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은행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9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2008/6/29/망상은행.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인터넷 서점에서 극찬을 하기에 미리 보기를 해 봤다.  놀라웠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어?’ 란 생각이 드는... 어쩌면...이란 가정아래 이 책 한 권에 실린 이야기 중에 나도 한번쯤은 해보았던...그의 대표작에 이 망상은행이 있다고 하였다.  

망상의 사전적 의미는 이치에 맞지 아니한 망령된 생각을 하는 것, 또는 그 생각. ≒망념(妄念)이라고 한다.  <심리>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 사실의 경험이나 논리에 의하여 정정되지 아니한 믿음으로, 몽상 망상·체계화 망상·피해망상·과대망상 따위가 있다.

혐오스럽고, 음침하고, 거짓되고, 허망한 등등?  망상은 상상과 달리 대접을 받지 못한다. 망령된 생각...

마치 예전에 접해 보았던 기묘한 이야기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그것은 희망보다는 공포나 슬픔에 대한 귀결이 많아 공포에 대해 요동하는 심장소리다.

새 책이 출시되면, 오래 전에 나온 책보다는 신간으로 출시된 책에 솔깃하게 된다. 나는 새 책 냄새를 좋아하고, 책을 깨끗하게 보기를 원하는 편이다. 그리고 단편이라면 신간을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데, 아들 녀석은 책이 누렇게 변색되고, 누군가의 손 때로 얼룩진 책일지라도 보고 싶던 책이라도 기꺼이 빠져든다.  명작 동화 시리즈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1번인 책부터 읽을 필요도, 의무도 없지 않나?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읽으면 될텐데... 간혹 그래서 중요하다, 필요하겠다 싶은 내용만 든 책을 단편이니까 1권이나 2권 없이 구입해서 주면, 아이는 독후감 말미에 써둔다.  “1권부터 주문하지 않은 엄마에게 화났다.” “혹은 1권부터 읽고 싶다.”간접적인 요구까지... 이 책은 플라시보 시리즈019번이지만, 과연 아이가 알아낼지 시험을 해보고 싶은 짖궂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조그맣게 적혀있는데...

“앗, 호시 신이치. 그의 발가락 때만큼도 못 미치겠지만, 나도 물든 게야? 흐흐”

저녁 식사를 하며 남편과 아이에게 이 책을 읽은 지 얼마 안돼서“보증”과 “주택문제”대한 책 내용을 이야기를 해줬다.

“현재 무직인데, 2개월 동안 집세도 밀려 있었던 남자가 어느 날 광고지를 보고, 신용으로만 가전제품을 살 수 있다는 대리점에 전화를 했어.  그 사람은 에어컨을 얼떨결에 구입하고 보증인이 없으니, 보험이 따른다는 말을 들으며, 계약을 했어.  단지 20개월 할부는 되지만, 매월 분납이고 반드시 현금으로 내야 된다고 했지.  한 달 후 그 청년 집에 가니 에어컨은 주인이 방세 대신 가져갔다고 돈을 주인한테 받으라고 거만하게 말해.  그렇게는 안된다는 말에 그럼 보험 처리라도 하라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치지. 그럼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판매원은 빠르고 간단하게 청년을 묶어.  생명 보험에 가입했으니 거기서 받겠다고 한 거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이야기를 끝냈다. 그러자 남편 왈.  

“말도 안 돼.  보험 수익자가 누구로 되어 있는데?”

“자기들은 그런 일이 자주 있고 직원들은 모두 사고사로 위장을 잘 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대.  더구나 고작 가전제품대금 받으려고 살인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수익자가 그 가전제품 대리점으로 되어 있고, 아무리 잘 위장한다 해도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조사가 안 이루어진다고?”

켁,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해 봤어야 했다. 쩝. 그런데 지금 서평을 쓰며 생각해보니 혹시 사망보험금이 가전제품 대금만큼만? ‘헐, 그렇다면 정말 싸구려 죽음이 되겠구나!’싶었다.  

 

호시 신이치는 주로 사람의 잠재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과한 욕심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고, 무료 임대주택이란 광고를 듣고 자사 제품을 구매하라는 세뇌 당하는 메시지의 비용처럼 세상은 결코 공짜가 없다는 메세지도 전해 준다.  대흑천사 복을 주려고, 자신의 안 좋은 점을 담아뒀던 주머니를 성급히 열어버려 복이란 복은 아예 받을 수 없게 된 N씨. 궁극의 맛을 원하다가 마스코트를 탐내며 거금을 주고 사서는 결국 자신은 먹지 못하고, 남에게만 맛있는 요리를 해주게 된 N씨. 이 N씨들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섣부르고, 성급하고, 끝없는 여러 욕심들에 관한 모습들, 그 욕망이 투영되어 구현화된 실체 모습이었다. 덕분에 읽으며, 간혹 머리털이 뻣뻣해지며 섬찟하게 된 것이 여러번.         

 

또 다른 인간의 욕망이 이해타산과 교묘하게 얽힌 이야기들. 회사의 공금을 거액 횡재하려고 노리는 신념의 주인공 그. 거액을 횡령하기 위해 자신의 신용도를 쌓아가고, 도둑이 들어 돈을 뺏으려고 해도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바쳐가면서 했던 그 모든 일이 그를 높은 지위까지 이끈다. 과연 그런 신념이라면... 비밀 정보요원이란 마음에 드는 직업을 잃지 않게, 긴밀한 연락망으로 세계 곳곳, 적국의 비밀 정보요원과 공조하여 일부러 계획된 사건을 수행하는 비밀 정보요원 N씨.  아름다움과 위로를 주는 여신이었으나, 알고 보니 인형의 여신이어서 인형으로 살 뻔 했던 미치코.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하는데...어느 날 문득 내게 오는 행운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신념의 주인공이 단순히 정말 마음속에 그러한 신념 없이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었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나 역시 세상의 때로 시커먼 마음의 거울을 가지고 있어서겠지... 착잡한 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정말 원하고 꼭 되었으면 좋겠다는 망상,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었다.

“맛 라디오”

한 개의 장치가 이 속에 심어져 있어, 그냥 물을 마셔도 여러 가지의 음료가 되기도 하고, 아무 맛이 없는 껌을 씹으면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전파로 시시 때때로 다양한 요리들의 궁극의 맛이 늘 흘러넘치게 되는 맛 라디오. 영양 보급을 위한 인간에게 맞는 칼로리의 갈색의 빵만 먹으며 되어서, 그 세상은 뚱뚱한 사람이라고는 없는 세상이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는 경우도 없고, 잠깐 방송국 송신이 고장이 나서 일대 혼란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꼭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은하철도 999’에 빠져 있던 열세 살 시절, 한 행성에서 문명이 너무 발달해 움직일 필요는 없고, 음식은 넘쳐나서 사람들이 전부 뚱뚱해지다가 이윽고 풍선처럼 빵빵해져 결국은 죽게 되는 행성.  충격이었다. 맛 사탕이나, 맛 캡슐 망상을 그 때 나도 했었드랬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거식증, 폭식증도 해결되고, 광우병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이 문제 역시 산뜻하게 해결 될 수 있는데... 나도 이제 이 망상을 신념을 가지고  큰 소리로 외쳐야겠다.  

 

과학자는 조속히 이 “맛 라디오”를 발명하라~ 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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