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열린책들 세계문학 52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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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자주 고민했다. 이 책을 덮어서 책장에 넣어두고 묵혀야 하나, 아니면 마저 읽어야 하나? 내용은 흥미진진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현실적인 SF이지만, 문제는 과학적인 풍자들이 정곡을 찌른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네 명의 과학자들이 나온다. 키가 큰 물리학자이며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한 물리학자 스네고보이, 이 이야기의 화자이자 천문학자인 말랴노프, 생물학자 바인가르텐, 그리고 정밀공학자 자하르이다. 이들이 정확히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아직 어린 아이인 나에게는 전부 금시초문인 내용들 뿐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발견들이 대단해 보이긴 했다. 또 물리학자의 정확한 죽음의 원인은 알 수 없어도, 더 확실해진 것은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미지의 커다란 세력에 의하여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 그러한 발견을 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 이런 내용을 다룬다면, 미래에 인간이 외계인에 저항하며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으로 전개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형은 문학적 재능이 있고, 동생은 천문학자여서 SF 소설을 같이 지어온 러시아 대문호 스뜨루가츠키 형제와의 첫만남이다. 읽으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마지막에 이르기 전에는 그 누구도 범인의 정체를 확정지을 수 없었고, 그들의 연구를 방해하는 이 불가사의한 존재가 누구일지 가늠할수조차 없었다. 이들은 수준 높은 대화를 오가면서 그 대화속에 숨어있는 풍자적인 묘사는 과연 멋졌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책을 읽으면서 내내 깊게 빠져들게 하고, 한번씩 머리가 지끈거리게 만들면서 놓을 수도 없게 만드는, 마치 중독성 있는 약물 같은 책.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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