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어린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순수하지 못한 어른의 모습에 실망하고, 뭐든지 처음 알아가면서 아직까지 때묻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 반면 어린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막상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른들에게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뭇하는 그런 자들이라고 싫어한다. 이들에겐 조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쳐주고, 때로는 묵인해주는 그런 지혜도 필요하고,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동화는 <열려라, 맘대로 층!>이었다. 주인공인 어린 아이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데다가 집이 가난해서 학원같은데에도 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혼자 노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모든 층수 번호를 누르며 다니는 그런 놀이를 찾아내었고, 그러다가 어른들에게 혼나기 십상이었다. 그러면서 소년은 어느 날 맘대로 층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연히 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맘대로 가게들이 나타나고, 마음대로 물건들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소년은 그곳에서 당연히 온갖 물건들을 챙겼고, 그 곳의 경고 사항은 단 하나였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그리고선 소년은 시간이 아주 조금 남았을때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지만, 누군가가 층수를 모두 눌러 놓은 장난을 쳐 놓았다. 

멋진 이야기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저 아이는 엘리베이터로 장난치기를 좋아했으니까 벌 받은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내가 그 소년이었다면,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장난하지 않았을거야!" 라는 결론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그 아이들 탓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정말 그들이 그 상황으로 인해서 입는 피해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벌써 나의 자식이 생긴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의문이 든다. 이 책속의 코끼리 의사처럼 그냥 혼내가면서 위엄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야 하나? 아쉽게도 그 효과는 짧았다. 아이는 잠깐 순종하다가, 결국엔 다른 아이들처럼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를 내뱉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훨씬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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