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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남자 ㅣ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봤을 때 표지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던 책. 책 커버를 벗겨보니 그 속도 마치 불처럼 시뻘건 색이었다. 불을 먹는 남자라? 차력쇼에서 보면, 보통 유리를 잔뜩 박아 넣은 길위를 걸어다니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고, 뜨겁게 달군 석탄 위를 걸어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그들이 고뇌를 이긴 자라고 생각했다. 그럼 불을 먹는 남자도 같은 경우일까?
불을 먹는 남자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시기로,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인해 제 3차 세계대전이 불타오르기 직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불을 먹는 남자는, 그 당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불질렀기에 생긴 광기어린 피해자들의 이야기이다. 보비가 만난 맥널티 아저씨는, 마음속에 생긴 불을 불과 하나가 되어 그렇게 사라져 갔다.
보비가 처음 맥널티 아저씨를 만났을 때에는 광장에서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사람들에게 자루를 돌리면서 묘기를 통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고선 쇠사슬을 온몸에 묶고선 탈출을 하고, 아주 고통스러워 보이는 바늘을 자기의 볼에 끼워서 꿰뚫고, 그리고 불을 먹어서 그 불을 재빨리 토해냈다. 이 모든 고통을 이겨낸 사람을 수행을 이겨낸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그는 단지 전쟁의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고통을 더 집어넣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맥널티의 정신세계가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말은 내게 무척 인상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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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나도 기억 안 나요. 불처럼 타는 듯이 더웠던 날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얼음처럼 차가운 날들이라는 것만 알 뿐이에요. 그 때의 난 젊었지만 지금은 늙었다는 것만 알 뿐이지요. 이 아이가 나를 도와 줬었고, 이 아이 옆에는 천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하늘에서 폭탄이 터지고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만 알 뿐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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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널티는 이와 같이, 그 광기어린 지난 날들을 뜨거운 불과 같은 존재로 여기면서 지금은 한없이 차가운 냉전속의 미친 남자가 되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먼저 사람은 나쁜 기억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그러면서 잠시 술로 인해 모든 것을 잊었다고 싶으면, 다시 깼을 때 자신이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그 사실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중독이다. 맥널티 아저씨는 뱃 속을 불로 태워가며 커다란 고통을 가슴에 안고, 또 다시 고통을 더하면서 그 이전의 고통을 잊으려고 했다.
세상엔 불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속의 불을 잠재우기 위해 불을 먹는다. 이것은 마치 순환논리와 같은 것이다. 제 3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핵 미사일의 발사음이 들릴까봐 두 귀를 손으로 꼭꼭 막고 지냈던 사람들의 모습이, 이 불을 먹으면서 결국 폐를 타게 만들어 자신을 파멸시켰던 사람들이 그 속에 잠재워져 있다.
지금은 과연 그런 걱정이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언제나 제 2의 9.11 테러가 또 일어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 때의 충격이란 큰 상처가 가슴속에 불이 되어 남아 있는 탓일 것이다. 그리고 그 걱정이 도를 지나쳐 광기에 이르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맥널티 아저씨가 불을 먹는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그의 육체적 고통이 정말 그 때는 마음의 고통을 완전히 잊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죽는 그 날까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믿던 그에게 잠시나마 평화가 왔던 그 순간은 오직 보비가 그를 이끌었을 때와, 불을 먹을 때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결국 한계에 이르러 피골이 상접해 죽고 마는 맥널티 아저씨를 보면서 안타깝지만 그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을 먹어야만 지워지는 고통을 나는 아직 당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약하지만 이들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고통이 지워지지 않는 그들 모두 맥널티와 같을 것이란 생각에 탄식만이 나왔다. 우리는 더 이상 불을 먹는 사람들을 만들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