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NOON 세트로 만나는 아서 코넌 도일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셜록 홈스'를 창조한 거장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을 제대로 만난 것 이번이 처음이다. 셜록 홈스는 워낙 유명하지만 어렸을 적 추리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읽어봐야겠단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기회가 된다면 하나씩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는 '보헤미아 스캔들', '빨강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장편 추리소설 읽기 부담스러운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가볍게 들고 다니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보헤미아 스캔들'은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첫 번째 단편소설이며 여성이나 성적인 관계에 대한 언급이 희소한 홈스 시리즈에서 이채를 발하는 작품으로 코넌 도일이 스스로 뽑은 12편 중 5위를 차지한 작품이라고 한다. 외국 공주와 결혼을 앞둔 보헤미아의 대공이라는 남자가 홈스를 찾아온다. 정표로 주었던 사진이 문제가 될 것 같아 되찾아 오려는 것인데 그 문제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이가 아이린 애들러다. 하지만 이 여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홈스가 '그 여자'라 칭하며 경애를 표하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빨강 머리 연맹'은 전당포 주인이 점원의 권유로 빨강 머리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베껴 쓰기만 하면 되는데 보수가 너무 좋다. 그런데 8주 후 일을 의뢰한 연맹 사무실 문은 잠겼고 빨강 머리 연맹이 해체되었다는 문구를 확인한다. 궁금한 마음에 홈스를 찾아가 의뢰를 하는데 숨겨진 내막이 거대했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표제작이면서 홈스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으로 남는다. 존 오펀쇼라는 남자가 찾아와 'KKK'라는 이니셜이 적힌,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든 의문의 편지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남북 전쟁 당시 남군에서 복무했던 오펀쇼는 영국 시골의 영지에서 은거 중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든 봉투를 받았고 KKK라는 서명을 확인한 후 '이건 죽음'이라며 공포에 질린다. 며칠 후 오펀쇼는 시체로 발견되었고 유산을 물려받은 존의 아버지 앞으로 또다시 동일한 편지가 배달되고 3일 후 시체로 발견된다. 존 역시 편지를 받았고 홈스에게 의뢰를 했지만 결국 시체로 발견되고 마는데...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사건을 정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홈스를 보며 왜 그토록 셜록 홈스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마지막 사건은 비록 의뢰인을 지키지 못했고 사건도 시원하게 해결하진 못했지만 오렌지 씨앗의 근원지는 밝혀 냈으니 언젠가 마무리될 날이 올까? 얼마나 똑똑해야 아리송하던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던 '셜록 홈스'와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