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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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이용한 인간의 심리 해석은, 처음 접했을 당시 내게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모든 소년에게는 아버지를 대신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여 어머니를 영위하고픈 욕망을 가지고 싶다? 아무리 봐도 이건 미친 내용이다, 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의 해석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의식이 있는 나에게는 그러한 생각이 든 적 없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지적했다. 이 콤플렉스는, '무의식'에서 강하게 발현된다고. 때로는 이 무의식의 힘이 매우 강하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의식은 신체 일부를 완전히 지배하고, 컨트롤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사람의 꿈을 통해서 정신 분석을 한 '꿈의 해석'으로 유명하다면, 이번 편에서는 가상의 인물, 스트레섬 영거 박사와 함께 살인 사건을 해석한다. 꽤 두꺼운 분량인만큼, 매우 커다란 미스테리를 안고 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죽은 매혹적인 여자, 엘리자베스 리더포드 양의 죽음과 노라 액튼 양의 죽을 뻔했던 사건. 그리고 중국인 레온의 집에서 발견된 엘시 시겔의 시체. 잠함에서 잠함 관리자 말리를 살해한 사건, 그리고 정신병원을 탈출한 정신병자, 해리 소. 이들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미국으로 건너온 프로이트를 방해하는 세력과, 이 살인사건은 분명 일련의 관계가 있을지도 몰랐다.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내 작은 두뇌는 역시 역부족이었다. 탐정의 명쾌한 해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이 사건들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두 세번 반복해서 읽었을때, 비로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그 이유를 프로이트식 해석으로 해결했다. 

스트레섬 영거 박사는 햄릿을 이용하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새롭게 해석했다. 아니, 이것은 아마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한 내용이리라 생각된다. 작가는 햄릿의 'To be, or not to be'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한 '존재하느냐, 아니면 존재하지 않느냐', 곧 죽느냐, 사느냐로 해석한 것과는 달리, 햄릿의 앞 문장을 인용했다. not to be의 있지 않음은, 두 번째 의미, 곧 'to seem'의 뜻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보인다니요, 어마마마? 저는 보이는 것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햄릿은, 슬픈 것처럼 보이는 것, 'seeming'을 증오했다. 결국, 그의 뜻은 'to be or to seem', '그대로 있을 것이냐, 아니면 그렇게 보일 것이냐'라고 해석한다. 여기서 to be는 행동하지 않음, 곧 not to act가 된다. 마비된 햄릿은, 행동하지 않은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삼촌을 속이려고 연기를 했다. 

그러면 이 내용을 통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이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은, 프로이트가 정신 분석이라는 거울을 이용해 그 상의 좌우가 반대된 모습을 보고 해석한 것이다. 동굴에서 그림자만을 보고 판단하는 플라톤의 죄수보다는 나았겠지만, 그는 뒤집힌 상을 보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어머니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한 아들에 대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두 사람의 무의식적인 적대 관계를 반대로 보았다. 물론, 나는 한 사람의 깊은 고민에 의해 생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재해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햄릿의 to be, or not to be에 대한 재해석은 하나의 훌륭한 가설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살인의 해석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다. 이 사건은 형사의 공로가 컸지만, 정신 분석을 담당한 의사들의 노력이 결국 최후의 범인을 잡는데 성공했다. 밴월가와 액튼가에 얽힌 복잡한 관계. 이 미묘한 관계를 풀 수 있을 때, 비로소 해법은 보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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