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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15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괴테옹이 팔십년동안 읽은 책들
아마도 알라딘 광활점을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일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6-15 17:06   좋아요 1 | URL
스콧님 읽으신 책들도 아마 알라딘 우주점 9/10 양일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2-06-17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읽을 책은 줄어들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아요.
매일 새 책들이 나오는 걸 보면요.
요즘엔 이전에 가지고 있던 책들의 개정판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새파랑님,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새파랑 2022-06-17 08:35   좋아요 2 | URL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은게 문제입니다 ㅜㅜ 좋은 책은 개정판이 나오면 또 사고 싶더라구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금토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han22598 2022-06-17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철부지 독자도 안됨 ㅎㅎㅎ 그래서 시간도 들이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으려 함 ㅎㅎ

새파랑 2022-06-17 08:37   좋아요 0 | URL
저도 철부지 독자도 안되는거 같아요 ^^ 그래도 전 노력은 쪼끔 하는거 같아요~~

서니데이 2022-06-18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주말처럼 덥지 않아서 좋은 토요일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6-19 08:52   좋아요 0 | URL
이번주에 출장이 길어져서 책을 하나도 못읽었네요 ㅜㅜ 서니데이님 일요일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날씨가 좋기를 바라겠습니다~!!
 
슌킨 이야기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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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3


˝사람은 기억을 잃지 않는 한 꿈을 통해 죽은 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를 꿈으로만 보았던 사스케는 어떠했을까?˝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런데 <슌킨 이야기> 처럼 눈이 먼 극단적인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귀족 집안의 딸인 슌킨은 9살 때 실명된다. 그리고 음악에 매진한다. 그녀의 옆에는 사스케라는 하인이 있고, 그는 그녀의 손이 된다. 하지만 눈이 먼 슌킨은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까다로웠으며, 귀족인 그녀는 하인인 사스케를 무시한다.

[이처럼 슌킨은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였지만 다른 고용인들에게는 심술궂게 행동하지 않았다. 유난히 사스케를 대할 때만 그녀의 심술이 심해졌는데 원래 그런 기질이 있는 데다 사스케만이 애써 비위를 맞추려 했기에 그를 가장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스케 또한 고달프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는데, 필시 그녀의 유난스러운 심술을 응석으로 여기며 일종의 은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P.29



어느날 슌킨은 임신을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가 사스케와 똑같이 생겨서 사람들은 그의 자식임을 알게 되고, 그녀의 부모는 슌킨의 남편으로 사스케를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귀족인 그녀는 사스케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슌킨은 스무살 되던 해에 독립해서 집을 나가게 되고, 이때 사스케도 따라 간다. 남편은 아니지만 그는 그녀를 씻기고, 옷도 입히고, 그녀를 위한 모든 손이 되어 행동한다. 하지만 슌킨은 그를 단지 하인으로만 대하지, 어떠한 정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스케는 그녀를 사랑하고 극진히 모실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슌킨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이 야밤에 침입하여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망가진 것에 대해 절망하고, 옆방에서 뒤늦게 온 사스케는 그녀의 고통을 목격한다. 사스케는 그녀에게 다시는 슌킨의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사스케는 그녀의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그녀의 아름다움을 기억속에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맹인이 된다. 그런데 이를 오히려 기뻐하는 슌킨.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정으로 하나가 된다. 극단에서 알게된 사랑.

[‘아아! 이것이 진정 스승님이 살고 계신 세상이구나! 이제 비로소 스승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P.98

[˝기특하게도 그런 결심을 해 주다니 내 마음이 기쁘구나. 대체 누구의 원한을 사서 이 지경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야 내 진심을 털어놓자면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 줄지라도 네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용하게 잘 헤아려 주었구나.˝] P.101



지금까지 육체적 관계는 있었지만 사제지간이라는 연유로, 신분차이로 인해 가로막혀 있던 서로의 마음이 이제야 비로소 하나로 어우러지며, 함께 흘러가게 된다.

[신께서 다시 앞을 보게 해 주신다고 해도 거절했을 게야. 스승님과 나는 맹인이었기에 앞이 보이는 사람이 모르는 행복을 맛볼 수가 있었단다.] P.109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눈을 멀게하여 얻게 된 사랑도 진정 사랑인걸까?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름다운 기억만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은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사랑.


