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또츠카 네즈바노바‘는 내가 읽은 도선생님의 여덟번째 작품이다. 올해 도선생님의 국내 출판 작품 수집 및 완독이 목표인데, 아직 많이 남아서 좀 더 분발해야 겠다.
(읽은책 : 죄와벌, 카라마죠프, 지하수기, 백치, 악령, 분신, 가난한 사람들, 네또츠카)

이 책은 애초에 6부로 계획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도선생님이 체포되어 유형을 가는 바람에 3부까지만 출간되었다. 이후 유형과 군복무를 마치고 현업으로 복귀하나 이 작품의 후반부를 마무리 하지 않았고, 그렇게 이 작품은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네또츠카 네즈바노바‘는 여자 주인공인 ˝네또츠카˝의 꼬마 시절부터 17세의 소녀시절 까지의 이야기를 3부로 나눠서 그리고 있다. 원래 판본에는 1부는 ‘유년시절‘, 2부는 ‘새로운 인생‘,  3부는 ‘비밀‘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고 하는데, 부제가 해당 챕터 내용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적절한 부제 선정의 능력도 도선생님의 능력인가 보다.

1부는 비극적 예술가 ˝예피모프˝의 인생과 의붓아버지인 그를 바라보는 ˝네또츠카˝의 이야기이다.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예피모프˝는 우연히 얻게 된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되고, 바이올린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재능만을 믿고 오만과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고,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 마져도 잃어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재능 자체도 원래 그렇게 위대한 것이 아니었고 그 대부분은 현혹과 허황된 자신감, 원초적인 자기만족 그리고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끊임없는 공상이 낳은 환상에서 기인한 것이었음을」

방탕한 ˝예피모프˝는 단지 1천 루블의 재산을 보고 ˝네또츠카˝의 어머니와 결혼을 하게 되고, 이렇게 3명은 가족이 된다. 하지만 ˝예피모프˝는 자신이 재능을 잃어버린 것을 부인 탓으로 돌리고, 그 가족은 가난에 허덕여 불행하게 산다. 결국 ˝예피모프˝는 진정한 바이올리니스트인 S의 연주를 듣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를 깨달은 후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2부는 공작의 집으로 입양된 좀 더 큰 그녀가 공작의 딸인 ˝까쟈‘와의 사이에서 벌이지는 이야기 이다. 여기에서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하사고 있다.

입양된 ˝네또츠카˝는 공작의 딸인 ˝까샤˝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반면 ˝까샤˝는 처음에는 무관심과 냉대를 보인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면서 서로가 사랑을 느끼게 되고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선생님의 치밀한 심리묘사 및 행동묘사가 정말 압권이다. 복잡하고 감정기복이 심하며 변덕스러운 두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란 저런걸까? 생각하게 된다.

3부는 공작이 모스크바로 떠나게 됨에 따라  ˝까샤˝와 해어지게 되고, 공작의 부인(부인은 재혼임)의 딸인 ˝알렉산드라 마히일로브나˝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이곳에서 사춘기 소녀로 성장한 그녀가 ˝알렉산드라 마히일로브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다.
(써놓고 보니 완전 복잡한 관계다....)

˝알렉산드라˝는 ˝네또츠카˝의 엄마로써 그리고 친구로써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특히 그녀는 교육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녀를 가르치는데, 이를 통해 ˝네또츠카˝는 다양한 지식을 얻게 되고,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받게 되며, 또한 그의 계부인 ˝예피모프˝처럼 천부적인 음악재질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삶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네또쯔카˝는 우연히 서고에서 의문의 남성이 ˝알렉산드라˝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알렉신드라˝와 그녀의 남편 사이에 있는 불편한 감정, 비밀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러한 비밀을 유지하느냐, 폭로하느냐 하는 갈등속에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각 챕터가 어느정도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개별 개별 단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특히 도선생님 특유의 인간의 감정에 대한 심리묘사가 이 작품에도 잘 그려져 있다.

