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북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0
최일남 지음, 백석봉 그림 / 이가서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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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마살이 끼어, 북 하나를 들고 온갖 사람들의 안방을 드나들며 북을 쳤던 민 노인의 이야기. 떠돌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에게도 굶고 있는 처와 자식이 있었다. 그들은 미군들이 준 꿀꿀이 죽으로 연명했고, 아들은 그런 비참한 상황속에서 자수성가하여 명예와 실리를 중시하는 고급 공무원으로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란 존재는 일종의 콤플렉스와 같았다. 어릴 적 자신을 챙겨주지 못한 떠돌이 북쟁이는, 앞으로의 삶에 있어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안될 존재와 같은 것이었다. 

책 속에서 민 노인의 아들은 이 늙고 힘없는 노인을 부인과 함세하여 몰아세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친구들이 올 때마다 암묵적으로 쫓아내고,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민 노인을 험악하게 바라보는 그 시선에는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예술가의 혼을 지녔다고 하지만, 이 북쟁이는 분명하게도 그의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살았던 것이다. 아들은 그러한 아버지가 언제쯤 자신을 구원하러 올 지 세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일어났을 때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분노가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민 노인의 손자가 노인과 소통하는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세대 간의 갈등이 격세대를 통하여 해결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마치 현대 시대의 역마살 낀 사내처럼, 손자 성규는 탈춤에 흥미를 가지고, 데모에 참가하기까지 한다. 당연히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민 노인의 아들 민대찬과 송 여사의 민 노인을 향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아들은 말했다. 왜 자신을 북쟁이의 아들 따위로 낮추어서 평가되도록 만드냐고. 그랬다. 그의 명예란 것은 일종의 편견에 휩싸여 있었다. 진정으로 북의 소리를 이해해주는 것 같던 그의 친구들이 모두 그를 빈정대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모든 탓을 민 노인의 것으로 돌리고 만다. 성규는 말했다. 아내와 손자를 버리고 나간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은 예술혼이란 것에 의해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만약 나였다면, 이 떠돌이 북쟁이가 아버지였다면,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 만약 용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에게서 북을 빼앗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같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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