Ps. 작년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를 읽었었는데, 뭐 이런 이상한 작가가 다있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슌킨이야기>를 읽고 생각이 바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추구하는 ‘구조적 아름다움‘이란 이런거구나라고 감탄했다. 그의 다른 작품도 다 읽어봐야겠다. 기다려라 다니자키 준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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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6-14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다니자키 준이치로 긴장하세요! 금방 전작 당하실 기세입니다!ㅋㅋㅋ
정말 말 그대로 “맹목”적인 사랑이네요. 🤔

새파랑 2022-06-14 13:48   좋아요 3 | URL
제가 갑자기 바빠져서 급하게 점심시간에 작성한다고 리뷰가 좀 허접합니다 ㅋ 완전 재미있게 읽었어요~!!

모나리자 2022-06-14 1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탄식했던 작품이라 합니다.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라고 했고 문학가 마사무네 하쿠초는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품˝이라고 했다는군요.
저도 다니자키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6-14 13:49   좋아요 3 | URL
오래살았더라면 노벨문학상도 가능했을거라든데 정말 과찬이 아닌거 같아요. 저 당장 다니자키 준이치로 전집 지르려고 합니다 ^^

미미 2022-06-14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제가 후기쓴 영화랑도 느낌이 비슷하네요. 자기 얼굴이 흉하다고 생각한 연인 때문에
남주가 자기 눈을찌른거요.
새파랑님 리뷰 전혀 허접하지 않아요!!^^

새파랑 2022-06-14 17:54   좋아요 2 | URL
미미님께는 이 책이 집에 있습니다 ㅋ 미미님 댓글 보니까 미미님 영화 리뷰 생각나네요. 머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

혹시 그 영화가 <슌킨 이야기>를 참고한건지도 모르겠군요 ㅋ

허접하지 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yamoo 2022-06-14 1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준이치로의 소설...집에 몇 권 있는데 아직 한 권이 읽지 않았습니다. 어째 일본 소설들은 잘 읽지 않게 되네욤^^;;

구조적인 아름다움...미시마 유키오 만큼 미학적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하겠지요. 참고하겠습니다!ㅎ

새파랑 2022-06-14 17:56   좋아요 2 | URL
해설에 그렇게 써있더라구요 ㅋ 구조적인 아름다움 표현이 멋진거 같아요~!! 전 아직 미사미 유키오는 못읽어봤습니다. <금각사>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꼭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6-14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 끔찍한 사랑인데요. 저런 사랑도 있겠구나싶지만 현실에서는 으 싫어요. ㅎㅎ
그런데도 새파랑님이 이렇게 좋은 리뷰를 쓰신걸 보면 이 작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진짜 뛰어나다는건데 고민되네요. 앞으로 새파랑님의 다나카 준이치로 서평 열심히 기다려보겟습니다. ^^

새파랑 2022-06-15 06:42   좋아요 1 | URL
전 한 작가 책은 한달에 한편씩만~!! 잔혹한 구전 동화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ㅋ 아주 재미있게 읽혀요 ^^

mini74 2022-06-14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만 이랑 읽었는데 참 일본적이다란 생각했어요. 눈을 찌르는 사랑이라니! 그럼 밥은 누가하나는 현실적 생각이 ㅎㅎㅎ 새파랑님 리뷰가 넘 매력적이라서 읽고 싶어지네요. 스콧님이 세설 재미있다하셨는데 그것도 읽고 싶고 ㅎㅎ

새파랑 2022-06-15 06:44   좋아요 2 | URL
돈이 많아서 밥은 일하는 사람들이 ㅋㅋ 쏜살문고 전집 으로 사려고 했는데 세권이 읽은 책이어서 따로 구매해야겠어요 ㅋ 저 이번에 세실 구매했습니다 ~!@

scott 2022-06-15 0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준이치로옹 추리 소설도 썼고
에세이도 미쿡인들의 스테디 셀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노벨상 야스나리 옹이 아닌
준이치로옹이 받아야 했다고 했을 정도로!

금각사 추천 합니다 ^^

새파랑 2022-06-15 06:56   좋아요 3 | URL
역시 스콧님도 인정한 준이치로옹~!!! 제가 금각사도 구매해 보겠습니다~!! 오늘 알라딘에나 가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2-06-15 13: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이네요~~
현실에서는 실행될 것 같지 않은 이야기 인데요~~
그럼 아이의 아빠는 사스케인건가요?
책을 읽어봐야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어요^^

새파랑 2022-06-15 16:54   좋아요 4 | URL
슌킨은 계속 부정하지만 그런걸로 ㅋ 근데 애는 딴데로 보냅니다 ㅎㅎ 주종관계의 사랑느낌? 이 납니다~!!