1인칭 주인공인 감정적으로 예민한 소녀 ˝네또츠카˝의 심리가 처절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1부에는 아버지인 ˝에피모프˝에 대한 동정과 아버지를 이성으로 느끼는 애정의 감정이,

2부에는 동성 친구친구인 ˝까쟈˝ 에 대한 사랑의 감정 기복이,

3부에는 그녀 자신과 닮은 ˝알렉산드라˝에 대한 연민의 감정, 그리고  ˝알센산드라˝의 남편인 ˝뾰뜨르 알렌산드로비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아쉬움과 함께 화가났다. ˝아니 이게 뭐야. 이렇게 끝나는게 어딨어..˝  이런 마음? 이렇게 잘 쓴 작품이 미완성이라니.‥미완성이라는 걸 알고 읽었지만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정도의 미완성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르다는. 도선생님이 구상했던 뒷 이야기가 지금도 너무너무너무 궁금하다.

읽으면 빠져들수 밖에 없는 매력이 가득한 작품으로, 도선생님 특유의 심리묘사를 좋아한다거나 도선생이 묘사하는 소녀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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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5-01 07: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소위 5 도스토옙스키s, 라고들 한다는데 여기에, 죄&벌, 카라마조프, 악령, 백치, 그리고 <미성년>이 들어간다는군요.
<노름꾼들>도 재미납니다. 이건 프로코피예프가 오페라로 만들기도 한 건데, 마지막 씬에서 여성분들이 통쾌해 할 수 있습지요. 어떤 장면인지는 당연히 안 알려드립니다. 뭐 늘 그렇듯 찌질한 남자 욕보이는 거겠지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5-01 07:43   좋아요 4 | URL
‘미성년‘이랑 ‘노름꾼들‘은 제목부터 완전 끌리네요 ㅎㅎ 백야를 사놨는데 이거 읽고 5월에는 이거 두개를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또츠카에 폴스타프님 이름이 자주 등장해서 반가웠다는 ㅎㅎ)

coolcat329 2021-05-01 0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도선생 탄생200주년인데 참으로 의미있는 독서계획이고 새파랑님이니 가능한 계획입니다. 꼭 성공하시길요.
근데 유형가느라 완성못한 작품이라니 ㅠㅠ

새파랑 2021-05-01 09:26   좋아요 2 | URL
아 도선생님 탄생 200주년이군요. 그것 때문에 읽는건 아니었지만 나름 의미를 부여해야 겠어요^^

미미 2021-05-01 08: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심지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미완성이라고 하더라구요.🥲
뒷 부분을 각오하고 읽어야겠네요.ㅋㅋ그래도 재밌을 듯!

새파랑 2021-05-01 09:28   좋아요 1 | URL
뒷부분이 없어도 앞부분이 너무 재미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아쉽기는 아쉽다는 ㅜㅜ

붕붕툐툐 2021-05-01 0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야~ 차곡차곡 읽어가시는 새파랑님의 모습이 넘나 멋지십니다~!! 저에겐 제목이 조금 생소하네요~ 어차피 도선생님 책은 다 읽을 거니까!(대체 언제?ㅋ)

새파랑 2021-05-01 09:30   좋아요 3 | URL
저도 이거 스콧님 추천으로 읽은 책 ㅎㅎ 툐툐님의 도선생님 작품 읽기를 응원합니다 (조속한 참여강조~!)

scott 2021-05-01 11:18   좋아요 3 | URL
툐툐님 도끼 선생 입문서로 이책 추천 ♡ᵎᵎᵎ

bookholic 2021-05-01 0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는...^^
저는 이제 세 작품 정도인듯..

새파랑 2021-05-01 09:31   좋아요 4 | URL
북홀릭님은 책을 워낙 많이 빨리 읽으셔서 금방 읽으실거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5-01 0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더 분발하시겠다뇨. 오 노노노. ^^;;

새파랑 2021-05-01 09:32   좋아요 3 | URL
도선생님 책은 너무 재미 있어서요 ㅋ 올해 완독 목표~!!

페넬로페 2021-05-01 10:0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이런 생각으로~~
나도 곧 읽을테니까^^
리뷰에 나오는 책의 내용은 패스해야지**
그러나 새파랑님에게는 터무니없음☆☆
그래서 책내용도 꼼꼼히 읽었어요♤♤
제가 읽을때쯤~~
아니 읽지 못할 수가 다반사일것 같으니🤢🤢
그땐 이 리뷰의 내용을 깡그리 잊어버릴테니까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도선생님 작품을 술술 읽으시다니◇◇
도선생님 작품, 완독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1-05-01 12:35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작품마다 잘 읽히는게 있고 아닌게 있더라구요 ㅎㅎ (저는 백치가 힘들었어요 ㅜㅜ) 근데 이건 엄청 잘 읽힙니다~!

