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에는 참으로 다양한 시련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온갖 가난으로 인한 삶의 고초를 겪고, 삶의 터전을 빼앗겨 이곳으로 몰려온 이들의 이야기. 10원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작은 것에도 그토록 기뻐하는 서민들의 이야기. 이것이 바로 양귀자가 들려주는, 원미동의 가난한 사랑 이야기였다.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원미동 사람들의 단편 중 하나인 '일용할 양식'이 이 책의 첫만남이었다. 형제 슈퍼와 김포 슈퍼의 대립으로 밑천 잘라먹기식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긴장했었고, 이들의 싸움이 커질까 긴장도 했었다. 또한, 두 슈퍼 사이의 싸움은 말릴 생각도 않고 그들의 가격 경쟁에 작은 이득을 본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싱싱 청과물이 공격을 당하고 리어카 행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 동정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가난으로 인해 그리 썩 좋은 생활은 하고 있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그들의 앞에 희망만이 놓여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들이 다양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이 책을 단순히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 책은 분명히 그들의 고통과 시련을 내게 말해주고 있었고, 나 또한 그들이 매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미동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들은 단순히 삶의 고통 앞에 좌절하고 있는 패배자가 아니다. 우리가 겪는 인생의 어느 특정 부분을 겪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윤회설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은 항상 다시 태어나고, 그 태어날 때의 운명이 항상 달라서 전혀 다른 삶을 겪는다는 것을 말이다. 원미동 사람들은, 스스로가 부자가 아님을 슬퍼하면서도, 그들의 삶에 있어 기쁨과 집착도 어느 정도 있지는 않겠는가? 비록 오늘 하루의 힘듦, 사람들의 무관심한 시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이 운명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믿는 스스로의 마음에 가쁨을 얻지 않았던가? 원미동 사람들은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책도 얼른 읽고싶어졌다. 원미동 사람들은 그래도 가난한 빈민층의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고기는 먹고 살 수 있는 내가, 고기 냄새를 맡고 괴로워 하는 가난한 빈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나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도 읽어보면서, 좀 더 삶이란 것에 대하여 다양하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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