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먹는 사람들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5
신경숙 지음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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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영화로서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맞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루게릭을 앓아서 점점 자신의 몸을 잃어가는 남자와, 그 남자 곁을 지키면서 떠나지 않는 여인. 결국 남자는 떠나지만, 마지막까지도 아름다운 사랑이 끝나지 않는 영화. '그 사람이 병동에서라도 살아있다면, 삶에 큰 활력이 된다'는 책 속의 말을 읽고 떠오른 영화였다. 

화자는 6남매를 둔 부부의 딸이다. 무명가수인 그녀는 주변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뇌 속에 석회질이 떠 다녀 수면 장애를 겪고 언제 임종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비록 말 없고 무뚝뚝한 아버지였지만, 가장 화를 잘 내는 큰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는 소리에 눈물을 쏟았다. 성인 어른이라도, 사랑하는 혈육을 잃는다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아플 것이다. 음반계에서 일하며 만난 윤희 언니는 위암으로 남편을 잃는다, 비록 병동에 누워서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기 힘들지라도, 그 앙상하고 마른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을 때면 활력을 얻고 일할 수 있다는 그 사람. 어릴 때 화자가 감싸주었던 고아 소녀는, 커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제 세 살이 된 아이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서운 질병인 소아 당뇨를 앓고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병을 앓는 사람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사라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하고 고민한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러한 면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자들의 고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병실에는 여러 종류의 환자들이 있다. 몇 년째 요지부동인 환자들, 서서히 병이 몸을 잠식해가는 환자들, 죽는 이들, 꿈과 희망을 잃은 소녀. 그들도 멀쩡했을 때에는 소소했을지라도 목표를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그 목표를 머릿속으로만 되내이다가, 그 목표마저 사라지고 공허한 삶밖에 남지 않는 그 순간은 어떠할까? 

화자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을 보며 생각한다. 이들은 몇 알의 감자로 도대체 어떤 저녁식사를 하는 것일까? 고된 노동 끝에 얻게 된 거친 손으로, 작고 거친 감자를 먹는다. 우리의 삶도 거칠어진 손으로 볼품없는 식사를 하는 이들의 삶 같지 않은가? 비록 감자밖에 없는 식사일지라도, 이들은 그들 앞에 놓인 저녁 식사 앞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아마도 내일은 바뀔지도 모르는 삶에 대한 애착같은 것이 있다. 이들은 내일을 꿈꾸며 감자를 먹는다. 나는 감자 먹는 사람이다. 볼품없는 감자를 보면서도 수확의 기쁨을 맞이하는 볼품없는 농부이다. 그렇지만, 내일의 무미건조한 삶을 한탄하는 귀족 대신, 내일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가난한 농부가 더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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