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읽기 시작. 중반을 넘어가니까 흥미진진하네. 주인공의 독백이 너무 와닿는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우리가 알게 되는 것보다 모르게 되는 것이 더 많아지지. 상대적으로 점점 아는 게 적어지는 거고, 그늘진 곳이 점점 넓어지게 되지. 비록 환한 곳이 더 많아지더라도, 언저나 그늘진 곳은 그보디 더 많아진다는 거야.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말이고, 멋진 말이다) - P114

"고통이 두려움과 너무도 비슷한 감정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내게 말해준 적이 없었다." - P115

"한 가지만 말할께. 혹시 비밀이 생기거나 이미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말하지 말거라" - P120

부모는 자녀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들에 대해 침묵하는데 익숙하다. 즉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침묵하거나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 P149

젊은 시절의 우리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청춘은 사라져 버리고, 우리의 청춘은 비밀이 된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너무 멋진 문장이다) - P150

연인들에겐 자신들의 만남이 언제나 너무 늦어 보인다. 마치 그들에게 열정의 시간이 매우 적절하게 주어진 것은 결코 아니거나 충분히 길게 주어진 것도 결코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 P176

"이제는 말해서는 안되는 것일 거야. 말할 시기가 지나버렸을 거라고. 모든 것은 적절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야. 만일 적절한 기회를 놓친다면 차라리 영원히 침묵해버리는게 나을 때도 있어"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침묵해야 한다) - P180

일생동안, 혹은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때로는 원하지도 혹은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이야기되지 않고 그냥 지나갈까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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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과 형제(?)같아 보이는 이책. 플친님이 비슷하다는 글을 보고 구매. 원래 절판인데 알라딘 우주점 구경갔다가 구매. 시작부터 강렬하다.




그 어떤 것도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함께 있었던 순간이라도 함께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일 수도, 수화기를 들었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일 수도, 상대에게 응답을 했더라도 침묵한 것과 마친가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복되지 않으면 없는것과 마찬가지이다) - P40

때때로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모든 일은 중단되기 마련이고, 지속되지도 않고 유지되지도 않고 영원히 기억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 P41

아무리 지울 수 없는 것이라도 유효기간이 있다.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거나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에는 끝.  유효기간이 있다. 없는것도 있을거라 믿지만) - P40

흔히 온 세상은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타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로인해, 단지 자기 자신을 잊고 과거를 묻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존재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게 된다. - P52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혹 지나친 결례가 아니라면, 당신이 연애할 때 혹시 누군가에게 사랑을 강요한 적은 없었나요?"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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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4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점에서 보석을 건지셨네요
하비에르 심리묘사에 달인 입니돵!

새파랑 2021-05-24 06:23   좋아요 1 | URL
요즘 운이 좋네요 ^^ 스콧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집중해서 읽어야 겠어요~!!

Falstaff 2021-05-24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 첫 장면부터 쩔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저 뒤로 가면 또 가무잡잡한 쿠바 여자의 이런 대사.
˝자기, 자기 마누라를 죽여. 아니면 나를 죽이든지.˝
당연히 정확한 인용은 아니지만요.
불륜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나요!! 저지를 용기가 없어서 그런가봐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5-24 09:56   좋아요 2 | URL
앗 거의 비슷한 문장이에요 ㅋ 이제 3분의1 읽었는데 폴스타프님이 쩔었다고 하시니 기대되네요^^

페크pek0501 2021-05-24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에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이 위안을 주네요. 자존심 상했던 과거의 어떤 사건도 언젠가는 잊혀진다는 말로 해석하니 그래요. 없던 일이 되는 거죠.
한마디로 헷갈리게 하는 책이네요. 끌리는 책이네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새파랑 2021-05-24 11:40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혀지겠죠? 그래도 전 좋은것들은 유효기간이 없었으면 좋겠는데~사랑이나 열정 같은 것들? ㅎㅎ 이 책 품절이더라구요 ㅜㅜ 제가 잘 읽어보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5-24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야~~~ 새파랑님은 플친들 추천도서를 야금야금 섭식 중. 비만이 염려됩니다^^;;

