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제부터는 디지로그 시대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아날로그가, 그리고 얼마 전에는 디지털 시대가 펼쳐졌다. 이제는 그 둘의 상호보완적인 면을 이용한 디지로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디지털은 가상이라 보면 되고, 아날로그는 현실이라 보면 된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보다 좀 더 추상적인 면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의 세계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딱 중간의 세계 속에서, 어느 쪽도 아닌 조화를 이룬 한국의 디지로그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람들은 한국을 청룡열차와 같다고 표현한다. 왜 그러겠는가? 한국의 정치계와 역사가 딱 그꼴이기 때문이다. 청룡열차가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발전하다가, 어느 순간에 저 밑으로 가있고 공중을 회전하여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청룡열차는 결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지만, 하늘로 솟구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경제 대공황을 겪으면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한강의 기적을 보라! 기적에 가깝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열적이면서도 절제하는 한국인의 성격에서 발생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을 한 번 비교해보자. 먼저 88올림픽 때, 우리나라에서 매우 믿기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전국 소매치기 연합회 비스무리한 데에서, 올림픽 기간동안 외국인 방문객의 지갑을 터는 그런 추한 꼴을 보이면 소매치기 사회에서 생매장시키겠다는 다짐을 서로 한 경우였다. LA에서는 한몫 하겠다고 전국에서 몰려든 소매치기 때문에 초비상이 걸린 경찰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또 한일 월드컵때 일본 축구 팬들이 열광하면서 다같이 냇물에 뛰어들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반면, 정열적이기로 유명한 한국인의 붉은 악마 열기 이후로도 그런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신기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누구나 청룡열차를 연상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디지로그를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 김치를 들고 싶다. 김치가 세계 5대 건강 식품에 선정된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김치는 어느 음식과도 어울리는 음식임에는 직접 겪어서 안다. 보쌈을 해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고 환상이며 덜 익은채 먹어도 그 맛은 괜찮다. 거기다가 날음식도 아니지만 구운 음식도 아닌 딱 중간, 발효음식인 김치는 서양 문화와 너무 대조적이다. 서양에서는 음식맛을 따로 느끼기 위하여 메뉴마다 쓰는 나이프와 포크도 바꾼다는데, 맛의 조화로써 무엇이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의 비빔밥을 마이클 잭슨이 그토록 즐겨 먹고 갔다는 사실이 한없이 기쁘다. 그렇게 만들어진 잭슨 비빔밥이야말로 디지로그를 대표할 수 있는 또 다른 음식일 것이다. 

Digital + Analog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시킬 수 있다. 어느 한 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완벽함이자 그 중간을 이루고 있다. 그 중간인 것도 아니라 극과 극을 조화시켜 만든것이다. 디지로그가 앞으로도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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