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2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박물관이란 것을 보면 기분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박물관에 보관되어 수천 년 동안 버텨온 것들이지만, 언젠가는 사람들로부터 잊히게 되어 있는 것들. 그리고 완전히 잊히게 되면, 결국 잃어버린 기억들이 사는 세계로 사라져버리는 존재들. 우리가 잃어버려서 사라진 것들은, 아마 다시 찾으려해도 없는 이유는, 이미 우리가 찾을 수 없는 저 먼 세계로 떠나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억들을 훔쳐내어 두 세계를 모두 지배하려던 크세사노는, 그 야욕과 힘이 점점 강해져서 급기야 박물관 전체를 훔쳐내고,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되지만 금방 잊을 수 있는 기억들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훔쳐내었다. 나는 지금 중요한 것을 잊지 않았는가? 내 머릿속을 떠난, 떠나서는 안될 슬픈 기억들이 이미 이 세상을 떠나진 않았을까? 내가 흘려보낸 기억은, 그렇게 조각조각나서 흘러나갔다. 

기억이란 존재가, 지금 나에게는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내 과거를 회상해 보았을 때, 내가 잃어버린 기억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편적인 기억들 사이에서 별로 자극적이지 못했던 기억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과거의 황홀했던 순간들, 고통스러웠던 순간들도 모두 하나씩 떠나간다. 이제는 내 꿈도 소중해진다. 자고 일어난 직후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생각해내려 애쓰지 않으면 그 꿈은 영영 잊혀지고 만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 내가 꾸었던 모든 것들이, 주인을 잃지 않은 채 그대로 나에게 남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새해를 맞이함으로써 그의 손길이 닿은 것들은 모두 그의 암흑 속에 가리워질 뻔했지만, 폴락 가의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투쟁을 하였기에 고대에 죽어서도 자신의 욕망을 황금상에 남겨 그대로 실현한 크세사노의 야욕을 막을 수가 있었다. 비극적인 기억을 빼앗기더라도, 이 기억도 추억하는 그 순간은 기쁨이 되는 그 기분을 느낄 수조차 없게 만드는 그를 기억하는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잃어버린 기억들이 사는 그 곳, 아마도 그곳은 내가 평생에 걸쳐 가고 싶어할 장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내가 그곳에 간다면... 내가 잃어버렸던 소중한 기억의 물결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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