새파랑 2021-05-24 23:02   좋아요 0 | URL
책장이 터질거 같아요 ㅜㅜ 근데 역시 추천도서가 재미있네요 ^^

서니데이 2021-05-25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보고, 잘 모르는 책인데 하면서도 츠바이크의 초초한 마음이 생각났어요.
잘 모르지만, 같은 작가의 책인가? 하고요.
하지만 다른 작가의 책이었네요.
새파랑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새파랑 2021-05-25 06:55   좋아요 1 | URL
같은 출판사의 비슷한 색상에 마음을 다룬 책이어서 저도 비슷해보이네요 ^^읽다가 늦게 자버렸네요 ㅎㅎ

han22598 2021-05-25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이 책에 대한 열정...대단하십니다!! 관심있는 책은 많지만 다 읽어내지 못할 거라는 마음에 저는 조용히 말없이 포기하는데 ㅠㅠ 그래도 이 책은 장바구니에 넣어두겠습니다 ^^ 앗 절판 ㅠ

새파랑 2021-05-25 06:57   좋아요 0 | URL
욕심만 많고 못따라 가고 있어요 ㅋ 절판인게 아쉬운 책 입니다 ^^ 도서관에는 있지 않을까요? 앗 미국에는 없을수도 있겠군요 ㅜㅜ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 지음, 류재화 옮김 / 밤의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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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로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무언가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큰 힘이 될꺼라고 생각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는 ‘유제프 차프스키‘가 쓴 책으로, 그가 정말 좋아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1939년에서 40년 까지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폴란드 장교들은 ‘무너지지 않기‘위해 스스로 지적 노동을 하여야 했다.  그 이유는 그들을 잠식하는 쇠약과 불안을 극복하고 뇌에 녹이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

당시 폴란드 장교 중 한명이었던 ‘유제브 차프스키‘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회화 및 프랑스 문학을 강의하기로 했었고, 그가  선택한 주제가 바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였고, 이 책을 그 강의안을 옮겨놓은 책이다.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으면서, 아무런 책도 없이 본인의 기억으로만 이러한 강의내용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차프스키‘의 <잃.시.찾>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없었다면 이정도의 글쓰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만 책과 거의 유사한 문장을 썼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읽었으면, 얼마나 좋아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폴란드 장교들이 취한 행동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단지 ‘프루스트‘와 <잃시찾>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나를 지키려고 하는 ‘차프스키‘의 강의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의 ‘공감‘을 자아낸다.

참고로 이 책은 ‘치프킨‘의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바덴바덴‘이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헌시 라면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는 프루스트에 대한 헌시라고 할까?

책을 읽다보면 ‘차프스키‘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잃시찾>을 비교하는 내용이 몇번 나온다. 프루스트가 톨스토이보다 묘사력이 더 뛰어나다는 뉘앙스로 글이 쓰여져 있는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묘사가 장난이 아닌데 더 뛰어나다니!  뭔가 읽어본 작품과 비교하니까 이해가 확 왔다.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잃시찾>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한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해준 책인데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나도 곧 1권을 읽어야 겠다.
(왠지 많이 어려울 거 같긴 하지만 등대로도 읽었는데 가능하지 않을까?  ㅎㅎ)

나에게도 ‘유제프 차프스키‘ 처럼 내가 힘들고 지쳤을때,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근데 전부 얕은 지식과 미약한 애정만 있고, 정말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건 없다는 걸 느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찾고 내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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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5-23 18: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소중하고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자 시간이에요. 주말이 딱 나만을 위한 소중한 시간인데, 벌써 일요일이 저물어가네요. ^^;;

새파랑 2021-05-23 18:18   좋아요 5 | URL
아 그래도 아직 5시간이 남아있습니다 ^^ 남이있는 시간도 사이러스님을 위한 좋은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05-23 18: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교부들이나 유대인들은 성경을 암송하고 글자수까지 알고 있었다고 해요.
박해때의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암송하고 있던 것도 그들이 그 시기를 견디는데 큰 힘을 주었다고 알고 있어요.
문자로 이루어진 내용을 암송하고 소화시키고 되새기고 묵상하는 행위와 진정한 독서행위를 연결시킨 글을 읽어본 기억이 나네요.
여기에 알러지의 의미까지 나가는 강의도 들었어요.
이 책 리뷰를 볼때마다 자꾸 그 내용이 연상되네요
책은 사놓고 아직 못읽고 있어요
받아보고
이 얇은 책에 그 깊은 의미가 있을까 했습니다^^