레삭매냐 2022-06-15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하 맨 마지막 문장 킬포입니다.

눈을 감으면 어떤 감정은 더 선명
해진다. 멋지십니다.

새파랑 2022-06-15 16:54   좋아요 2 | URL
갑자기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이 생각나서 거기 있는 문장을 모디파이 해봤습니다 ㅋ

하나의책장 2022-06-15 2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눈까지 멀게 하여.. 얻은 사랑은, 딱 소설과 드라마에서만 그렇구나 하지 막상 현실에서는.. 말그대로 노답일 것 같아요😅 새파랑님 리뷰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요!ㅎㅎ

새파랑 2022-06-16 11:46   좋아요 2 | URL
영화로 만들어도 대단히 재미있을거 같아요. 저는 준이치로의 책은 두권만 읽어봤는데 다 특이하고 재미있더라구요~!!

희선 2022-06-15 2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얼굴을 안 보려고 자기 눈까지 안 보이게 하다니, 이런 건 소설이나 영화에 있을 법하네요(비슷한 거 어디에서 봤는데, 하니 미미 님이 쓰신 영화 리뷰였군요) 실제로도 이런 사랑 있을지도 모르죠


희선

새파랑 2022-06-16 12:02   좋아요 2 | URL
자기 눈 찌르는 부분에서 오싹하더라구요. 그 아픔을 상상해봤거든요 😅 실제로는 없어야겠죠? ㅋ

잠자냥 2022-06-16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열쇠로 시작하셨다니, 아이쿠 저런! ㅋㅋㅋㅋ 문동에서 나온 <만/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와 열린책들에서 나온 <세설>, 그리고 <그늘에 대하여>라는 수필까지는 꼭 읽어보세요!

새파랑 2022-06-16 12:14   좋아요 2 | URL
<열쇠>가 문제였습니다~!! <세실>은 새책 같은 중고를 구매했고, 다른 책들도 읽어보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2-06-16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이 책 표지를 봅니다.
구조적 아름다움...👍

새파랑 2022-06-17 08:33   좋아요 2 | URL
요 책이 포함된 전집 표지들이 다 마음에 들더라구요 ㅋ 근데 좀 비싸다는 ㅜ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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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1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시인이라면 어디에도 없는 가장 아름다운 말로 내 마음을 보여줄텐데 라고 말이다. 위대한 문학은 언어가 다르더라도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게 문학의 진정한 힘이라 생각한다



칠레의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던 열일곱살의 "마리오", 아버지처럼 어부를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어느날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우편배달부가 된다. 그런데 그의 임무는 다소 특이하다. '아슬라 네그라'라는 지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곳에 있는 단 한사람을 빼고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수신인은 단 한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편지 수신량이 엄청나게 많다. 그는 바로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

----------
"좋아.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 직이야."
"우연이네요. 제가 이슬라 네그라 옆 포구에 살거든요."
"그것 참 잘됐군. 하지만 문제는 수신인이 단 한 사람뿐 이라는 거야."
"한 사람뿐이라고요?"
"그렇다니까. 포구 사람들은 모두 까막눈이야. 계산서조차 못 읽으니까."
"그 수신인이 누구죠?"
"파블로 네루다 씨."
---------- P.17



자의반 타의반 네루다의 전속 우편배달부가된 마리오는 점점 그와 친해지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가 지금까지 썼던 시들을 읽고 외우면서 감성을 키우고 이제 막 성인이 되어서 자라나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네루다의 시에 담는다.

----------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 P.28



그러던 어느날 한 주점에서 일하는 베아트리스라는 소녀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고백하고 그녀를 위한 시를 한편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네루다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의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하고, 대신 그와 함께 베아트리스가 일하는 주점으로 가기로 한다. 너무나 유명한 네루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베아트리스도 흔들릴거라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나는 소녀를 알지도 못하는걸. 시인은 영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만 돼. 아무것도 모르고 쓸 수는 없는 걸세."] P.45



마리오가 사랑에 빠진것과 동시에 네루다는 특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바로 사회당의 대통령직 제안을 받은 것이다. 당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네루다는 어쩔수 없이 시골 바다마을을 잠시 떠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많이 외우게 되고, 네루다로부터 배운 메타포를 이용하여 베아트리스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마리오에게 빠진다.

