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섬 미도리의 책장 2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곤도 후미에의 처녀작 추리소설. 현재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독자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대표작은 단순한 연쇄 살인이 아닌,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 얽혀서 이루어진 살해가 플롯을 구성한다. 8명의 일행이 섬으로 떠나는 여행,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만취 상태에서 기분 좋게 7일간의 휴가를 보내려던 그들은, 이튿날 시체 한 구를 발견하고 긴장감 도는 공포의 7일간을 기다린다. 

작가는 그 때 8명 각각이 처한 상황을 이용해서, 한 명 한 명씩 살해당할 수밖에 없고, 화가 난 모터보트 조종사가 열쇠를 바다 속에 던져넣게 한다. 이로써 모두에게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화자조차도, 우리가 그녀의 시점을 믿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범인이 될 수 있다. 죽은 사람의 현장에는 항상 그녀가 홀로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열쇠를 버린 사람도 당연히 의구심이 든다. 열쇠를 버림으로써, 그 자신이 용의자가 될 수도 있지만, 당연히 모두를 섬에 고립시켜 계획을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는 빠른 전개와 항상 감도는 긴장감 등으로 인해 독자가 범인이 누군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항상 누군가가 죽을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너무 뻔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립된 상황에서는 모두가 붙어 있어야만 살인자의 살인을 막을 수가 있는데, 이들은 그것을 모르는지 스스로 탐색을 벌이면서 서로 떨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만 바뀌었다면, 당연하게 읽고 넘어갈 매끄러운 부분이 계속되었을 수 있었기에 조금 안타까웠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차라리 모두와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에서 마지막에 탐정 역할을 했던 이도 이렇게 말한다. 이 연쇄 살인은, 사랑하기에 죽였던 동반 자살인 셈이라고. 

섬에서의 살인이라는 주제는 항상 특별하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의 연쇄 살인은, 항상 제 2의 범인의 가능성을 두고 있기 때문에 범인을 유추해내기가 매우 힘들고 복잡하다. 하지만, 섬에서는 항상 소수의 용의자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쉬운 추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 명을 용의자로 선정한 후 내용을 읽지만, 뜻밖의 허점이 우리의 뒤통수를 강타하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살인이 일어나자마자 당장에 모두에 대한 불신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소 몇 년은 같이 해왔을 소중한 친구나 연인이, 어느새 자신을 죽일 이유가 가장 타당한 용의자로 바뀌어 있다. 보트를 타고 누군가 나가려 하면, "저 사람이 범인이면, 우리를 섬에 고립시켜 죽게 만들지도 몰라!"라는 말로 제지한다. 이 책을 읽는 묘미란, 당초에 죽은 사람 이외에는, 아니 이미 죽은 사람 조차도 용의자 목록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마음 속에서, 서로간의 단단한 껍질을 깨지 못하고 그렇게 엉뚱한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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