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 참 나를 찾는 진정한 용기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엄청난 수의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평생을 세더라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특히 곤충만 해도 그 수가 엄청나고 미생물과 균류까지만 합쳐도 수는 엄청나게 불어난다. 그렇게 수많은 생명들 사이속에서, 도대체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어째서 하필 인간만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이고 왜 하필 다른 행성이 아닌 지구에서 태어났을까? 오리는 자신이 슬리퍼인지, 비버인지, 박쥐인지, 오리인지 정체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흔적이 담겨있는 수레를 킥보드삼아 모험하는 그녀가 참다운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선다.

솔직히 나는 아직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을 해 본적이 없다. 왜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오리와 늑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나눌 때, 나의 말에 어머니는 언젠가 또는 때때로 그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볼 때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정체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누구라도 사춘기가 되면 도대체 내가 어째서 이 세상에 살아가는지, 나는 누구인지, 과연 나는 누구의 명을 받아 탄생했는지 등을 고민하는 것. 어쩌면 많은 책을 접하면서 왜 살아가는지,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조금은 알고 있어 그런 고민을 한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생각해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던 떠도는 이 아기 오리야말로 자기 정체성을 가장 확실히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의미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나는 사전을 찾아보았다. 정체성이란 자기 자신의 변하지 아니하는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고 한다.

나는 자신이 정확히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정체성에 관하여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라 말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자기 자신의 정체성인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그것을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믿을 뿐이다. 오리는 슬리퍼속에서 자라며 자기 자신을 슬리퍼라 생각하고, 비버 공동체속에서 땅을 파면서 자신을 비버라 생각하고, 박쥐 공동체의 후보자로 뽑히면서 자기 자신을 박쥐로 생각한다. 혼란스러운 오리는 또다시 플라밍고와 학의 양녀가 되어서 오리 클럽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계속하게 된다. 이 오리라는 작고 귀여운 존재는, 주변을 계속 떠돌면서 그렇게 자기 자신을 조금씩 알아간다.

마직막 결말은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스쳐지나가는 듯했던 운명인 고독한 늑대는 자신의 집으로 날아왔던 오리를 보고서 같이 생활하다가 결국 청혼을 했다. 그렇게 두더지 하객을 두고서 두더지 주례를 통해 결혼한 그들의 이야기로 이야기가 끝이 났다. 오리는 자기 자신을 너무 혼란스럽게 여겨서 결국 아무 존재도 아닌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그녀는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그대로 보이는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거나 비버이거나 인간일지라도, 나는 보이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오리는 남들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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