["그도 저를 쳐다보았어요. 그러고는 제 눈을 응시하다 말고 마치 생각에 잠긴 듯 말없이 제 머릿결을 한참 쳐다보는 거예요. 그러고는 '그대 머리카락을 낱낱이 세어 하나하나 예찬하자면 시간이 모자라겠구려' 그러더라고요."] P.63



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있는 법~! 베아트리스의 엄마(과부임)는 마리오의 말은 감언이설이고, 단지 네루다의 시를 표절하는 나쁜놈이며, 그렇게 말로만 달콤함을 전하는 남자들은 믿을 수 없는 놈팽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를 방에 가두게 된다. 그녀를 만날 수 없는 마리오는 먼발치에서 그녀를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흥! 스스로를 지킬 줄 아신다고요! 제가 보기엔 손끝만 스쳐도 무너질 것 같은데요. 이 몸이 그대보다 훨씬 먼저 네루다 시를 읽었다는 것을 기억하시죠. 남정네들이 달아 오르면 간덩이까지 시로 변하는 걸 모를 것 같으신가요?"] P.65



그와 비슷한 시기에 시인 네루다는 다시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그는 대통령 입후보를 사퇴하고, 대신 칠례 죄파 정당들의 연합에서 선출한 "아옌데"가 단일후보가 된다. 다시 시골의 시인의 삶으로 돌아온 네루다는 마리오의 사랑을 돕기 위해 베아트리스의 엄마(로사 부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네루다는 그녀에게 완전 케이오 패를 당한다.

["천만에! 시집 두어권 선물했다고 내 시를 표절하라고 허락해 준 줄 알아. 게다가 자네는 내가 마틸데를 위해 쓴 시를 베아트리스에게 선사했어."] P.85



그래도 기회가 온다고, 좌파 단일 연합인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시골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쌓이게 된다.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엄마(로사 부인) 주점에서 잔치가 열리게 된다. 너무 많은 손님들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그녀는 딸에게 주점일을 도와라고 잠시 풀어주고, 이때 잠시 틈을 이용해 둘은 주점을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그동안 못본 걸 보상받기 위해 아주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두달 후에 결혼한다.


"아옌데"의 당선으로 인해 네루다는 파리 대사로 임명되어서 그곳을 떠났지만,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장모와 함께 티격태격 하지만 재미있는 삶을 이어간다. 네루다와 마리오의 관계는 이제 몸은 멀리 있어도 서로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사이가 되어 있었다. 어느날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녹음기를 하나 보내고, 자신이 머물렀고 너무나 행복했던 '이슬라 네그라' 의 소리를 녹음해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건강이 많이 안좋아진 네루다는 다시 시골 마을로 돌아올 수 있을까?

[먼저 바람에 울리는 작은 종들의 가냘픈 소리를 녹음하게. 그리고 다음엔 큰 종 줄을 대여섯 번 잡아당기라고, 종, 나의 종! 바닷가 종루에 걸려 있는 종만큼 낭랑하게 들리는 말은 없지. 그다음에는 바윗가로 가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담아줘. 갈매기 소리가 들리면 녹음해 주고. 밤하늘의 침묵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까지도.] P.108



또 한번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네루다가 그토록 바라던 노벨문학상에 당선된 것이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마리오는 장모님의 주점에서 또한번 파티를 개최한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라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만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P.131



어느날 저녁 마리오는 네루다의 집에서만 나는 큰 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네루다가 다시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온 것이다. 프랑스 대사로 있어야 할 그가 돌아왔다는건 무슨 일이 생겨서일텐데...마리오는 반가움 보다는 걱정이 앞서서 바로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네루다의 부인으로부터 네루다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몇일 후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죄파연합에 반대한 쿠데타가 일어나서 국가가 전복되고, 핵심 요직에 있던 네루다는 강금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네루다를 만나고 싶던 마리오는 그에게 전달할 편지들을 가지고 그를 찾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몰래 네루다를 만난 마리오는 네루다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짐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강금된 상태에 있는 네루다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몇일 뒤 산티아고로 옮겨져서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쿠테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군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네루다의 장례행렬에 폭동이 일어날까봐 이를 감시한다. 게다가 네루다와 친했던 마리오를 연행까지 한다. 과연 네루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
---------- P.158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하긴 했지만 너무 좋은 작품이다 보니 괜히 리뷰를 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직접 읽어봐야만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 당시 칠레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풍자, 그리고 피블로 네루다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까지 완벽한 작품이다.


