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생활 나이트쇼
레슬리 슈너 지음, 강혜정 옮김 / 행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만나는 칙릿 소설. 참 괜찮은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는 <바른생활 나이트쇼>라는 제목에서 호기심을 느꼈었다. 나이트쇼라?  무얼 한다는 것이지? 주인공 지니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여성이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라~  사실 약간은 다른 듯한 소재면서도 그저 또 그렇게 흘러가는 소설 내용인가?라는 생각에 받아들자 마자  5분의 1분량을 읽고는 나중에 읽어겠다... 고 한동안 책장에 묵혀 버리는 속단의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한 때 심히 빠져 있던 R로 시작되던 그 책 시리즈.  이후에도 한번씩 그 어느 장르의 소설보다도 내 관심을 깊게 오래 잡아둔 장르이기도 했다.  1년 전 한동안 사극풍의 우리나라 R소설에 빠져있었는데 <궁에는 개꽃이 산다>로 특이하게도 천성적으로 악랄한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에 몰입당했다.  왜?  어째서!? 여주인공인데 이토록 사악하단 말인가? 천성이? 개리가 그러는 이유를 알고자 조바심 쳤었고, 알게 된 후 개리에 대한 연민에 내 눈에서 눈물 꽤나 뽑았던 책...  1년이 지난 다음에도 개리라는 이름과 책 제목을 잊을 수 없듯이 배경에 좀 더 시선이 갔던 책으로 >바른생활 나이트쇼< 1년 후에도 지니란 이름과 함께 나란히 떠오를 책이었다.

지니의 어린 시절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히피 공동체.  번번히 한 남자와 2년을 못 사귀는 엄마,  떠돌이 집시병에 걸려 1년에 한 두번 만나는 아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형태로 어쩌면 지니가 스털링 쇼에서 열렬히 토로하던 바른생활에 집착하게 된 원인으로도 보여졌었다.  

집요하게 말하는 바른생활이면서 지니는 사람들이 붐비는 쇼핑을 싫어하고, 쇼핑센타에서 소량만 계산할 수 있는 계산대에서 물건 가짓수 1개를 더 구입해 옥신각신하며 계산해 달라고 하는 모습은 지니에 대해 피곤한 사람이네... 라는 선입견을 줬었다.  그 뿐인가?  유가가 많이 드는 차량이라며 세우고 모스와 한판 벌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무언가 화가 나고 세상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은??  그러나 남자 모스라는 사람을 묘사한 글에서 (그가 배려심있고,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것, 럭셔리한 부자임이 안 후부터는)난 아주 열렬한 팬이 되었는데, 어딘가 뜬 구름같고, 부족해뵈는 토미와의 사랑에 질질 끌려 다니는 지니가 안타깝게 여겨졌었다.  이 소설은 다른 소설도 아니고 칙릿 소설이라 당연히 진가가 있는 사람에게로 귀의하겠거려니 했지만 말이다.     

남의 남자였던 토미.  가까이에서 아주 찐한(?) 그런 사이가 되고 나니 지니의  콩깍지 벗겨진 탓인지 열렬한 사랑을 지녔던 친구 토미의 본 모습을 조금씩 알게 된 때.  라디오쇼에서 잘 되려나 생각했던 TV방송으로의 진출까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게 날 붙잡아둔 미궁의 재미였었다.

사고란 것은 다 치는 마우스란 개와의 만남.  마음속에 있는 서운함을 가까운 사람에게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  그로써 더 가깝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되돌이표.  사람과 만나고 살아가는 이야기였기에 꿈처럼 보여지는 단순한 사랑을 늘어놓은 이야기가 아니었던지라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주인공 지니는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다소 엄격한 지금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실상이라서 그런지  흡입력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선행을 보고 기뻐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된 그녀의 좌충우돌기가 멋졌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한다고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마음껏 표현해줘야지.  사랑이 마구 마구 솟게 하는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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