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2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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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런 생각 중 아주 아주 일부만이 말로 나오게 되는데, 그 말 역시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오히려 생각과 다른 말을 할때도 대단히 많다.

예를 들어 상급자한테 혼날때도 머리속으로는 온갖 핑계와 욕을 하면서도,  혹은 아무 상관없는 점심 메뉴를 고민하면서도, 혹은 아무생각도 없으면서, 말로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고 하는 경우를 들수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쓴다면 오히려 더 많이, 더 깊이,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상대방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글에 진실한 마음이 담긴다면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버지니아 울프‘ 의 <등대로>는 그녀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아주 많은 생각들을 진심을 담아 써내려간 작품이다. 특히 그녀의 가족과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소재로 한 자전적 소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언뜻 보면 간단하다.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을 배경으로, <창문>, <세월이 가다>, <등대>  등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인 ‘창문‘은 이 책의 핵심인물인 ˝램지 부인˝의 의식의 흐름을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램지˝와 8명의 자녀, 그리고 초대 손님들의 해변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특별한 사건은 없다. 단지 ‘등대‘를 가보고 싶어하는 그녀와 그녀의 아들 ˝제임스˝, 반면 내일 날씨가 좋지 않을거라고 초를 치는 ˝램지˝의 이야기가 그냐마 의식의 흐름의 중심에 있다.

2부인 ‘세월이 가다‘는 1부와 3부를 잇는 징검다리의 장으로, 10년의 세월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이 사라지고, 소중한 사람들 중 일부는 소멸하며, 스카이섬의 램지 가족의 별장은 황폐하게 방치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 남아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다시 스카이섬으로 모이게 된다.

3부인 ‘등대‘는 ˝램지 부인˝의 죽음 이후를 다룬 이야기로, ˝램지˝와 ˝릴리˝의 의식의 흐름을 중심으르 이야기가 그려진다. ˝램지˝는 자녀인 ˝제임스˝와 ˝캠˝과 함께 배를 타고 등대를 방문하고, 이를 통해 ˝램지 부인˝을 추억하면서, 잘못된 과거를 극복하려고 한다. ˝릴리˝는 1부에서 완성하지 못한 ˝램지 부인˝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추억하고 그녀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그녀의 그림을 완성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해설을 보니 1부의 주인공인 ˝램지 부인˝은 그녀의 어머니를, 3부의 주인공인 ˝램지˝는 그녀의 아버지를, ˝릴리˝는 그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그녀는 과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1부의 주인공 ˝램지 부인˝ 의식의 흐름을 표현한 문장을 보면, 도대체 사람이 저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한가지 대상이 아닌, 다양한 대상에 대한 쉴새없는 생각은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근데 그렇게 많고 복잡한 생각을 했음에도 ˝램지 부인˝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아주 간단한 말 또는 생각과는 다른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녀가 표현하는 현실의 말 역시 실제 우리가 표현하는 말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는 이 책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읽다 보니 갑자기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는 ˝램지부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생각들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묘사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고, 이건 누구생각인지 햇갈리기도 하고, 이 그림은 도대체 무엇을 그리는 건지 이해가 안되기도 했다. 다 나의 독해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지만.

근데 읽다보면 ‘버지니아 울프‘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책을 놓을수 없었다. 한번 읽고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이래서 명작이라고 하는건가. 쉽게 읽은 책은 쉽게 잊혀지지만, 어렵게 읽은 책은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은가.

<등대로>는 꼭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읽어서, 그녀의 의식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해보고 싶다.

(어제 다 읽었으나 이제야 쓰는 리뷰 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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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22 2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울프도 프루스트의 글도 곱씹는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등대로>는 아직 사두기만 한 상태지만 믿고보는 울프~^^♡

새파랑 2021-05-22 23:12   좋아요 3 | URL
와~! 꼽씹는 맛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저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데 적절한 문장이 생각나지 않더라구요 ㅜㅜ 이해안된 문장이랑 장면을 다시 읽고 감탄했던 순간이 여러번 입니다. 전 <올랜도> 보다는 이 책이 더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5-22 2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는 책에 대한 리뷰를 너무 잘쓰시는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잘 정리해 놓으셨는지~
저는 아직 정리가 안되어 리뷰 못쓰고 있어요 두번이나 읽었는데요^^
한 번더 읽으려고 해요**

새파랑 2021-05-22 23:24   좋아요 3 | URL
이 책이 어떤 이야기인 줄은 알겠는데, 글로 쓰려니 못쓰겠더라구요. 역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건 정말 함든거 같아요 ㅜㅜ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가 대단한 거 같아요. 어떻게 그런 의식을 문장으로 잘 표현할 수가 있는지 ㅎㅎ (저는 리뷰 쓰다가 포기하고 그냥 올린거에요 ㅜㅜ) 그래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희선 2021-05-22 2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의식의 흐름 어려울 것 같아서 버지니아 울프 책은 거의 안 보기도 했는데, 요새 여기에서 여러 분이 보는 거 보니 괜찮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만든 이야기에 빠져들다니 부럽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1-05-22 23:51   좋아요 3 | URL
저도 북플에서 보고 읽은 거에요 ㅎㅎ 희선님은 책 많이 읽으셔서 저보다는 쉽게 읽으시고, 재미있게 빠져드실거 같아요 ^^

scott 2021-05-23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등대로를 첫번에 읽고 빠져 들었다는건 새파랑님 대단 합니다.
전 올랜도부터 시작했지만 등대로는 돌고 돌아 맨 마지막에 읽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읽을때 마다 새로움으로 ㅎㅎㅎ
이미 독서계에 AI라는 걸 인증 하신 것임! ^ㅅ^




새파랑 2021-05-23 01:10   좋아요 2 | URL
빠져들긴 했는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 입니다ㅡㅡ 그래도 AI께서 칭찬해 주시니 너무 기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