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II
아트 슈피겔만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리뷰를 두번째로 쓰는 까닭은, 어릴 적에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과, 지금 이 책을 읽고서 느낀 감정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성장하면서 나는 이 책의 어떤 새로운 코드를 발견하였는가? 

2권의 부제는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되었다'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유태인들의 죽음이나 주인공의 커다란 고통에 대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왜일까? 나는 그 이유를 쥐로 택했다. 우리는 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증오할지도 모른다. 그 커다랗고 끔찍하게 생긴 쥐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기겁을 할 것 같은 형상이니까. 이들은 사람몸을 가졌지만, 결국 내 눈은 이들을 수백만마리의 쥐들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인간이 아닌 것으로 묘사되고 난 이후에, 난 그대로 그들이 그대로 쥐라는 것을 인정해버렸다. 

블라덱은 전쟁 후의 삶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물론 그가 원래 갖고 있던 성격의 영향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그는 매우 성실하고, 무엇이든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배우고 모아들였다. 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로빈슨 크루소가 떠오른다. 그 이유는 모르지만, 로빈슨은 자기 자신이 가진 것들만으로 무인도를 완전히 정복하였고, 그는 사방엔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무인도에서 살기 위한 자신의 삶을 개척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공통점이 없어보이지만, 한 번 이 책을 읽어보라. 자연히 로빈슨이란 단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정말이지 솔직하게 만들어진 장편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보고 난 느낌이다. 쥐 한마리의 삶이 지금도 눈 앞에서 흐르듯이 옛날 비디오 테잎처럼 상영되고 있다. 정말, 내가 이 책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을 때, 다시 한번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을 내 자신의 모습이 상상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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