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처럼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5
쎄르쥬 뻬레즈 지음, 김주경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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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를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던 나.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거라곤 끊임없는 고통뿐인 아이, 레이몽. 1년동안 요양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랑하던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되고선 마음속엔 가득 상처만을 안고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만약 내가 레이몽이었다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갔던 곳에서, 상처만 더 받고 오게 된다면 나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 타는듯이 아프는 것도 모자라, 온 몸 전체를 불태워 재로 만들 것만 같을 것이다. 

그런 레이몽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고열로 쓰러졌다. 결국 대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침대에서 자신이 낫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늦었어. 당신들은 내 손을 잡아주려면 좀 더 일찍 잡아줘야만 했어.'라고 말하며 마음속으로 그들의 손을 뿌리친다. 얼마나 주변 사람들이 그를 미워했냐면, 끝내 그가 보고싶은 마지막 한 사람은 안느였다. 아, 불쌍한 레이몽! 그는 언제나 고된 삶속에 살던 이였다. 주변 사람이 조금만 더 일찍 그의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그의 마음의 상처들을 치료해주려고 노력만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레이몽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후 이야기는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째는 레이몽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의 일상은 언제나 이렇게 반복되겠지, 두번째는 레이몽의 현재 심정, 그리고 세 번째는 레이몽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한다. 레이몽은 학교에서 자신이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해 모두를 감동시킨 멋쟁이였고, 집에서는 완벽한 가정을 가진 독자였다. 그런 레이몽의 멋진 삶은 한없이 기쁨밖에 없어 보인다. 

레이몽의 귀중한 상상은 어떻게 끝날까? 레이몽의 가족은 화창한 날을 잡아서 바닷가로 놀러간다. 거기서 식사를 하고 레이몽과 죠슬린이 세 시간동안 물에 발 끝도 담그지 않기 위해 모래 장난을 하는 동안, 레이몽의 엄마는 엉덩이가 거의 노출된 수영복을 입었기에 화가난 아빠에게 '그렇게 엉덩이를 보여주고 싶으면 아예 옷을 입고 다니지 마시지'라는 말을 들으며 모든 옷을 빼앗겨 나체가 된다. 그렇게 레이몽의 행복한 바다 여행은 끝이나고, 다시 앞길은 검은 연기속이다. 

레이몽의 가장 행복한 삶에서조차도 레이몽은 행복할 수가 없다. 그러면 레이몽은, 삶에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레이몽이 행복을 얻기위해 삶이 아닌 다른 길로 방법을 택한다면? 그래, 나를 유일하게 이해해주었던 빵집 아저씨의 2마력 용달차를 타고 함께 떠나는거야! 그것이 마지막 레이몽의 선택이었고, 레이몽은 고통의 삶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취한다. 

평화로운 죽음...  레이몽이 평화롭게 죽은 사람들 중 한명으로 과정은 힘들었어도, 어렵게 평안을 얻은 것 같은 레이몽. 그가 이런 새로운 방법을 택하며, 내 마음 속은 두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의 채찍도, 선생님과 아이들의 놀림도, 엄마의 미움도 다 사라져 버린 상태에 놓였으니 진정한 평안이 아닌가 하는.... 또 다른 하나는 힘들게 살아 간다는 사실이 무조건 고행일까?라는 생각이었다.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심지어는 살아갈 의지마저 잃게 만든다면 과연 살아갈 수 있겠는가!  레이몽의 가족들 모두가 레이몽에게 했 던 일을 모두 후회하고, 제발 레이몽이 깨어나 그 귀찮은 아들이 아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아들로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물론 레이몽은 그런 일을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으므로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세계 속에선 끔찍한 반복의 연속일 뿐. 만약 내가 레이몽이었더라면, 홀가분하게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죽음을 향해 다가갔을까? 혹은 변화된 부모님의 사랑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다만 확실한 것은 내 입장이었다면 끔찍한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할 듯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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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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