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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개성상인 1 - 물의 도시로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의 <한복을 입은 남자>. 임진왜란이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이 그림이, 왜 서구에서 그려진 것인지 알 길은 거의 없었다. 루벤스는 주로 서양의 귀족 인사들의 초상화를 그렸으니, 우연히 그곳으로 가게 된 조선인일지라도 여간해서는 그 모델이 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서양에서 탄탄히 기반을 잡고 고위 인사가 된 조선인이 있다는 소리인가? 오세영 작가는 이탈리아로 노예 신분으로 갔던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사람의 기록과, 알비 마을에 코레아라는 성을 쓰는 사람이 있으며, 그들이 자신이 한국인의 후예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종합하여 역사적 인물인 안토니오 코레아의 '베일에 휩싸인' 부분을 임의로 추측해나가기 시작했다.
개성상인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내가 좋아한 사람들이었다. 사농공상에 의해서 상인들이 가장 천한 대우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상업이 성행하지 못했다지만 그 기술마저 천박한 것은 아니었다. 송상이라고 하여, 개성에서 주로 인삼 재배등으로 활약했던 상인들은 이미 회계술, 의리 등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던 상인이다. 그리고 우연히 이탈리아로 건너 가게된 송상의 이야기를 들어서, 물과 상업의 도시 베니스에서 상인으로 뛰어나게 활약하게 된 안토니오라는 인물을 그린 것이다.
우연히도 이탈리아까지 가게 되었으며, 또한 본시 능력이 뛰어나기에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아버지에게서 전수받은 상업 기술과 위기대처 능력을 잘 활용하여 델 로치 상사의 대리인으로까지 승진해, 베니스에 닥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그 중심 인물이 되기까지 이른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현실적인 인물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 조선인, 아니 동양인으로서 거의 유일하게 서양에서 자리를 잡은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상상해보면, 역사적으로도 그의 행적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코레아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것도 그의 능력이 뛰어났기에 자손이 무사히 퍼뜨려질 수 있었으리라.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나라가 교황청으로부터 파문을 당해 물건 자체를 팔 수가 없는 상황에서, 나폴리라는 나라를 통하여 물건을 팔아치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 그 과정에서 생긴 위험을 나폴리 총제를 설득하여 위기도 무마시킨다. 과연 이러한 인물이 앞으로도 어떤 활약을 할지, 2권이 매우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