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2
오채 지음 / 비룡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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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장났다는 표현이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육지에 대한 환상을 품고서 섬을 빠져나온 엄마. 그 엄마는 특별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를 침으로써 돈을 벌고, 순진하면서도 똑똑한 남자만을 골라서 이용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을 붙잡기 위해 자식들을 하나씩 낳지만, 결국 남편들은 모두 자유를 찾기 위해 떠나간다. 이 엄마와 자식들은, 그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스스로 결코 행복하다고 여기지 못한다. 고장났다. 이들의 삶은, 이들의 마음은. 

부유층의 곗돈으로 투자를 했다가 돈을 날려서 결국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섬으로 피난온 엄마와 두 자녀. 이들은 이 섬의 세 명뿐인 거주민과 함께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사이에 돈도 모아야 했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이 가라앉을때까지도 기다려야만 했다. 엄마가 그 사이에 생각해낸 것은 또 엉뚱하기 짝이 없다. 거의 몇십년간 연락도 안 하고 지내온 할머니의 하나뿐인 가보를 팔아서 돈을 마련할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이 철 없어 보이는, 하지만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 사람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일을 저지를까? 그녀가 한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다 주는지는 알고 있을까? 

박초아와 박청록, 그리고 그들의 혀영심 많은 엄마는 솔섬에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젊고 순수한 춘남이 아저씨는 할머니를 보필하면서 쾌활하게 지내고, 춘남이 아저씨의 어릴적 친구의 아들인 시호는 좋은 두뇌를 가지고 있음에도 교도소에 간 아버지로 인해 스스로 섬에서 일하며 대학에 갈 학비를 벌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와, 이들이 섬에서 겪을 일종의 외로움을 생각해볼 때, 이 세 사람은 도시에 있으면서도 느끼는 그 독특한 소외감만이 전부는 아니었음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솔섬에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밭에서 난다는 도자기에 그 희망을 걸고서 보물찾기를 시작한 사람들. 이들은 진품명품 감정팀까지 불러서 그들이 가진 보물을 감정한다. 하지만, 결과는 정말 의외였다. 신은 항상 문제 옆에 열쇠를 숨겨놓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항상 주변에 있음에도 전혀 열쇠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의외의 답이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허탈함 속에서도, 엄마와 두 자녀는 돈을 마련해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솔섬을 떠나면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섬에 남아서 할머니와 함께 자연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쉽게 내버려 두지 못해 결국 도시로 가게 만들었다. 이들은 다시 강남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소외되기 쉽겠지. 하지만, 그들은 그 섬에서의 여름날을 기억하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마련할 것이다. 나는 어떨까? 이들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나 또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용기를 마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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