Ps. 과연 메타포란 이런거군 이란 생각도 해봤다. 메타포로 이 작품을 표현해 보자면 (1분간 고민..) '칠레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잔연하게 그을린 종소리' ? ... 리뷰 그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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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ang1001 2022-07-10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책에 당선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7-10 10:19   좋아요 1 | URL
thkang님 매번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7-10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7-11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와 마리오의 이야기, 감동입니다.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용**

새파랑 2022-07-11 06:3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한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2-07-11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작품의 영화
화면 가득 새파랑임 ^ㅅ^

새파랑 2022-07-11 06:37   좋아요 0 | URL
파랑은 못참지요 ^^ 스콧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독서괭 2022-07-1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네루다로 되셨군요.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7-11 18:38   좋아요 1 | URL
저번달은 운이 좋았습니다 ㅋ 이번달은 좀 포기 입니다. 책을 못읽고 있네요 ㅜㅜ 독서(천재)괭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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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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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0

"세계는 넓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책임감 때문에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옆에서 봤을때는 답답해 보이긴 하지만 멈출수는 없다. 그에게는 그 일이 운명이기 때문에, 원망 한마디 못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배하던 시절의 일본, 당시 천주교의 두 계파인 '베드로회'와 '바울회'는 일본에 대한 포교를 진행중이었지만, 일본 국민이 가진 토속 신앙과 생각의 차이로 쉽게 되지는 않았고,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신도(기리시탄)들을 추방하고 있었다. 특히 '바울회' 소속인 "벨라스코" 신부는 일본에서 제대로된 포교가 안된 원인을 일본 국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베드로회'의 무리한 포교라 판단하고, 만약 '바울회'의 자신이 일본의 주교가 된다면 일본에 대한 포교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는 그의 무리한 망상이었음이 마지막에는 밝혀지게 되지만.

[포교도 외교처럼 술책을 부리고 흥정을 하고 위협을 하고 때로는 타협도 해야 한다. 나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그러는 것이 꼭 꺼림칙하고 지저분한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눈을 감아야 하는 일도 있다.] P.176



그러던 "벨라스코" 신부에게 기회가 왔다. 아직 기리시탄이 허용되는 지역인 도호쿠에서 그를 부른 것이다. 도호쿠의 영주는 자신의 영내에 무역항을 만들어 멕시코와 교역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었고, 그 통역 임무를 "벨라스코"에 부탁한 것이다. 그 대신 도호쿠 지역의 기리시탄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개미 같은 인종이다. 그들은 뭐든지 하려고 든다. 선교사는 이 순간 왠지 웅덩이를 만나면 그 일부가 자기 몸을 희생하여 다리가 됨으로써 동료를 건너게 하는 개미를 떠올렸다. 일본인은 그런 지혜를 가진 검은 개미떼다.] P.36



이미 일본의 많은 영지에서 기리시탄들이 처형되고 있었고, 이 소문은 외국으로까지 퍼져 있기 때문에 멕시코(당시 스페인의 식민지)와의 교역 성사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벨라스코"는 일본에서의 포교를 위한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소속인 '바울회'를 통해 도호쿠 영주의 서신을 교황에게 보내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서신의 내용은 도호쿠 영지에서는 기리시탄을 친절하게 대하고 신부가 모이는 것을 기뻐하며 수많은 교회를 세우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 그런데 과연 이러한 "벨라스코"의 행위를 오직 종교적인 순수한 목적으로 볼 수 있을까? 자신의 사리사욕은 전혀 없는걸까? 과연 실현될 수 있는걸까?

[그들에게는 이익을 주고 우리는 포교의 자유를 얻는다.] P.41



결국 이 계획은 시행되게 되고, 도호쿠의 영주는 포획한 스페인 기술자들을 이용해 멕시코 까지 항해할 수 있는 큰 배를 건조하며, 멕시코에 가는 사절단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하세쿠라 로쿠에몬"등 네명을 선정한다. 사절단이라 하기에는 이 네명은 다소 급이 낮은 사무라이 계층이었지만 감추어진 이유 때문에 이들이 선정된다. 영주는 "로쿠에몬"에게 사절단의 임무를 성공하고 돌아오면 예전에 가문의 땅이었지만 현재는 잃어버린 구로카와의 땅을 돌려 줄수도 있다는 조건을 내건다.