새파랑 2021-05-23 18:21   좋아요 4 | URL
종교적으로도 그런 비슷한 전통이 있었군요. 정말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는 믿음? 같은게 큰 힘이 될거 같아요. 책이 얇은데 각주에 있는 내용이 정말 좋더라구요. 프루스트 책 요약본 읽는 기분도 들고^^ 좋습니다~!!

그레이스 2021-05-23 18:37   좋아요 4 | URL
책먹기라고 해석하더라구요!
그래서 새로운것이 들어가서 소화되면서 알러지를 겪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더라구요
라깡의 강의 였던것 같아요
이 책과는 상관없는 내용인것 같긴한데, 삶을 바꾸고 지탱하게 하는 지식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미미 2021-05-23 18: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울프를 읽어 내셨으니 프루스트 문제 없다고 믿어요👍👍^^* 새파랑님 인생책중 한 권 되지 않을까 점쳐봅니다ㅋㅋㅋ(10권 한권 읽고 감동받은 사람)

새파랑 2021-05-23 18:42   좋아요 5 | URL
인생책으로 추천해주신다면 당연히 읽어야죠 ^^ <새하얀마음> 읽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읽겠습니다. 전 미미님과 반대로 1권부터 시작~! ㅎㅎ

페넬로페 2021-05-23 2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읽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어질것 같아요.
새파랑님께서 저와 같이 이 책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으셔서 기분 좋습니다^^
좋아하는것에 집중한다는 것에 절대 공감합니다**
잃 사 찾~~
곧 읽으신다고요?
역시~~

새파랑 2021-05-23 22:04   좋아요 5 | URL
이 책 페넬로페님이랑 스콧님 리뷰보고 읽었어요 ㅎㅎ 프루스트를 읽고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구요 ^^ 일단 예전에 사놓은 1권 찾았습니다 ~!!

scott 2021-05-24 00:58   좋아요 4 | URL
동감 합니다! 페넬로페님!
이책은 잃시찾 페이지 찾아가며 해석본처럼 읽는 사람도 요기!ㅎㅎ

새파랑님
올해 완독 작가 리스트에
마르셀옹도! ^ㅎ^

새파랑 2021-05-24 06:25   좋아요 2 | URL
^^ 그건 힘들거 같은데 ㅋ 요즘 읽고 싶은 책이 넘쳐 나네요 ~!!

붕붕툐툐 2021-05-24 00: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독서 진도가 쭉쭉 나가시는 거 정말 부럽습니다~ 5월은 단연 새파랑님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

scott 2021-05-24 00:59   좋아요 4 | URL
아닙니다 툐툐님
내년에 달인! 서재 달인으로 !

새파랑 2021-05-24 06:28   좋아요 3 | URL
저 이번달은 저번달보다 적게 읽고 있어요 ㅜㅜ 아직 5월이 남았으니 부지런히 읽으려고 합니다 ~!

희선 2021-05-24 01: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유제프 차프스키는 정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좋아했군요 책도 없이 강의를 하다니... 여러 번 읽고 깊이 읽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책이든 뭐든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게 하나는 아니고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예전 사람은 잘 외웠던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구절을 거의 외우는 사람도 있군요 그런 사람도 책속에서 봤네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이제 새파랑 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나시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1-05-24 06:31   좋아요 5 | URL
무언가를 좋아한다는건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일단 가방안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을 넣었습니다^^ 곧 읽을수 있을거 같아요~!

mini74 2021-05-24 1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숨그네의 주인공은 깨끗하고 순수한 손수건 한 장을 가슴에 품고 죽음의 수용소에선 면도를 하던게 생각나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가지고 무너지지 않기 ~ 이 책 맘에 드는데요 ㅎㅎ

