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비룡소 클래식 14
생 텍쥐페리 글 그림,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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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정찰 중에 행방불명되었다는 작가, 생텍쥐페리. 그는 정말 기이하고도, 꽤 낭만적으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나는 그가 필히 영혼이 매우 깨끗한 사람이리라 생각했다. 그가 들려준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소행성 B-612에서 왔다고 하지만, 어쩌면 이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붙인 이름은 어른의 이름과 같이 느껴졌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의 이름은, 조금 더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어린 왕자는 여러 종류의 별들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전 우주를 자신이 다스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왕, 모든 별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하는 사업가, 불을 키고 끄는 가로등지기, 허영심 많은 남자, 술꾼, 지리학자... 이들은 모두 어른이었고, 어른이 갖출 수 있는 다양한 형태, 그러나 그 본모습은 모두 같다고 할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남들로부터 허황된 박수 갈채를 원하고, 다스리지 못하기에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 스스로 다스린다고 착각하는 사람처럼... 이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남들이 자신의 말에 가끔씩 귀기울여줄 때,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서 허황된 꿈을 가지는 사람들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어린 왕자는 지구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똑똑한 여우를 만나면서, 관계를 가진다는 것에 대하여 나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여우는, 첫날부터 어린 왕자와 친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처음에는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나날이 그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결국 서로가 필요해진다는 말이다. 지구 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것을 한 국가, 아니 한 도시로 축소시키더라도 나와 같은 종이라 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잇는 사람은 매우 많다. 그들 중에서 나와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진정한 친구 또는 연인이 되어서 서로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고, 헤어져 있으면 진심으로 그리워 하는 관계는 몇이나 될까? 

사람들이 왜 이 작품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그 전에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나는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린 왕자가 내뱉은 말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 같다. 그는 나에게 있어 잃어버린 과거를 가져다 준 은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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