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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ㅣ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고 아명. 비록 현실에서는 아니지만 거의 현실에 가까웠던 가난에 휩싸인 한 소년이었다. 처음 이 로빙화라는 책을 접했을 때, 표지에서 알게모르게 어린 아이의 순수함에 대한 생각이 묻어났다. 로빙화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미술 천재소년의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서 곧바로 읽으려했던 책이다.
고석송. 양심적인 한 도살업자였으나 그 양심때문에 몰락해버린 찻잎 소작농에 지나지 않았던 한 가정의 아버지이다. 차매, 아명, 아생의 아버지였던 고석송은 가난한 농민이었고 아이들에게 따뜻하지 못한 아버지였으나 그도 아이들에게 자유를 누리게 하고 싶었던 아버지였던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날, 곽운천이 아명의 그림 실력을 알아보고서 이 아명의 미술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가난때문에, 받쳐주지 않는 집안때문에 그 실력을 제대로 뽐내지도 못한채 요절해 버린 세상에서 아깝게 죽어간 아이, 아명. 이러한 사회는 정말 진실을 나타내는 것 같다. 우리나라인지 중국인지 그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돈의 단위가 원인것을 보자면 아무래도 우리나라인 듯 하다.
한 줄기의 로빙화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나간 아명의 그 능력이 정말 높이 평가된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랬다. 제대로 그려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아무렇게나 그려낸 것. 피카소나 마티즈같은 유명화가들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어린아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어린아이처럼 겉치장없이 이렇게 만든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 본다. 곽운천 선생님이 말했듯이 정교하고 똑같이 그리는 것은 사진찍는것만큼 못하다. 그런 예술을 보지 못한 채 아이들을 단지 자신의 권력을 위한 일부로 여기는 것은 이 사회에서 정말 잘못된 일이다.
로빙화란 제목이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었다. 막 세계 대회에서 특상을 받은 아명이 그 순간에 페렴으로 사망해 버리다니... 신은 정말 무심하다. 단지 잘 그린다는 평가밖에 받지 못하는 아이는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지만 막상 천재 소년은 가난속에서 죽어가니 말이다. 신은 공평하다지만 이때만큼은 공평하지 못하다. 양심있는 사람이 가난하고 천재적인 사람이 교육을 못받고 죽고, 흥부전같은 동화는 실제로 일어나지 못하는 꿈같은 일이기만 한 것 같다.
그렇다. 옛날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명의 그림처럼 유치한 그림은 무시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만 취급할 것이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진정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마티즈와 같은 유명 화가를 배출해내고 있다. 아명이는 비록 아깝게 죽었지만, 그래도 이 아명이의 짧은 삶 속에서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아명아, 비록 하늘나라에 있지만 너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어.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