초딩 2021-05-01 17: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곳에서
작가를 선택해서 책을 본다면
역시 도선생일 것 같습니다.
일단 다 무지하게 긴데 또 잼있고
뭐가 뭔지 모르는데 몰입되고 ㅎㅎㅎ
도선생 도장깨기 응원합니다!!! 저도 어찌 어찌 도선생 많이 읽었다 생각했는데 새롭네요 ~~!!!

새파랑 2021-05-01 12:36   좋아요 4 | URL
정말 맞는거 같아요. 가장 고르기 만만한? ㅋ 믿고 읽을 수 있는 도선생님 작품~!!

scott 2021-05-01 19:09   좋아요 1 | URL
백치 번역은 채수동님 추천합니다

mini74 2021-05-01 1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도선생의 찐독자 ! 아 ㅠㅠ 스콧님이 입문책으로 추천까지 하시니 ㅠㅠ 이건 너무 심한 유혹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1-05-01 19:20   좋아요 1 | URL
왠지 완독하고 싶어서요 ㅎㅎ 같이 도선생님 완독에 도전하시죠^^
 

아싸 도착~! 빨리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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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이야기에 몰입되는 부분에서 갑자기 끝나는 ㅜㅜ 완전 아쉽다..아쉽기 보다는 화가난다~!!!!


그놈은(폴스타프) 고양이처럼 약게 문을 열어 놓은 사람의 부주의를 눈치 챘다는 표정을 보여 주지 않으려고 창쪽으로 다가가서 창틀에 힘센 앞발을 올려놓고 맞은 편 건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이웃 건물의 아름다운 건축양식을 감상하는 사람처럼.

(이젠 개의 심리묘사까지 ㅋ 완전 웃김) - P162

나는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삶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 P199

문장의 행에서보다 행간에서 읽은 것이 더 많았다. - P199

이 모든 미래의 모습을 처음 책에서 읽고 체험하게 된 것, 꿈과 희망, 격렬한 충동, 어린 영혼의 달콤한 흥분 속에서 그것을 체험하게 된것은 내게 정해진 운명이었다. 나는 손에 잡히는 책들을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게될 운명. 나도 좀 빨리 그랬으면 ㅎㅎ) - P204

우리에게는 저마다 가까워질 수 있는 자신의 경계가 있었다. 그리고 비록 그러기를 원했다 하더라도 이 경계를 감히 넘어서려 하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간의 경계를 넘는건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 P209

우리가 어디서 만나게 될까? 어디서 내가 당신을 찾고 어떻게 당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내 마음은 온통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소. 가르쳐 줘요. 정말이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소. 결코 이해할 수가 없소. 가르쳐 주시오. 어떻게 삶을 둘로 가를 수 있는지,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는지를. 앞으로 다시는 영원히 그대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어찌 생각이나 할 수 있겠소!

(낯선 남자의 편지...) - P224

당산이 아무리 잘못된 감정을 위대한 것으로 치켜세운다 해도, 범죄는 언제나 범죄로 남으며 죄악은 언제나 수치스럽고 추악하고 천박한 죄악으로 남을 거라는 것을 말이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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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30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개 이름인가요?🙄

새파랑 2021-04-30 12:26   좋아요 2 | URL
여기 나오는 불독 이름이에요 ㅎㅎ 완전 웃긴 개에요 ㅋ

각주에는 폴스타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헨리 4세와 윈저의 명랑한 부인들 에 나오는 희극적 인물로 거만하고 익살맞으며 부도덕하다˝ 고 하네요 ^^
(어제 못읽고 자서 아직도 읽고 있어요 ㅜㅜ)

미미 2021-04-30 12:33   좋아요 2 | URL
아 저 개 이야기 한토막 때문에 책을 산적도 있어요.ㅋㅋ 조만간 읽어볼래요!

