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에게서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왜 어릴 때 유근이네 부모처럼 자신을 교육시켜 주지 않았냐는 것이다....
오 마이 갓~~~ 좋은 부모들은 어릴 때 들로 산으로 뛰어 다니며 마음껏 노는 환경이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울 아이는 그렇게 뛰어 놀았는데 한다는 소리가 이렇다. 어릴 적 그렇게 놀고 다닌 것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자신을 왜 그렇게 놀도록 내버려뒀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방치와 같았다고 한다....
5살 때까지는 남해 바닷가에서 고기 잡으러 다니고, 들로 뛰어 다니며 천둥벌거숭이로 살았다. 엄마 곁에 와서도 유치원 2달 이력이 전부인 채 초등2학년까지 아이는 아주 열심히 놀았던 시간이 더 많았더랬다. 놀이터에서, 친구집으로 놀러다니면서, 컴퓨터 게임, 오락도 원없이 많이 하면서...
한 때는 그렇게 놀고 자연스럽게 크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최소한의 기본공부만 한다면 이라고 생각하면서........미술을 못하는 것이 어릴 적 유치원을 안다녀서 그렇다는 원망을 하더니 이제는 유근이네처럼 공부시켜주지 않아 자신이 고생하는 것이라고?....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늘 공부가 재미없다면 다른 진로를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네 자신이 좋은 걸 하라고.... 공부는 재미있다고 하니 아이에게 문제는 문제인갑다.
지금은 아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가기 위해서 일정표를 짜내며, 거기에 맞춰 하루 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는 요즘 힘든 아이가 그런 원망을 하는 것이겠지...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얼마나 공부를 하고 노력해야 되는지 알아서인지, 시간이 없음을 한탄해서인지 불쑥 그런 말을 내뱉는 아이에게 순간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날 왜 그렇게 놀게 뒀냐는 원망이 차라리 낫지 싶기도 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떤 아이들은 우리 엄마는 왜 이렇게 쓸모도 없는 공부를 자신에게 많이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동기부여에 관한 이야기도 소용이 없는...
공부의 목적을 모른 채 끌려다니기만 하는 그 아이들은 우리 아이처럼 왜 날 그렇게 놀게 내버려뒀냐는 원망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아니다. 그 아이들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한다고 한다. 실패하면서 왜 그랬냐고... 원망의 대상이 늘 만만한 엄마가, 부모님이 되기 마련 아닌가 말이다.
부모는 참 어렵다.
4학년 한 여아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현재 공부가 힘든지, 이제 자신의 꿈은 엄마란다....
아빠랑 엄마는 때가 되면, 또 원한다면 누구나 되는 것이지만, 직업은 때가 되었다고 해서 혹은 원한다고 해서 선생님, 의사,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도 참 어렵다.
초등학교 때 부모가 자신에게 너무 공부만 너무 강요해서 그 때는 할 수 없이 따라 공부해서 성적은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질려서 성적이 떨어졌고, 지금은 그러저러한 초라한 직업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한 이들이나,(그들은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을 내버려둔다. 저 알아서 할 일이라며... ) 혹은 그나마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질리게 한 부모에 대한 원망을 가진이도 알고 있다. 그들에게 먼저 묻고 싶었다. 잘하는 것에 질린 적이 있는지? 못하게 되어 힘들게 된 것을 포장했고, 그래서 포기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난 축복 받은 그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는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할 수 없는 이들이 많은데 배부른 투정이 아닌가 말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전쟁같은 삶을 겪어봤다면 그런 투정은 못할텐데....우리 시절만 해도 가난이 덕지 덕지 묻은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도 있어 그런 투정 할 여력이 없었다. 가난을 겪은 아이들은 그런 배부른 투정을 못한다. 가난을 모르기에 그런 이야기들을 하겠지.
우리 아이도 쌀이 없어 굶은 적은 없다. 그러나 식사 때가 되었다해서 아이에게 먹인 적은 별로 없다. 일과표 약속으로 인해 배고픔을 한 없이 느끼게 때를 늦춘 적은 아주 많다. (같이 배고픔을 느껴야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서 아이는 "배고파요"를 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라고 하기 전에 겪어야 할 것은 기아체험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