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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ㅣ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평점 :
뚱뚱해서. 못생겨서. 장애라서. 단지 그 뿐이라서 남들이 다 누리는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 책 표지를 보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어머니의 몸매였다. 너무 닮았어라는 내 말에 어머니는 그런가 하고 웃기만 하셨다. (웃으실 게 아니라 운동 좀 하시라니까요) 뚱뚱하기에 시선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얼핏 보았던 구절이 떠오른다.
'넌 사랑할 수 없어.' '왜지?' '넌 못생겼으니까.'
우리는 왜, 보기가 괴로울 정도로 못생긴 사람이 연애를 했다고 하면 무조건 소설이며, 가짜라고 말하는가? 소설로 읽으면서 '아, 난 적어도 이 책속의 못생긴 사람보단 나으니까 아주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거야.'라며 만족감을 느끼고, 막상 현실에서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멋진 사랑 이야기를 부정한다. 이금이 작가님의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란 이름이 붙은 소녀, 이봄. 표지의 주인공은 그녀다. 한눈에 썩봐도 아름답고 멋진 몸매인가?
수 많은 책에서 다루는, 석기 시대의 비너스 상에 관한 모습을 보고 오늘날의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이 뚱뚱한 여인이 그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의 비너스라고? 옛 사람들의 미의 기준은 '애 많이 낳고 건강한'여인이었다. 뚱뚱하면 우선 튼튼했고, 에너지가 많아서 많은 일을 해낼 수가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이니 풍요로움을 상징했던 시대에 따른 미인상.
그것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과도 같을 것이다. 오늘 날 음식은 넘쳐나고 비만 인구가 늘어나며,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 속에 날씬하다 못해 저체중인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의 되고 있으니 미인상이 변화를 해도 한참한 것을...
이 봄에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온갖 로맨스의 기운이 퍼져나오는 체코, 프라하, 까를 다리 등을 밟고서, 그녀는 매우 잘 생긴 대학생과 사랑 할 기회를 얻었다. 이런 뚱뚱한 여인에게 관심을 기울일 사람이 누가 있고, 또 그것이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지적이고 잘 생긴 남자가 되리라는 것을 누가 상상하겠는가? 모두 다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왜 거짓말이지? 뚱뚱하면 잘 생긴 남자랑 사랑하면 안돼? 모두 미의 기준이 똑같아야 하고, 못생겼으면 평생을 수녀처럼 살아가야 해?
삶의 모순을 톡톡히 집어내는 책이었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어른들은 생각하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해 진정 초연한지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생각된다. 외제차가 국내차보다 잘 팔리는 것은 단순히 성능이 좋아서란 말인가? 외향적인 것에 대한 가치 기준,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진짜 모순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해보게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