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하우스 -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7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 서점 서핑은 나도 어머니도 즐겨하는 편이다.
“상철아, 이리와 봐. 이 책 어때?”
“흠, 과학적 사실을 재미있게 이야기 해줘요.”  

‘시크릿 하우스’ 메인 광고를 클릭한 후 좀 더 책 속 내용을 상세히 읽어 보았다. 읽고 싶어 했더니 어머니가 곧 구입해주셨다. 책 배송 후 바로 펼쳤으나, 초반에 흥미로운 구성이 아니었기에 조금 지루함을 느꼈다. ‘괜히 구입했네.’라고 생각 하면서 그대로 덮고 말았다. 최근에 과학 독후감 대회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했고 목록을 보다 보니 책꽂이에서 먼지만 먹고 있었던 ‘시크릿 하우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꺼내서 읽다 보니 ‘우리 집도 이렇겠구나!’ 또는 ‘내가 먹고 있고 입고 있는 것들은 이런 역사와 비밀을 가지고 있었군!’하며 재미있는 여러 상황들을 만나게 되었다. 투명 인간처럼 집을 이리저리, 매우 작게도 보고 크게도 보는 누군지 모르는 서술자와 함께 나 또한 관찰자가 되어 한 사람의 집을 흥미진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시간별로 어느 장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시작했다. 아침 7시, 자명종이 울림으로써 그 자명종의 소리가 어떠한 형태를 취하는지. 이 책을 막 구입한 당시, 이 부분에서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다시 읽은 이번도 이 부분이 좀 지루했지만, 그 부분을 지나자 점점 흥미로운 사실들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일어나서 자명종과 취침 등을 끄고 침대에서 덜컹 내려와 바닥을 발로 밟는 동안, 집은 매우 미세한 충격이지만 뿌리째 흔들린다. 침대에 누우려고 올라가고 뒤흔드는 동안 역시 침대가 조금씩 부서지고 있다. 미세한 세계에서는 작은 것도 이렇듯 큰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살고 있는 수 억 마리의 집 먼지 진드기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구역질이 나오려고 했다. 어쩌면 내가 잠자고 있는 사이 내 얼굴을 기어 올라와 내 입속과 코 속을 점령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집 먼지 진드기가 매우 작아서 내 얼굴이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점령하기 힘든 곳이며, 내가 얼굴을 침대에 대놓고 깔지 않는 한 그런 일이 잘 안 벌어지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침대 위에 놓아둔 과자 속에 들어갈 수많은 진드기들을 생각하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화장실로 달려가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 집 먼지진드기들은 그렇게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저 우리가 조금씩만 움직여도 흘리는 수 억 개의 각질 조각들을 먹으면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진드기들에게 인간이란 끊임없이 영양분을 제공하는 구세주일 것이다.   

집 먼지진드기 뿐만 아니다. 세균이라는 것은 수분과 아주 약간의 유기물만 있다면, 어디서든지 살아갈 수 있다. 세드모나드균은 아마도 어젯밤 저녁식사 후 무심코 행주로 훔친 식탁위에서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식탁 위에 내가 무심코 던진 신문이나 책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읽고, 내가 참 대단한 존재로 여겨졌다.  

