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룽일가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22
박영한 지음, 강웅승 그림 / 이가서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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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의 소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이란 인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그 책을 읽지 않고서도, 오직 이 책만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끔찍이도 부려먹고, 그들과 잘 화합하지 못하며, 자기 고집이 강한 끔찍한 구두쇠였으리라. 그리고 말년에는 새로운 로맨스를 찾으려다가 배신당하고 슬퍼하는 외로운 인물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주인공 필용 씨는 딱 그런 인물이었다. 시집온 아내를 부려먹고, 배고파서 밥을 더 먹으려하자 지게 작대기로 폭행을 한다. 그것 때문에 아이가 떨어지자, 아이는 곡식을 축내는 것일 뿐이라는 말까지 한다. 이런 사람이 바로 수십 억대의 재산을 모은 인물, 필용이다. 비육을 위해 이 시골 마을로 이사 온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기 재산은 부풀릴 줄 알지만, 남에게 그 돈을 쥐어주기는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스크루지는 그나마 자신의 말년이 어떻게 될지를 유령들에 의해 미리 보고나서 자선을 베풀게 된다. 하지만, 필용 씨는 돈 때문에 화를 내고, 주변 사람을 쫓아내기에 이르게 된다. 분명 그는 재산을 불리는 데 있어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단지, 그 수완이 좋을 뿐 이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다. 결국 한 여자를 찾아 시작된 사랑은, 천둥 치는날 밤 여자가 통장을 훔쳐 달아남으로써 막을 내린다. 물론 그 여자가 훔친 것은 수많은 액수 중의 아주 일부분을 담당하는 돈이었으리라. 하지만 필용은 그 돈이 사라진 것보다, 세상엔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더 분노한다. 필용은 오직 그가 가꾸는 땅만을 미더워한다. 이들은 그를 속이지 않는다. 그가 보살피는 대로, 그가 사랑하는 대로 결과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는 사람 속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들은 어떻게든지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향해 입을 벌린다. 

구두쇠가 살아간 삶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을 것이다. 나는 어느 누군가에게 준 만큼 받지 못한데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Give and Take를 당연시한다. 준 만큼 받으려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도덕에서도, 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기에 '남에게 준 만큼 자신에게 보상이 되돌아 온다'라는 말을 집어넣어야만 한다. 하지만 필용은 주고 받는 것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노동, 헌신을 이용할 줄만 알았지 그에 되갚지 못하는 자본가같은 사람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은 적어도 신념에 있어서는 옳았을 것이다. 필용, 그는 결국 돈에 재미를 보고, 돈에 쓴맛을 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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