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영전 ㅣ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3
박윤규 지음 / 대교출판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금오신화를 통해 다양한 조선의 옛사랑 이야기들을 만나 보았다. 주로 특이한 사랑을 했고, 맺어지지 못하는 그 몹쓸 인연으로 인해 슬프게 끝난 이야기가 많았다. 운영전은, 죽어서야 겨우 만난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종 대왕의 여덟 아들 중 하나이고 세종 대왕이 가장 아끼었던 왕자 안평대군의 열 명의 궁녀중 한명이었던 운영. 안평대군은 그만큼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 받아 수성궁을 짓고 그 안에서 많은 선비들을 불러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 그는 뛰어난 서예가이자 문장가였으며, 당대 최고의 서예가 또는 문장가라도 안평대군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어느 날, 안평대군은 10명의 궁녀를 뽑아서 여자라도 공부할 수 있다면서 소학을 비롯해 온갖 기본 교과서를 가르쳤다. 기초를 탄탄히 다진 후 그는 궁녀들에게 중국에서도 으뜸이라 칠 수 있는 시조 몇백편을 뽑아 가르치면서 궁녀 또한 뛰어난 문장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안평대군은 이 궁녀들에게 궁 밖으로 출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또한 남자와의 정도 갖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안평대군은 수성궁에 김 진사를 초대하고, 궁녀를 숨기는 일도 하지 않고 그와 함께 시를 지으며 즐겼다. 하필 그 때,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운영과 김 진사는 한눈에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운명은 항상 원래 자리로 이끌며, 결국 어떻게 해서든지 목적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냥 평범한 애정 소설과 유사하나, 이 이야기는 궁에 갇혀 뜻을 이루지 못해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궁녀들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보여주면서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확실히 궁에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는 남자와의 연을 갖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들이 무슨 세속과의 인연을 끊은 여 신선이라도 된단 말인가? 작가도 이에 대하여 한 번 강하게 비판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운영은 안평대군을 저버렸다는 것과, 또 자신과 김 진사의 사랑으로 인해 다른 궁녀들까지 모두 위험에 처하게 했을 뻔했다는 사실에 목숨을 끊고, 김 진사는 운영이 죽었다는 사실에 크게 한탄하며 생명력을 조금씩 잃어가 끝내 죽음을 모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신선이었으며, 신선의 세계에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승에 가 벌을 받는 것이다. 비록 벌을 받았다 할지라도, 아름다운 인연을 이은 그들의 사랑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
운영전. 역시 지금의 순정소설과는 많이 다르게 옛 맛이 물씬 느껴지는 듯 하다. 고전도 잘 읽어보면 이렇게 재미있는데, 최근에는 이런 고전을 읽기 싫어한다는 사실이 아깝다. 앞으로도 운영전과 같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면 당장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