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장 길었던 하루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1
박범신 지음, 윤석호 그림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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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는, 분명 가장 길고 추운 겨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매서운 바람은 우리 국토에서 만든 쌀을 훔쳤고, 우리에게 슬픈 삶을 살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거름에나 쓰이는 콩깻묵. 현대 생활에서는 콩도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데, 이 콩 조차도 찌꺼기만을 먹으라고 가져다준다. 이러한 삶을 살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들은 방직 공장에서 착취당하면서도, 남들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산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만화를 통해 그려낸, 한 소녀의 '그 해 가장 길었던 하루'는 방직공장을 가기 싫어했던 순진한 소녀 순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 집안도 참으로 불행하기 짝이 없다. 아버지는 장돌뱅이에 돈을 번답시고 팔도를 떠돌고, 어머니는 연속으로 딸만 낳고 있다. 순임이, 순명이, 월자 등 여러 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임신 중에도 악착같이 일한다. 그러다가 순임이와 순명이를 돈을 벌리기 위해 방직공장으로 보내려 했지만, 이 어머니가 본 것은 병이 들어 수척해진 옆집 딸의 모습이었다. 방직 공장의 모습에 대해서는 대충이라도 알고 있다. 마치 노예와도 같은 삶.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을지라도, 월급 받고 착취당하는 노예나 월급 받지 않고 착취당하는 노예와 다를 바가 없다. 어차피 자신의 몸을 타인의 행복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 딸들은 어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썩혀가며 일하고, 계란 한 개를 벌기 위하여 광목을 훔쳐내기도 한다. 

딸을 부지깽이로 악착같이 때리면서도, 물집 잡힌 부르튼 발에 쑥을 발라주는 어머니의 사랑은, 아무리 힘든 일제 강점기였을지라도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딸을 사랑하고, 방직 공장에서 피를 토해가며 일할 딸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이 더 열심히 일하려는 어머니. 이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때 고생한 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딸들과 아들을 위한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 땅에서 착취당하고 고생했기에, 이제 다시는 그러한 삶을 겪어서는 안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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