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회 전국 해법 수학경시대회  

장소: 서울 대치동 대곡초등학교

오늘은 일찍 일어나겠다고 마음먹구 알람까지 맞췄는데, 아버지가 전화 하셨을 때, 깨서 일어나보니 벌써 8시가 지났더군요;; 전날 생각할 때는 8시 반에 출발하기로 마음먹고 수학 문제도 밤늦게까지 풀면서 준비했는데,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습니다 ㅋㅋ. 다행히도 지하철에 사람도 별로 없고, 택시를 이용해서 오히려 20분 정도 먼저 도착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 뻔대기 파는 데서 이런 글이 붙어있더군요. 

"HME 108명의 본선 합격자!" 

무슨소린가 해서 빙판길에 힘든 걸음을 떼고 계시던 어머니께 합격자가 모두 108명이냐니까, 이 근처의 유명한 대치 학원에서 108명의 수상자를 낸 듯 하다고 하시더군요. 세상에, 초딩들에게도 그런 어려운 문제를 내는데... '역시 강남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이 동네에서 태어났으면 어릴 때부터 무지 고생했겠군하는 생각이 순간 먼저 들었습니다 ㅎㅎ  

 

  

  

 

 

 

 

 

 

역시 시험은 제 부족한 실력으론 어림도 없었는지 한 시간동안 겨우 여덟 문제 푸는데 진땀을 뺐습니다. 물론 앞의 다섯 문제는 제가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난이돈데, 뒤의 세 문제는 푼다고 끙끙댔어요 ㅠㅠ 이제 종이 치겠구나, 했는데 종이 안 치는데 이게 웬일! 스톱워치의 시계를 20분 줄여서 맞춘 것 아닙니까! 왜 종이 안치지, 하고 허비한 시간을 수학에 쏟아붓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ㅠㅠ 

문제 유출해도 되려나? ㅋㅋ 그래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문제들이 생생히 떠올라서 대충 써봅니다. 뒤의 세 문제는 기하 문제지만, 앞의 문제들은 (1,2,3), (2,3,4),--- (998,999,1000)이 있을때 세 수의 합이 18이 되는 괄호 안의 쌍의 갯수를 구하여라, 전구 1000개가 있을때 숫자 n의 약수인 전구를 껐다 킬 때 껐다 켜진 횟수가 10회 이상, 15회 이하인 전구의 갯수를 구하여라 등등... 어휴, 쓰고 다시 읽어봐도 어지럽습니다. 이걸 쉽게 풀고서(?) 20분만에 엎드려 자고 있는 옆 사람은 제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자고 있었습니다 ㅎㅎ

어쨌든 문제는 전부 열심히 풀었고, 준비도 많이 했으니까 내 마음에 들었으면 됐지... 라는 생각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딛고 나왔습니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시험을 잘 못봤다는 소리를 듣고 막 '그러게 내가 준비 열심히 하랬지!'라면서 호통치고 아이를 울리는 모습을 여럿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들 수준에는 충분히 어려운 문제이고, 아직 배울 게 많은 단계인데 물론 아이를 생각해서이지만 그렇게까지 닥달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커서 아이에게 수학문제 못푼다고 '이까짓거도 못 푸냐!' 대신 '괜찮아, 인생은 즐기는거야!'라는 멘토를 해 주고 싶군요 ㅎㅎㅎ;;; 

갈 때는 편했는데, 올 때는 30정거장을 서서 오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어떤 사람은 제 발을 콱! 밟아놓고 사과도 없이 그냥 가더군요 ㅠㅠ 그래도 부모님이 열심히 했다고 옷도 사 주시고, 맛있기로 소문난 비싼 레스토랑까지 데려가 주시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난이도 있는 시험에도 도전해 보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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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 지하철, 택시, 버스, 정신없는 하루... 체력이 달려 시험장에 따라가는 것도 이번을 마지막으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4학년 때 처음 해법전국수학경시를 치루던 때가 생각났어요. 동국대에서 치루어진 그 시험 때, 아는 사람도 없고, 멀거니 기다리려니 아주 지루하고 초조하기 그지없었던... 아이가 어떻게 더 공부를 하면 좋을지 조급함도 느끼며, 다른 학부모들의 다소 들뜨고 긴장된 모습을 보며 함께 했던 그 때가요.  아이는 그 때 장려상으로 입상했는데, 수학에 대해 즐겁게 내딛는 귀한 한 발걸음이 되어 주었음은 분명합니다.  최근 합격한 교육청 수학 영재수업을 듣기 까지요. 

 

 

  

 

  

 

 

이번에는 읽을 책. 필기구, 빵과 음료까지 챙겨 무슨 소풍이라도 나서 듯이 느긋한 마음으로, 다소 편안히 다녀왔습니다. 학부모 대기실은 예전에 알았던 그 긴장감과 설레임이 넘실대더군요. 초등학생들을 둔 어머니들의 여러가지 이야기가 듣지 않으려해도 귓가에 들리며, '아, 나도 저렇게 긴장했는데... 경험을 해서인지 한발짝 떨어져 결과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으니, 아들녀석도 시험 부담감은 덜 하겠군'하는 생각을 스치 듯 하면서.  읽고 싶었던 새 책에 빠져 있을 수 있던  좋은 하루였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에야 경시대회 안내문을 읽고,(미리 언질이라도 주었더라면 좀 더 동기부여를 받았을지도 모르는데요. 에고;)한 마디 했습니다. 

"대상은 상금 100만원이네. 공부만 잘해도 돈을 버는구만. 여행 경비 이런 걸로 벌 생각 없니?" 

한 비야의 여행 에세이에 푹 빠진 녀석. 언젠가 세계여행을 한다며 돈을 한 두 푼 저금하는데, 마치 못 들은 척,  다리가 아프다고 요란스레 너스레를  떨며 한다는 소리가...   

"엄마, 어젯밤에 게임을 1시간 하고 나서 수학 문제를 푸니 얼마나 잘 되던지요." 

"그래? 흠, 그럼 그래라." 

제발 즐기면서 하렴.  세상에는 해야 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있을테니, 많이 생각하고, 찾아갈 수 있게 부디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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