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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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이란 제목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결국 이 책을 보게 만들었다. 고령화가족. 젊은 시절 참패를 겪은 그들이, 사오십대가 되어서야 이 고난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늙어서 꿈과 희망을 찾고, 자신의 길을 다시 걸으려는 시도를 하려는 사람이 이 대한민국에는 얼마나 될까? 제작비 20억원을 날린 영화감독이라 불리운 주인공, 별 몇개를 달고서는 돼지처럼 빈둥대는 그의 형 오함마, 남자 밝히는 년이 된 동생. 그리고 비록 지금은 매우 착한 어머니로 보이지만,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는 어머니. 자식들은 50대, 어머니는 70대인 이 새로운 발상의 이야기는, 젊은이 못지않은 멋진 판타지를 제공한다. 

젊을 때에는 싸움 좀 했고, 한번 분노하면 뭐든지 집어던지는 해머같은 존재였기에 오함마라 불린 그는 이제 120kg가 넘는 녹슨 탱크와 같다. 그런 그는 어머니의 집에 눌러 살다가 갑자기 집에 들어온 다른 형제들에 의하여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헤밍웨이와 아무래도 깊이 연관이 있는 걸로 보아, 작가도 헤밍웨이를 매우 좋아했던 것 같다. 작가중에서도 유일하게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가장 자세하게 설명해고, 그의 문학이 곳곳에 베여있다. 헤밍웨이는 정점에 서서 비싼 총을 들고 사냥을 하러다니는 전형적인 부자였고, 오히려 그런 생활을 이기지 못한 그는 결국 권총 자살을 한다. 하지만 그의 문학은 살아있었다. 녹슨 탱크 오함마는 버려진 헤밍웨이 전집중 노인과 바다를 읽고서, 마치 노인에게 잡히고 상어에게 뜯긴 청새치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다시한번 제 인생을 찾으러 떠난다. 

처음 주인공의 묘사만 살펴보면, 이 오함마란 인물은 참으로 인간 말종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을 패서 불구로 만들고, 강간죄에, 온갖 범죄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범죄자들이 나쁜 심성으로 그런 일을 저지른게 아니란 사실이다. 그의 동생이자 이 책의 화자인 오 감독을 위하여 그는 사람을 팬 것으로 죄를 뒤집어쓰고, 다른 사람을 꼭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막상 칼을 들지 못했다. 강간을 했을때는 자기가 그 여자를 사랑했으니, 그 여자도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는 솔직한 고백이 그의 삶이 어떠한가를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여동생의 딸을 찾기 위해 바지사장까지 되었지만, 이대로 감옥에 가서 썩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을 바지사장으로 세운 그 머리 좋은 약장수를 속이고, 한몫 챙긴 다음에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의 옆에는 그의 순수함을 알고서 그와 함께 떠난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늙었다고 지금 내 인생의 반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잘못된 길에 들었으면, 오던 길로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해보면 된다. 인생의 끝과 막장은 없다. 이 늙은 가족은, 늘그막에서라도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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