽어버려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작가는 <변신>을 통해서 힘든 상황이 길어지면 자신이 받았던 고마웠던 일은 까마득히 잊고 지금 현재만 바라보게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맴돌며 갑충으로 변한 아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의 모습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