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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첩보 소설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하버드에서 쓰이는 교과서적인 책이란 사실은 나에게 위압감과 부담감을 약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생을 위한 책이면 어떠리, 라 생각하면서 첩보 요원들의 현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리머스. 영국 스파이의 요원이었던 그는 그의 중요한 부하들을 모두 잃었다. 문트라는 작자로 인해 그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역스파이들 대다수가 암살을 당했고, 그는 알콜 중독자가 되고 점점 친구를 잃어가면서 어느 순간에 직장에서 잘리기까지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은 매우 뛰어난 반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마지막까지 나는 두 번이나 이 책으로 인해 크게 속았다. 이중 반전은 몇 번 겪어보지 못했던 커다란 구성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역이용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챈다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책을 읽는 순간 순간이 정말 긴장되었었다. 이 책에서 액션 장면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당장의 싸움으로 인한 긴장이 아니다. 이것은 정신적 긴장감에 의한 압박감인 셈이다. 리머스와 피들러, 문트, 리즈 이 네명의 중심 인물을 둘러싼 이들의 대화와 심문은 서로간에 대한 공격 루트를 형성하고, 서로를 이용하려 했던 셈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어떤 사람의 일상이라는 사실에서 놀라웠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간첩들이 모두 정권에 의해서 조작되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사형당하기까지 했던 사례들을 살펴보고서 거짓 간첩을 만들어내는 사회가 안타까웠다. 아마 이 책은, 그러한 안타까움이 곁들여진 책이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