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클럽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6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대 소녀가 겪을 수 있는 온갖 사랑의 종류란 것들을 총망라한 책. 열일곱 살이란 어린 나이에 진실한 사랑을 찾고, 반의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그 짝사랑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연예인을 사랑하고, 동성애에 눈을 뜬 여자들의 이야기가 모두 모여있다면, 정말 믿겠는가? 

화자는 '윰'이란 별명을 고집하는 최유미. 사람들은 그녀를 인간관계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아마도 넓은 오지랖을 가진 그녀였기에 가능한 별명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솔직함을 앞세우고,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그녀는 뜻이 맞는 동지들을 모아서 자신의 옥탑방 멤버로 규합한다. 제빵사에 재능이 있을걸로 예상되는 토란, 예쁜 미모를 가진, 천재적인 두뇌형인 연두, 그리고 뮤지컬 배우가 꿈인 맵시있는 주은. 이렇게 특별하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친구들이 만나서, 17세라는 성장기를 이겨낸다. 

다양한 사랑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마치 무지개같은, 다양한 빛깔의 감성을 지닌 이야기가 이렇게 술술 쏟아져 나올 수 있단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동성애를 둘러싼 문제가 이 책의 주요 핵심 중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그 주변 이야기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아람과 가영, 정말 서로를 좋아하지만 이반 사냥이라는 명목 아래 자살 시도와 전학까지 하게 만드는 그러한 남들의 잔인한 탄압. 그들 스스로 살아가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우리에게 피해 한 번 끼친 적 없는, 단지 혐오스럽다고,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힌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윰이 한때나마 목표를 가지고 연습했던 레포츠, 카이트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도록 만드는 이 레포츠는, 20세, 곧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이에 멀리 훌쩍 날아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대신 짊어지고서 하늘을 날아주었다. 정말 묻고 싶다. 우리는 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고작 세 살 차이에, 그것도 더 점잖아 보이는 조선 시대에서 가능했던 일들이 더 개방적이어야할 현대에서 더 배척당한다는 모순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그녀들은 줄리엣이 되어 데리러 올 로미오를 꿈꾸고 있었다. 언젠가 그들은 그들에게 걸맞는 로미오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사랑이란 것들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