새파랑 2021-04-30 12:35   좋아요 2 | URL
앗 그렇게 많이 나오는 장면은 아닌데 ㅎㅎ 제가 읽고 곧 리뷰를 쓰겠습니다. 보고 판단을 ^^

scott 2021-04-30 16: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요기에 등장 ㅎㅎㅎ
제기억에 폴스타프가헨리 4세 제 1 부에 나오는데
도끼 선생이 유독 셰익스피어의 헨리 왕 시리즈 극을 좋아해서 <악령>에서 스타브로긴을 이 셰익스피어의 헨리 왕자와 비교하는 대목이 나올정도에요
폴스타프는 방탕한 헨리 왕자가 들락날락거리는 술집에 있는 몰락한 기사인데 대사에 따르면, 술통만한 뱃살을 가지고 있는 ㅎㅎ 허풍쟁이고, 겁쟁이에 손버릇도 나쁘고 사기도 잘치는데 재치있고, 지혜롭고 누구보다도 헨리 왕자를 진정한 친구로 여기는 유쾌한 인물로 그려졌어요
근데 왜??난 이책 읽을때 폴스타프를 못봤지 🥳

Falstaff 2021-04-30 17:12   좋아요 2 | URL
에휴.... 인생이 다 이렇지요.
˝미완성˝이란 거요. ㅋㅋㅋㅋㅋ
오늘은 책 읽느라 서재에 별로 들어와보지 못했는데 글이 많이 떴네요. 금요일인데도요.

새파랑 2021-04-30 17:21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 아이디랑 사진이 그런 의미였군요 ㅎㅎ 헨리4세도 읽어보고 싶네요^^ 본인 등판 ㅋ 재치있고 지혜롭고 유쾌한건 폴스타프님(실제인물) 하고 맞는것 같습니다~!!

Falstaff 2021-04-30 17:26   좋아요 2 | URL
퇴근시간이라 얼른.... ^^
그럼 이만.
 

퇴근~! 이제 70쪽 정도 읽었는데 완전 몰입도가 장난 아님


자네가 조금이라도 목적을 이루었을 때 어떤 인물들이 자네를 둘러싸는지를. 그들은 다른건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자네가 고통스러운 노력과 궁핍, 배고픔, 잠 없는 밤들을 통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경멸의 눈으로 쳐다볼 것이네. - P28

미래의 자네 동료들은 자네를 격려하거나 위로하지 않을 걸세. 그들은 자네의 좋은 점이나 진실한 것을 애기해 주지 않고, 자네의 실수 하나하나를 고소한 마음으로 찾아내고 자네의 결점, 자네의 실수하는 부분을 지적할 걸세. - P28

삶속에서 그를 지탱해 주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고 환영처럼, 형체없는 공허한 꿈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리자 그는 그렇게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P104

자신을 기만하면서 삶을 지탱하도록 만들던 모든 것이 한순간 그 자신의 눈앞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그리고 모든 것을 획연히 깨닫게 되자 아버지는 숨을 거둔 것이다.

(자신을 기만하고, 현실을 확인하게 된 그의 마지막 선택) - P104

거짓은 그 자신에게도 거짓이었다.

(딱 적절하고 요약된 문장)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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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9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 선생의 중편작 중 최고에요 이책!!
완성못한채 시베리아로 끌려가서 ㅜ.ㅜ

새파랑 2021-04-29 20:13   좋아요 1 | URL
아직 읽고 있는데도 아쉽네요 ㅜㅜ 역시 믿고 읽는 스콧님의 추천책입니다 👍👍

하나의책장 2021-04-30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0쪽 정도 읽으셨는데 몰입도가 장난 아니라면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04-30 09:47   좋아요 1 | URL
근데 어제 피곤해서 읽다가 자벼렸다는 ㅜㅜ 하나책장님은 책을 빨리 읽으셔서 저보다 먼저 읽으실지도 모르겠네요^^
 

말로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느끼는 나라별 소설의 느낌이 있다. 예를들어 미국은 세련됨이 있고, 러시아는 일단 쎄고, 프랑스는 우아하고... (완전 주관적인 생각임)