새파랑 2021-05-24 13:40   좋아요 3 | URL
이책 미니님 하고 잘 맞을거 같아요~!! 얇아서 금방금방 읽을수 있어요^^
 

포로수용소에서 무너지지 않기 쓴 프루스트에 대한 강연. 프루스트에 대한 유제프 차프시키의 애정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면 아무도 사랑하지않게 돼" - P53

대하의 흐름이란 이런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흐름 자체를 가르킨다. 프루스트의 독자가 되어 일견 모노톤의 흐름 같은 글 속으로 들어가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인물들에, 다시 말해 그들의 삶이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런글을 보니 정말 프루스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 - P68

당시에는 짧고 압축적인 스타일의 문장이 주류였는데, 그의 문장은 혁명적이라 할 만큼 길고 심지어 어떤 것은 한 페이지 반 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글을 보면 읽기가 두려워 지기도 한다 ㅎㅎ) - P70

스완은 이 두 감정을 연결한다. 지금 자신은 서로에게 무심한 채로 앉아 있는 사교계 물에 섞여 바이올라 연주를 듣고 있근데, 너무나 행복했던 과거가 너무나 구체적으로 떠올라 가슴이 찢어지는 것같이 고통스럽다. 당장 도망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는 잃어버린 행복을 영원히 되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니 완전 멋있는 문장이다) - P90

"이자는 대저택의 하인이면서 귀족가문의 대표자나 다름없어.  이런 주소지에 사는 자가 갖게 마련인 반사 행동을 보이니까"

(귀족도 왕 앞에선 하인일 뿐이지) - P101

그래서 마지막 권인 <되찾은 시간>은 기쁨의 눈물들로 뒤범벅되어 있으며, 이는 단 한 알의 소중한 진주를 사기 위해 전 재산을 팔아치운 사람이 부르는 승전가다. - P112

"평생 아첨과 찬미를 받던 이 여인은 이제는 누더기처럼 나약한 사람이 되어 연미복과 화장과 장식으로 넘쳐나는 이 맹렬한 세계를 겁에 질러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이 여인에게 호감을 느꼈다" - P115

"베르고트리는 육신은 묻혔다. 그러나 장례식 날 밤이 깊도록 책방의 환한 진열창에, 그 저서가 세 권씩 늘여 놓여 날개를 펼친 천사처럼 밤샘하고 있는 게, 이제 이승에 없는 이를 위한 부활의 상징인 듯 싶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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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2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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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런 생각 중 아주 아주 일부만이 말로 나오게 되는데, 그 말 역시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오히려 생각과 다른 말을 할때도 대단히 많다.

예를 들어 상급자한테 혼날때도 머리속으로는 온갖 핑계와 욕을 하면서도,  혹은 아무 상관없는 점심 메뉴를 고민하면서도, 혹은 아무생각도 없으면서, 말로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고 하는 경우를 들수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쓴다면 오히려 더 많이, 더 깊이,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상대방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글에 진실한 마음이 담긴다면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버지니아 울프‘ 의 <등대로>는 그녀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아주 많은 생각들을 진심을 담아 써내려간 작품이다. 특히 그녀의 가족과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소재로 한 자전적 소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언뜻 보면 간단하다.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을 배경으로, <창문>, <세월이 가다>, <등대>  등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인 ‘창문‘은 이 책의 핵심인물인 ˝램지 부인˝의 의식의 흐름을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램지˝와 8명의 자녀, 그리고 초대 손님들의 해변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특별한 사건은 없다. 단지 ‘등대‘를 가보고 싶어하는 그녀와 그녀의 아들 ˝제임스˝, 반면 내일 날씨가 좋지 않을거라고 초를 치는 ˝램지˝의 이야기가 그냐마 의식의 흐름의 중심에 있다.

2부인 ‘세월이 가다‘는 1부와 3부를 잇는 징검다리의 장으로, 10년의 세월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이 사라지고, 소중한 사람들 중 일부는 소멸하며, 스카이섬의 램지 가족의 별장은 황폐하게 방치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 남아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다시 스카이섬으로 모이게 된다.