우리 집은 정원이 없어 아쉽지만, 정원에서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고 있는 집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잡초 속은 적당한 습기와 밀림과 같은 환경으로 인해 언제나 전쟁터다. 수백억마리가 모여도 육안으로 잘 확인되지 않는 단세포생물인 아메바가 모여 살고 있고, 아메바들에 비교하면 조금 크다 싶은 종족들도 서로 언제나 전쟁을 하며 서로의 구역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 정원을 몇 발자국 성큼성큼 걸어갈 때, 그 모여살고 있는 수백억마리의 아메바들은 갑자기 활동을 멈춘다. 주인이 밟고 간 그 공간의 환경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제 공동체가 위험에 처한 셈이다. 아메바들은 한 곳으로 급속도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면 아메바들이 서로 기어올라 높은 탑을 쌓는다. 이 때 탑이 단단해져야 쓰러지지 않으므로 아메바는 자신을 희생해 탑을 단단하게 다진다. 그 과정에서 거의 대다수가 죽고, 최후의 생존자들만이 캡슐과 같은 형태로 탑 꼭대기에서 비행을 한다. 운 나쁜 그 중의 대다수는 아스팔트 위와 같이 살기 어려운 곳이나 사람의 몸 또는 물 위로 떨어진다. 그러나 다시 정원의 좋은 환경으로 떨어진 아메바는 다시 번식을 시작한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불교신자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자신이 풀 위를 걸을 때마다 수백억마리의 생물들을 살생하는 점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미생물은 워낙 작기 때문에 인간과 같이 커다란 생물은 상관할 바 못 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다루고 있는 치약과 같은 것들은 결코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먼저 버터 대용품인 마가린을 분석해보자. 마가린의 구성성분은 살짝 신 2등급 또는 그 이하의 살균 공정이 필요한 우유, 돼지비계나 청어를 으깬 동물성 지방으로 이루어진 회색 덩어리에 고압 수소를 불어넣어 끈적거림을 없애고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기 위해 비누와 전분, 그리고 영양소를 위해 비타민 그리고 콜타르를 원료로 한 초강력 색소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재료만 들으면 도저히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미처 우리는 알지 못했고, 그 맛을 음미하며 심지어 맛있다며 빵에 서슴없이 발라 먹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초콜릿이 들어간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이다. 초콜릿은 지금까지 먹어본 가장 강력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시크릿 하우스’를 읽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치약과 마가린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꽤 놀랐는데, 이제는 케이크와 아이스크림까지... 먼저 약은 내가 알았던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했던 물질중 하나이다. 이 물질을 칫솔에 묻혀서 내 이빨과 혀를 골고루 닦아주면 매우 상쾌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치약의 70%가 물이라는 것이다! 그 나머지 30%는 석회석과 회반죽, 글리세롤 등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치약을 먹어도 별 상관 없어 보이는데, 다량을 먹으면 즉시 의사를 찾아가라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은 이보다 훨씬 더하다. 아이스크림의 대부분의 공기고, 케이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나머지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지방도 돼지비계나 생선 찌꺼기에서 유래한 그냥 먹으면 매우 비참할 기름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거기에 공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무게감을 더해주기 위해 설탕을 다량 넣고, 밀가루 중에서도 최저 품질을 소량 넣는다. 이 케이크가 초기에는 주부가 직접 계란을 넣어 요리하라는 방법을 설명하기 전까지 그리 잘 팔리지 않던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당분간 그러면 아이스크림은? 냉동실에 지방을 잔뜩 붙여놓고 얼려서 긁어내어 만든 게 아이스크림이다. 그 중에서도 긁어내어 남고, 바닥에 떨어져 작업자들의 발로 수 백 번 짓밟힌, 도저히 먹을 수 없다 싶을 정도인 것은 향이 강력한 초콜릿을 넣는다. ‘흠.......’ 앞으로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딸기나 바닐라 맛만 먹게 될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기상천외하고 특별한 사건으로 뇌리에 남았다. 책 속에 너무 웃긴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피곤한 계속되는 저녁 모임을 한 번에 끝내는 법이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둔기로 손님을 머리를 바로 찔러버리면 끝나겠지만, 이 방법은 뒤처리가 힘들기에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니면 책장 위에 있는 오래된 양장본 책을 꺼내달라고 의자를 갖다 주기만 한다면, 밀 필요도 없이 끝낼 수 있다. 가정 내에서 가장 큰 분야를 차지하는 사고사가 추락사라고 한다. 아니면 100만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사고사가 있는데, 손님을 창가의 밤풍경으로 안내한 후 그가 유성을 맞고 불타는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길지만 가장 좋은 방법으로 흡연을 제시하라고 되어 있다. 담배 한 개비를 필 때마다 사람의 수명이 평균적으로 1분 30초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면 그 손님이 우리 집에서 묵고 있는 시간이 1분 30초라도 줄어들 것 아닌가?
물론 골초는 하루에 몇 갑씩 펴대니 그 수명이 몇 년씩 줄어든다고 한다. 아버지가 담배를 하루에 한 개비씩 피는 정도여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끊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활에서 과학을 찾는다는 게 참 어려운 줄 알았는데, 조사만 자세히 해 본다면 이렇게 수천가지 진실을 알아낼 수가 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재미있는 서술로 정말 즐거운 집안 내부 탐사를 하며 생활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과학적인 사실이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많이 깨달았고, 과학적 사실을 다른 시각에서 흥미롭게 쓴 작가에게 사로잡혔다. 이 책을 읽은 후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지은 책들을 여러 권 구입해서 읽었다. ‘과학자를 지망하는 내가 그 당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더라면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이 좀 남았다. 책을 읽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고 탐구하려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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