일본의 경우는 잔잔함이 있다. 무라카미 류나 하루키 같은 작가나 추리소설은 제외하고... ‘여름은 그곳에 남아‘라는 책을 읽은것도 이런 따뜻함을 기대해서 였는데, 역시나 기대한 만큼의 내용과 결말이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그(그녀?)의 데뷔작이다. 최근에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라는 세번째 책이 나왔는데, 그보다 이전에 출판된 ‘여름은 그곳에 오래 남아‘의 평가가 괜찮길래 우선 이 책을 먼저 구매했다. 게다가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건축가가 꿈인 주인공(사카니시 도오루)은 대학을 졸업하고 평소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슌스케(선생님)의 설계사무소에 들어가게 된다.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최근 신규인원을 뽑지 않았지만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에 참가하기 위해, 주인공이 보낸 설계 플랜을 보고 그를 뽑는다.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도쿄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름이면 온 사무실이 가루이자와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옮겨간다. 이곳에서 나는 선생님과 동료 건축가와 함께 설계를 하고 일을 배우며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이렇게 보내게 된 1982년 여름의 추억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 해 여름 나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더욱 키워나가고, 동료이자 선생님의 조카인 마리코와 사랑에 빠진다. 선생님은 ‘국립현대도서관‘ 설계에 매진하면서도 주말에는 연인인 후지사와를 만난다.

하지만 선생님은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되고, 결국 경합에서 떨어지게 되며, 무라이 설계사무소의 설계는 결국 건축되지 못하게 된다.

선생님은 쓰러지기 전 편지를 통해 자신이 쓰러질 경우 설계사무소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남겼는데, 그 내용은 설계사무소를 억지로 유지하기보다는 해산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설계사무소에 대한 미래는 준비하였지만, 그가 아끼는 조카 마리코와, 연인인 후지사와의 미래는 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리코는 나와 이어지지 못하고, 후지사와는 선생님이 쓰러지신 후 그렇게 이별하게 되었다.

˝어떻게 끝내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417페이지)

그래서일까? 주인공인 나는 늘 끝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1982년 여름의 별장에 대한 기억은 나의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고, 29년이 지난 후 나는 부인과 함께 다시 여름의 별장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건축가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약간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있고, 초반부의 전개는 다소 지루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 잘 적응하면 여름과 별장과 숲과 반딧불이가 주는 청량함과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누구에게나 특별히 마음 깊이 각인된 특정 시기와 장소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기억하는 특별했던 시기와 장소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언젠가 그곳에 다시 한번 가볼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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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9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 하드커버가 나무물결무늬??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는 ‘그‘남자로 오랜 기간 편집자(해외문학 담당)로 이름을 날리(출판 되는 책 마다 초베스트 셀러)다가 마흔 훌쩍 넘어서 작가로 데뷔 ㅎㅎ

새파랑님 이책 스토리 처럼 리뷰도 잔잔~하게
다음번 책은 정희진 작가에 편협하게! 읽는다!
에 1표 걸고 감~@@

새파랑 2021-04-29 00:32   좋아요 2 | URL
저 편협하게 읽고 리뷰도 씀 ㅎㅎ 이 책 커버 벗기면 저런 나무 표지가 있습니다^^ 남자였군요. 이름만 보고 햇갈려서 ㅋ

붕붕툐툐 2021-04-29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 잔잔함에 저도 일단 공감합니다~ㅎㅎ책 표지가 나무라 독특하네요~~

새파랑 2021-04-29 00:39   좋아요 3 | URL
때론 완전 특이한 경우도 많지만^^ 건축관련 책이고 연필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표지가 그런거 같아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29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를 통해서. 이 책의 제목으로 봐도 일본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요~~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그런 기분이요. 저도 제 마음에 각인된 장소를 한 번 생각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1-04-29 07:09   좋아요 3 | URL
전 이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 책 읽으면 숲속 별장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곧 여름이니까 한번 읽어봐도 좋을것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4-29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름과 별장과 숲과 반딧불이. 봄에 느끼는 여름의 청량함이었군요. 새파랑님의 그곳. 언제고 갈 것입니다.^^

새파랑 2021-04-29 10:15   좋아요 1 | URL
아직 봄이지만 마음은 벌써 여름이라는^^ 감사합니다. 책읽기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