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 지음, 류재화 옮김 / 밤의책 / 2021년 1월
평점 :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로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무언가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큰 힘이 될꺼라고 생각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는 ‘유제프 차프스키‘가 쓴 책으로, 그가 정말 좋아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1939년에서 40년 까지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폴란드 장교들은 ‘무너지지 않기‘위해 스스로 지적 노동을 하여야 했다. 그 이유는 그들을 잠식하는 쇠약과 불안을 극복하고 뇌에 녹이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
당시 폴란드 장교 중 한명이었던 ‘유제브 차프스키‘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회화 및 프랑스 문학을 강의하기로 했었고, 그가 선택한 주제가 바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였고, 이 책을 그 강의안을 옮겨놓은 책이다.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으면서, 아무런 책도 없이 본인의 기억으로만 이러한 강의내용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차프스키‘의 <잃.시.찾>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없었다면 이정도의 글쓰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만 책과 거의 유사한 문장을 썼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읽었으면, 얼마나 좋아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폴란드 장교들이 취한 행동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단지 ‘프루스트‘와 <잃시찾>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나를 지키려고 하는 ‘차프스키‘의 강의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의 ‘공감‘을 자아낸다.
참고로 이 책은 ‘치프킨‘의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바덴바덴‘이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헌시 라면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는 프루스트에 대한 헌시라고 할까?
책을 읽다보면 ‘차프스키‘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잃시찾>을 비교하는 내용이 몇번 나온다. 프루스트가 톨스토이보다 묘사력이 더 뛰어나다는 뉘앙스로 글이 쓰여져 있는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묘사가 장난이 아닌데 더 뛰어나다니! 뭔가 읽어본 작품과 비교하니까 이해가 확 왔다.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잃시찾>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한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해준 책인데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나도 곧 1권을 읽어야 겠다.
(왠지 많이 어려울 거 같긴 하지만 등대로도 읽었는데 가능하지 않을까? ㅎㅎ)
나에게도 ‘유제프 차프스키‘ 처럼 내가 힘들고 지쳤을때,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근데 전부 얕은 지식과 미약한 애정만 있고, 정말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건 없다는 걸 느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찾고 내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