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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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1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시인이라면 어디에도 없는 가장 아름다운 말로 내 마음을 보여줄텐데 라고 말이다. 위대한 문학은 언어가 다르더라도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게 문학의 진정한 힘이라 생각한다



칠레의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던 열일곱살의 "마리오", 아버지처럼 어부를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어느날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우편배달부가 된다. 그런데 그의 임무는 다소 특이하다. '아슬라 네그라'라는 지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곳에 있는 단 한사람을 빼고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수신인은 단 한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편지 수신량이 엄청나게 많다. 그는 바로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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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 직이야."
"우연이네요. 제가 이슬라 네그라 옆 포구에 살거든요."
"그것 참 잘됐군. 하지만 문제는 수신인이 단 한 사람뿐 이라는 거야."
"한 사람뿐이라고요?"
"그렇다니까. 포구 사람들은 모두 까막눈이야. 계산서조차 못 읽으니까."
"그 수신인이 누구죠?"
"파블로 네루다 씨."
---------- P.17



자의반 타의반 네루다의 전속 우편배달부가된 마리오는 점점 그와 친해지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가 지금까지 썼던 시들을 읽고 외우면서 감성을 키우고 이제 막 성인이 되어서 자라나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네루다의 시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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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 P.28



그러던 어느날 한 주점에서 일하는 베아트리스라는 소녀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고백하고 그녀를 위한 시를 한편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네루다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의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하고, 대신 그와 함께 베아트리스가 일하는 주점으로 가기로 한다. 너무나 유명한 네루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베아트리스도 흔들릴거라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나는 소녀를 알지도 못하는걸. 시인은 영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만 돼. 아무것도 모르고 쓸 수는 없는 걸세."] P.45



마리오가 사랑에 빠진것과 동시에 네루다는 특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바로 사회당의 대통령직 제안을 받은 것이다. 당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네루다는 어쩔수 없이 시골 바다마을을 잠시 떠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많이 외우게 되고, 네루다로부터 배운 메타포를 이용하여 베아트리스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마리오에게 빠진다.

["그도 저를 쳐다보았어요. 그러고는 제 눈을 응시하다 말고 마치 생각에 잠긴 듯 말없이 제 머릿결을 한참 쳐다보는 거예요. 그러고는 '그대 머리카락을 낱낱이 세어 하나하나 예찬하자면 시간이 모자라겠구려' 그러더라고요."] P.63



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있는 법~! 베아트리스의 엄마(과부임)는 마리오의 말은 감언이설이고, 단지 네루다의 시를 표절하는 나쁜놈이며, 그렇게 말로만 달콤함을 전하는 남자들은 믿을 수 없는 놈팽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를 방에 가두게 된다. 그녀를 만날 수 없는 마리오는 먼발치에서 그녀를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흥! 스스로를 지킬 줄 아신다고요! 제가 보기엔 손끝만 스쳐도 무너질 것 같은데요. 이 몸이 그대보다 훨씬 먼저 네루다 시를 읽었다는 것을 기억하시죠. 남정네들이 달아 오르면 간덩이까지 시로 변하는 걸 모를 것 같으신가요?"] P.65



그와 비슷한 시기에 시인 네루다는 다시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그는 대통령 입후보를 사퇴하고, 대신 칠례 죄파 정당들의 연합에서 선출한 "아옌데"가 단일후보가 된다. 다시 시골의 시인의 삶으로 돌아온 네루다는 마리오의 사랑을 돕기 위해 베아트리스의 엄마(로사 부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네루다는 그녀에게 완전 케이오 패를 당한다.

["천만에! 시집 두어권 선물했다고 내 시를 표절하라고 허락해 준 줄 알아. 게다가 자네는 내가 마틸데를 위해 쓴 시를 베아트리스에게 선사했어."] P.85



그래도 기회가 온다고, 좌파 단일 연합인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시골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쌓이게 된다.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엄마(로사 부인) 주점에서 잔치가 열리게 된다. 너무 많은 손님들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그녀는 딸에게 주점일을 도와라고 잠시 풀어주고, 이때 잠시 틈을 이용해 둘은 주점을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그동안 못본 걸 보상받기 위해 아주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두달 후에 결혼한다.


"아옌데"의 당선으로 인해 네루다는 파리 대사로 임명되어서 그곳을 떠났지만,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장모와 함께 티격태격 하지만 재미있는 삶을 이어간다. 네루다와 마리오의 관계는 이제 몸은 멀리 있어도 서로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사이가 되어 있었다. 어느날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녹음기를 하나 보내고, 자신이 머물렀고 너무나 행복했던 '이슬라 네그라' 의 소리를 녹음해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건강이 많이 안좋아진 네루다는 다시 시골 마을로 돌아올 수 있을까?

[먼저 바람에 울리는 작은 종들의 가냘픈 소리를 녹음하게. 그리고 다음엔 큰 종 줄을 대여섯 번 잡아당기라고, 종, 나의 종! 바닷가 종루에 걸려 있는 종만큼 낭랑하게 들리는 말은 없지. 그다음에는 바윗가로 가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담아줘. 갈매기 소리가 들리면 녹음해 주고. 밤하늘의 침묵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까지도.] P.108



또 한번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네루다가 그토록 바라던 노벨문학상에 당선된 것이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마리오는 장모님의 주점에서 또한번 파티를 개최한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라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만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P.131



어느날 저녁 마리오는 네루다의 집에서만 나는 큰 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네루다가 다시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온 것이다. 프랑스 대사로 있어야 할 그가 돌아왔다는건 무슨 일이 생겨서일텐데...마리오는 반가움 보다는 걱정이 앞서서 바로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네루다의 부인으로부터 네루다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몇일 후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죄파연합에 반대한 쿠데타가 일어나서 국가가 전복되고, 핵심 요직에 있던 네루다는 강금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네루다를 만나고 싶던 마리오는 그에게 전달할 편지들을 가지고 그를 찾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몰래 네루다를 만난 마리오는 네루다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짐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강금된 상태에 있는 네루다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몇일 뒤 산티아고로 옮겨져서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쿠테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군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네루다의 장례행렬에 폭동이 일어날까봐 이를 감시한다. 게다가 네루다와 친했던 마리오를 연행까지 한다. 과연 네루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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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
---------- P.158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하긴 했지만 너무 좋은 작품이다 보니 괜히 리뷰를 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직접 읽어봐야만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 당시 칠레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풍자, 그리고 피블로 네루다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까지 완벽한 작품이다.


Ps. 과연 메타포란 이런거군 이란 생각도 해봤다. 메타포로 이 작품을 표현해 보자면 (1분간 고민..) '칠레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잔연하게 그을린 종소리' ? ... 리뷰 그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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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ang1001 2022-07-10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책에 당선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7-10 10:19   좋아요 1 | URL
thkang님 매번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7-10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7-11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와 마리오의 이야기, 감동입니다.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용**

새파랑 2022-07-11 06:3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한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2-07-11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작품의 영화
화면 가득 새파랑임 ^ㅅ^

새파랑 2022-07-11 06:37   좋아요 0 | URL
파랑은 못참지요 ^^ 스콧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독서괭 2022-07-1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네루다로 되셨군요.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7-11 18:38   좋아요 1 | URL
저번달은 운이 좋았습니다 ㅋ 이번달은 좀 포기 입니다. 책을 못읽고 있네요 ㅜㅜ 독서(천재)괭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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