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5학년 때 [초콜릿 전쟁]을 다 읽고서, 미국에서 금서가 되었을 정도라던 걸작 [호밀밭의 파수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에게 이 책을 사달라고 조른 후에 막상 [초콜릿 전쟁]을 읽었을 때만큼 이 책의 내용이 이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 조금 읽다가 읽기를 포기했다. 아마 그 때 나는 나 자신이 주제를 명확하지 알 수 없었던 책은 읽으려 하지 않았던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 문학이이라고 했으나, 그 때의 난 어린아이였기 때문인지.....  

[초콜릿 전쟁]이 학교 폭력을 다루었다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술, 담배를 좋아하는 타락한 한 고등학생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라는 점이 비교된다.  이 작품을 다 읽고서, 이 책이 58년이란 긴 세월을 거친 작품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이 상당히 비관론자라는 점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정신 세계의 매력을 발견하고 빠져들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오직 자신의 두 동생, 엘리와 피비만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었던 한 학생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팬시 고등학교. 비교적 부유층이 많이 다니는 학교이다. 그렇지만 다른 학교와는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단지 부유한 계층의 학생이 가난한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으면 왠지 모르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그냥 빈부별로 학교를 나누었을 뿐, 좋고 나쁜 것은 없다. 홀든 콜필드. 큰 키에 새치가 많으며 담배와 술에 열광하는 비관론자. 그는 결국 이런 학교에 너무 비관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어 거의 모든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고 퇴학당한다. 

만약 내가 학교에서 퇴학 조치를 받았다면, 그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려드리기 위해서 곧장 집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 아마 모든 게 끝이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당장 있는 돈 다 들고서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홀든 콜필드도 같은 심정이었다. 아직 퇴학 사실을 부모님에게 말씀드리려면 많이 남았지만, 그는 기숙사에서 벗어나 뉴욕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뉴욕에 머물면서 그가 느꼈던 유일한 것은... 아마 더럽다는 것 뿐일 것이다. 그는 온종일 바에서도 술마시는 사람들의 더러운 모습을, 재주가 뛰어나다고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일부러 남에게 뽐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의 더러운 모습을 그는 혐오했다. 마지막에 그는 열병이 나서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는 등의 내용을 너무 많이 간추려 써놓았기 때문에, 그 뒷 부분이 궁금해지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서술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더 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금서가 되었던 이유를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우선, 그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적 행위를 모두 더러운 것으로 간주했다. 모든 영화는 그에게 난잡한 장난질로 보였고, 연극에서 배우들이 진짜로 연기하는 것이라 보지 않았으며, 그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존재는 어린아이뿐이었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참으로 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제일 정상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기에 세상의 깨끗하지 못한 모습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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