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소설전집 10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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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의 최후를 본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대게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작가들로, 사후에나 그의 작품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고가에 팔리기 마련이다. 반 고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주인공은 은근히 사모하고 있었던 옥 선생의 쓸쓸하디 보이는 죽음을 보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까? 

옥 선생이 그렸던 나목은, 직접 보지 않아서 그 느낌이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소에 내가 잎이 다 져 버린, 곧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은 나목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상상해 보았다. 공허감? 쓸쓸함? 패배감? 아니다. 대충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의미가 떠오르지만, 그 나목은 결국은 다음 봄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초라하게 한 외유내강의 모습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인공은 그 그림을 보면서 쓸쓸함을 느꼈지만, 나중에 그의 전시회에서 다른 이의 소유로 넘어간 그 그림이 사실은 굳센 외유내강의 기질을 표현했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당시의 사회상을 동시에 그렸던 나목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당시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었던 그 환경이며, 그 상황에서 점차 개화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며 세월의 풍파는 누구도 빗겨나갈 수 없음을 알았다. 과거 폐쇄정칙을 고집했던 흥선대원군과의 뜻과는 반대로, 점차 서양인들을 반아들이는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내가 당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지켜오던 그 문화가 한순간에 밀려나고, 외국 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차음 준비를 시작하는 혁신적인 사람일까. 당시를 생각하며, 나목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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