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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 - 짚문화 ㅣ 우리 문화 그림책 13
백남원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MOM
내가 7살이던 그 시절이 이 "짚"이란 책을 읽으니, 참으로 파랗고 맑았다는 생각이 든다. 십년 전, 십년 전, 그렇게 회상하며 돌아본 시절이 언제인가 싶더니, 거슬러 올라 벌써 삼십 여 년 전이라 말하고는 내 나이 새기며 깜짝 놀랄 따름이다. 예순 둘이신 내 어머니, 여든 네 살의 연세에도 정정하신 내 할머니가 들으시면, 어린 것이 무슨 나이 타령이냐고 하실텐데... "삼십년이면 작은 세월은 아니잖아요?"멋쩍긴 하여 씨-익 미소 얹으며, 웅얼대듯 반문하겠지.
할머니 뒷마당 한 쪽에 나무로 만들어 짚을 잘 엮어 얹은 닭장이 있었다. 그 닭장에 토실토실한 암탉은 그 안에 달걀을 군데군데 많이도 낳아 두었었다. 달걀이 늘 먹는 것은 아니라 꺼내서 삶아 달라고 하려 했는데, 손을 넣었다가 암탉에게 호되게 쪼였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 그 때 할머니가 보관해두신 달걀 꾸러미도 짚으로 만든 것이였지.
타작을 할 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면서 옆에서 폴짝 폴짝 뛰어다니기 바빴던 나는 남동생과 볏단을 나른다고 낑낑 대었던 것도 떠올랐다. 보리타작 때는 유달리 껄끄러운 보릿단 때문에 그 옆을 슬슬 피해 다녔는데...
그 짚으로 새끼 꼬아둔 것을 보는 것이나, 멍석, 맷돌 밑에 깔아 쓰던 것이 아니라 고추 말린 것도 담아두고, 모란 대 말린 것도 담아두기도 하던 요긴하게 이래저래 쓰이던 맷방석. 메주 찔 메주콩 담아두던 멱둥구미도 이름이 멱둥구미인줄 모르면서 자주 보던 것이었다. 삼태기도 기둥에 걸려있던 것을 생각해 내고 나니 참 세상 많이 달라졌다 싶었다. 지금 내 할머니 댁에 가도 예전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살기 좋게 고친다고 양옥집으로 바뀐 집이 한 번씩 들릴 때마다 얼마나 낯설고 아쉬운지....
편리함으로 무장된 최첨단 시설은 우리를 안락하게 해주지만, 생활품 모두가 흙에서 얻고, 흙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옛날이 참으로 아름다웠다는 것, 그래서 지구와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고파 하는 회귀 본능을 늘 안고 있으면서도 메탈 세대로 가고 있는 진보된 문명에 대한 열망도 떨치지 못하는 것이 늘 말하듯 아이러니할 뿐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농사지으며 그 힘든 일에 손마디가 굵어지고, 거칠어진 고생을 알겠지 싶었다. 짚을 꼬는 아름다운 손의 표정도 생각해보고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큰 선물을 주는 것인지도 함께 생각하며, 짚신을 매만지는 여자아이를 부러워하겠지.
살아있는 여러 표정이 담긴 저자 백남원씨의 그림도 유달리 돋보인 그림책이었는데, <정겨운 우리 짚 문화>로 4페이지에 걸친 정보 페이지도 참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