현재 살고 있는 골짜기 땅에서 가족과 함게 평화롭게 사는것에 만족하고 있었던 그이지만, 가문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사무라이 "로쿠에몬", 그는 과연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화창하다. 골짜기는 이미 봄이다. 잡목림에는 하얀 꽃이 피고 밭에서는 종다리가 울고 있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볼수 없는 이 광경을 잊지 않으려고 사무라이는 말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P.92



"벨라스코"신부와 "로쿠에몬" 등의 일본 사절단, 그리고 배에 편승한 일본 상인들은 일본을 출항해서 멕시코로 향한다. 단 한번도 일본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던 그들은 광활하고 거센 태평양을 보고 놀라움을 느낀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가끔씩 맞닥드리는 폭풍을 경험한 "로쿠에몬"은 그가 있던 일본과 골짜기는 단지 작은 새장이었음을 알게 된다.

[사무라이는 현기증이 났다. 이마를 때리는 바람에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동쪽도 파도가 미쳐 날뛰는 바다. 서쪽도 파도가 싸우는 바다. 남쪽도 북쪽도 보이는 거라고는 바다뿐, 난생처음 사무라이는 바다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알았다. 그 바다를 앞에 두고 있으니 그가 살던 골짜기는 한 알의 겨자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P.109



"벨라스코" 신부는 배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스페인어를 교육한다. 이와 병행하여 포교를 하는데, 상인들에게는 기리시탄이 되면 쉽게 교역을 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런데 진심없이, 단순히 타인의 이익을 위한 포교가 진정한 포교인 걸까? "벨라스코" 신부는 일본의 주교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너무 과도한 욕심을 내는건 아닐까? 상인들은 기리시탄으로 전향하지만 "로쿠에몬" 등을 포함한 사절단들은 그들의 근원을 저버릴 수 없어서 "벨라스코"신부의 유혹에 굴하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신부님들의 진정한 행복이란 게 일본에는 지나치게 독합니다. 강한 약은 어떤 사람의 몸에는 독으로 변합니다. 신부님이 말하는 더없는 행복은 일본에 그런 독입니다. 멕시코로 와서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멕시코도 스페인 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조용히 살았을 텐데 말이지요. 신부님들의 더없는 행복이 이 나라를 흐트러트렸습니다." ] P.207



우여곡절 끝에 배는 멕시코의 아카풀코 항에 도착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한다. 기리시탄에 대한 일본의 박해가 심하다는 소문은 벌써 맥시코까지 퍼져 있었고, 공식사절로 보기에는 일본의 사절단의 급이 낮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아무리 영주의 친서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하고, 결국 "벨라스코" 신부와 "로쿠에몬" 등의 사절단은 다시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으로 향한다. 스페인 왕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도 두 번이나 더 계절풍에 의한 폭풍을 만나고 드디어 조국 스페인의 산루카르항을 멀리서 바라본 것은 베라쿠르스를 떠난 지 열달 만이었다.] P.258



"벨라스코" 신부는 일본의 포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한가지 계략을 생각해내는데, 그것은 바로 일본 사절단을 스페인 국왕이 보고있는 앞에서 기리스탄으로 전향시키는 것이었다. "로쿠에몬" 역시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어떠한 성과라도 내어 돌아가야만 잃어버린 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과 가문에 고개를 들 수 있기에, 자신의 임무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과연 현재까지도 유효한 걸까? 고향을 떠난지 오래되서인지 가족이 그립기만 한 "로쿠에몬". 그는 무엇을 위해 이런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걸까? 결국 그는 "기리시탄"으로 전항한다.

