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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관련 학습지, 내 참고서 등을 어떻게 구매하면 좋을까 들린 서점에서 심봤다. 열린책들 중 구매를 못했던 구판 할인을 하고 있어 13만원에 달하는 책을 구입해서 보따리 보따리 사왔던 책 중에 가장 끌렸던 책 중의 한 권인 이 책.
8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을 얼른 끝마치려면 명절 날에도 계속해서 읽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움직이는 차 안에서도 멀미를 어떻게든지 참고서, 끝을 보았다.(부모님은 시력이 나빠진다고 말리셨으나 물론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ㅋ) 이 작가의 시간여행은 매우 특별하다. 내가 즐겨했던 게임 중에서는 시간 여행을 하면서 역사를 바꾼다는 게임도 그 때에는 어떤 행동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는데 이 책속에서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이라도 미치게 되면 시간의 유동성에 의해 바로 어떠한 사건이 생겨나 버린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1년차 실습생 역사 연구가 키브린은 홀로 중세 시대로 가겠다고 한다. 위험등급 10등급이니, 어쩌구 하는 소리는 전혀 익숙치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조회를 해보니, 시리즈가 더 있었다! 물론 시간상으로는 이 책이 제일 먼저이지만, 출판된 순서로는 화제감시원이란 책과 함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란 것이 존재했다. 이 책 시리즈가 재미있다면 분명 난 이 책 시리즈를 모두 구입하고 말겠지, 란 생각으로 책을 마저 읽었다.
키브린이 과거에 가는 것은 무사히 성공했지만, 그 과정속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문제는 생기지 않을꺼에요. 만약 생긴다면, 예상치 못한 엄청난 일이 벌어지겠지요.”라고 말했었다. 그 점이 중요했다. 이들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생겼고, 과거로 간 키브린과 현대에 남아있는 기술자와 교수들 모두에게 문제가 닥치고 말았다.
작가는 엄청난 센스를 발휘한다. 마치 피브린이 과거로 간 것과, 기술자들에게 생겨난 바이러스의 원인에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만약 내게 글을 쓸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관련 없는 일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독자를 현혹하는 기술은 꼭 배워두었다가 잘 사용해야겠다.
키브린이 간 곳은 1320년도여야 했지만, 실제로는 페스트가 유럽에 창궐한 1348년도에 도착하고 말았다. 기술자 바드리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잘못된 년도를 쳐 넣은 것이다. 또한 키브린도 과거로 가기 전 바이러스와의 접촉으로, 과거로 가서 정확히 병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그 곳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안정을 찾아서 치사율 50%의 병을 무사히 넘겨낼 수 있었다. 페스트에 면역력을 지닌 키브린은 페스트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무수히 애를 썼으나 결국 그곳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죽게 되었고, 그녀를 구출하러 온 던워디 교수에 의해 겨우 현대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작가의 글은 과연 독자를 현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동안 노력해서 집필한 작품은 결코 어디 가지 않는다. 글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읽는 내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야기의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단 한 부분도 없다고 장담한다.)가 기습 공격을 하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를 모두 살 수 있도록 어머니를 설득해야 겠다는 집념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