3부인 ‘등대‘는 ˝램지 부인˝의 죽음 이후를 다룬 이야기로, ˝램지˝와 ˝릴리˝의 의식의 흐름을 중심으르 이야기가 그려진다. ˝램지˝는 자녀인 ˝제임스˝와 ˝캠˝과 함께 배를 타고 등대를 방문하고, 이를 통해 ˝램지 부인˝을 추억하면서, 잘못된 과거를 극복하려고 한다. ˝릴리˝는 1부에서 완성하지 못한 ˝램지 부인˝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추억하고 그녀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그녀의 그림을 완성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해설을 보니 1부의 주인공인 ˝램지 부인˝은 그녀의 어머니를, 3부의 주인공인 ˝램지˝는 그녀의 아버지를, ˝릴리˝는 그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그녀는 과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1부의 주인공 ˝램지 부인˝ 의식의 흐름을 표현한 문장을 보면, 도대체 사람이 저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한가지 대상이 아닌, 다양한 대상에 대한 쉴새없는 생각은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근데 그렇게 많고 복잡한 생각을 했음에도 ˝램지 부인˝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아주 간단한 말 또는 생각과는 다른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녀가 표현하는 현실의 말 역시 실제 우리가 표현하는 말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는 이 책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읽다 보니 갑자기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는 ˝램지부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생각들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묘사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고, 이건 누구생각인지 햇갈리기도 하고, 이 그림은 도대체 무엇을 그리는 건지 이해가 안되기도 했다. 다 나의 독해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지만.

근데 읽다보면 ‘버지니아 울프‘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책을 놓을수 없었다. 한번 읽고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이래서 명작이라고 하는건가. 쉽게 읽은 책은 쉽게 잊혀지지만, 어렵게 읽은 책은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은가.

<등대로>는 꼭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읽어서, 그녀의 의식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해보고 싶다.

(어제 다 읽었으나 이제야 쓰는 리뷰 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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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2 2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울프도 프루스트의 글도 곱씹는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등대로>는 아직 사두기만 한 상태지만 믿고보는 울프~^^♡

새파랑 2021-05-22 23:12   좋아요 3 | URL
와~! 꼽씹는 맛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저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데 적절한 문장이 생각나지 않더라구요 ㅜㅜ 이해안된 문장이랑 장면을 다시 읽고 감탄했던 순간이 여러번 입니다. 전 <올랜도> 보다는 이 책이 더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5-22 2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는 책에 대한 리뷰를 너무 잘쓰시는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잘 정리해 놓으셨는지~
저는 아직 정리가 안되어 리뷰 못쓰고 있어요 두번이나 읽었는데요^^
한 번더 읽으려고 해요**

새파랑 2021-05-22 23:24   좋아요 3 | URL
이 책이 어떤 이야기인 줄은 알겠는데, 글로 쓰려니 못쓰겠더라구요. 역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건 정말 함든거 같아요 ㅜㅜ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가 대단한 거 같아요. 어떻게 그런 의식을 문장으로 잘 표현할 수가 있는지 ㅎㅎ (저는 리뷰 쓰다가 포기하고 그냥 올린거에요 ㅜㅜ) 그래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희선 2021-05-22 2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의식의 흐름 어려울 것 같아서 버지니아 울프 책은 거의 안 보기도 했는데, 요새 여기에서 여러 분이 보는 거 보니 괜찮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만든 이야기에 빠져들다니 부럽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1-05-22 23:51   좋아요 3 | URL
저도 북플에서 보고 읽은 거에요 ㅎㅎ 희선님은 책 많이 읽으셔서 저보다는 쉽게 읽으시고, 재미있게 빠져드실거 같아요 ^^

scott 2021-05-23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등대로를 첫번에 읽고 빠져 들었다는건 새파랑님 대단 합니다.
전 올랜도부터 시작했지만 등대로는 돌고 돌아 맨 마지막에 읽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읽을때 마다 새로움으로 ㅎㅎㅎ
이미 독서계에 AI라는 걸 인증 하신 것임! ^ㅅ^




새파랑 2021-05-23 01:10   좋아요 2 | URL
빠져들긴 했는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 입니다ㅡㅡ 그래도 AI께서 칭찬해 주시니 너무 기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