[그 순간 나는 내가 해온 모든 것이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린 듯한 공허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해온 것은 모두 헛고생이 되고 의도한 일은 모두 무의미해지며 신앙했던 것은 사실 자기만족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눈앞에 들이대진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보다 더 큰 홍소가 울려 퍼졌다.] P.338



반신반의 했지만 그래도 어쨋든 믿을만한 사람이 "벨라스코" 신부 뿐이었기에 사절단은 여기까지 왔다. 표면적이긴 하지만 '기리시탄'으로 전향까지 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로마 교황청 까지 가지만 그들의 목적은 물거품이 된다. 이미 일본은 전 국토에 포교 금지령을 내렸고, '기리시탄'은 추방되거나 처형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마 교황청은 더이상 희생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일본에 대한 포교를 포기한다. 처음부터 지킬 수 없었던 약속들, 일본을 떠난지 너무 오래되어서 변해버린 환경, 이제 그들은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게다가 일본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리시탄'을 받아들이기 까지한 "로쿠에몬"과 사절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일본에 대한 포교의 욕망이 가득한 "벨라스코"는 이대로 물러설까?

[우리는 함께 좌절한 자였다. 불확실한 샘을 찾아 오늘도 내일도 사막을 여행하는 유랑민과 비슷했다. 입 밖에 내서 말하지는 않아도 그들은 믿고 있던 영주와 평정소에 배신당했다는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꿈꾸는 것을 주님이 버린 고통을 맛보았다. 지금에야 비로소 배신당한 자와 버림받은 자 사이에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듯한 우정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P.353

(이후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생략한다.)





<사무라이>를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운명을 직접 선택할 수도 없고 시대의 조류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고뇌가 느껴졌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탐욕에 눈이 먼 권력자들 때문에 쉽게 버려지고, 어디에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 그들이 헛되이 보낸 4년이라는 긴 시간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과연 사람이 사람을 믿는게 맞는걸까? 이러한 억울함을 달래줄 신은 어디에 있는걸까?

[그 미지의 운명, 그것을 끝내고 마침내 돌아왔다. 기쁨도 없고, 공허한 기분과 피로감만 남아 있는 건 왜일까. 너무 많은 것을 봤기 때문에 보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일까. 너무 많은 것을 맛보았기 때문에 맛보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일까.] P.432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로쿠에몬"이 처한 상황과 내가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이젠 무언가를 선택할 수도 없이 멀리 달려와서 돌아갈수 없는 삶. 그래도 어딘가에 잊을 수 없고, 믿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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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6-09 22: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샤쿠의 작품 중 사무라이 한 편 읽었는데 넘 좋았어요.
주어진 임무를 그저 묵묵히 수행하는 사무라이들도 그렇고 종교의 목적이 다르지만 그것이 스며들고야 마는 어떤 힘도 보았고요^^
새파랑님의 글에 엔도 슈샤쿠의 문장이 느껴집니다**

새파랑 2022-06-09 22:48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은 사무라이만 읽으셨군요~!! 전 이제 네번째 엔도 슈사쿠의 읽은 책입니다^^ 특이하게도 출판사가 다 다르네요~!! 저에겐 네번다 백점이었습니다^^

미미 2022-06-09 22: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상깊은 문장이 많았어요.
새파랑님 읽으실때 따라 읽기를
잘했습니다. 올해 최고의 소설!!
결말 부분 읽다가 통곡했네요ㅠ
어떻게 이런 글을 쓰는지 엔도 슈샤쿠에게 또한번 감동받음요

새파랑 2022-06-09 22:50   좋아요 4 | URL
엔도 슈사쿠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집구석들>을 읽고 나서 그런지 정화(?)가 되었습니다~!! 이제 미미님 엔도 슈사쿠 전작 하실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6-09 2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신유박해때 죽거나 유배당한 정약용 가문과 이벽, 황사영, 이승훈...
이들도 생각나네요.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신앙이든 새로운 학문이든을 선택한 결과로 거센 파도에 휩쓸린 자들!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각자의 몫이고, 자신의 신념을 따르겠죠?!

새파랑 2022-06-09 22:54   좋아요 4 | URL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삼키는 사무라이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참 그랬습니다. 마지막도 그렇고~~ 제가 너무 제 주관(?)대로 리뷰를 쓴거 같아요 ㅋ 전 사무라이에 너무 이입해서 읽었어요 😅

희선 2022-06-10 0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무사는 무사로 살아가는 그런 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걸려서 다른 나라에 갔는데 그 일은 제대로 되지도 않고, 벨라스코는 자기 이익만 생각하다니... 선교사가 그렇지만은 않을 텐데, 실제 그런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6-10 06:12   좋아요 3 | URL
상관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무사의 운명인거 같아요. 벨라스코도 목적 자체는 나쁘다고 할 없지만 조금 더 사람든에게 진심이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