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샘터어린이문고 11
신디위 마고나 지음, 이해인 옮김, 패디 보우마 그림 / 샘터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 아이들 모습과 함께 젊은 여인이 나오는데, 그 기뻐하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지요.  그녀는 팔을 들어올려 팔짝 팔짝 토끼처럼 뛰고, 즐거움에 금세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를 쏟아내서 바깥 세상으로 나올 듯한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의 큰 언니 시즈위였어요.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하길래 아이들이 저토록 즐거워 보이는지 책장을 넘겼답니다.

"도대체 언제 밥 먹는 거야?"

아이들은 배도 고파하고, 지쳐 있어요.  시즈위는 고민에 싸여 있었지요.  집에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었거든요. 

시즈위는 그 속에서 아주 행복한 식사를 준비해요.  아이들을 위해 버너에 불을 붙이고, 커다란 냄비에 물을 넣고 끊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이들은 너무 즐겁고, 행복해해요.

'언제 될까? 아 저 맛있는 요리가 언제 될까?'  아이들은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요.  시즈위는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냄비 속을 마구 휘젓다가 소금도 넣고, 후추도 넣구요.

저조차도 "어마나, 어떤 맛있는 음식이 끊이려는걸까?  무엇을 만드려고 하는 거지?  재료가 없다고 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옆집 아주머니도,  아이들을 위해 먹거리를 장만해 올 수 있는 부모님도 아무도 못 오실텐데..."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러 떠나신 엄마가 밤에 먹을거리를 가지고 도착하실까?'라고만 생각했어요. 

시즈위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기쁨이 있는 희망의 식사를 준비중이었지요.  아이들은 음식이 익기를 기다리며 행복한 미소를 띤 채 하나 둘 잠이 든답니다.  동생들이 다 잠이 들고 난 뒤 시즈위는 그제야 버너의 불을 끕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낼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눈물이 얼마나 흐르던지요.  부끄러워서요.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서 그렇게 많이 울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 차별로 오랫동안 고통 받아 왔던 곳이예요. 현재 전체 주민의 79%가 흑인이고, 일부는 유색 인종,  백인은 9.6%에 불과하지만, 백인이 거의 모든 이익을 가지고 있다는군요. 거기에 인종분리 정책으로 백인들은 수도인 케이프타운에 흑인을 살지 못하게 해서 대부분 구굴레투 마을로 이주했다고 해요. 

구굴레투 마을의 어른들은 대부분 수도인 케이프타운으로 나가서 일하기도 하고, 바다로 일하러 떠날 때면 이웃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일이 흔하고 이웃끼리 서로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살고 있다고 해요.  우리네의 시골 인심처럼 아무 계산 없이요.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불운한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는데, 이들의 어렵고, 고통스러움을  보며 눈물밖에 흘리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누군가가 나서서 어서 해결해주기만 바라는 제3자로 관망했던 자신이 너무 못났다 여겨졌구요. 

아이의 울분에 찬 독후감을 보며 내내 생각해요.  그들의 자녀 세대에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는 이 희망의 식사가 이제는 그들에게 현실에서 희망으로 나타나야 한다고요.  그리고 저도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에게 말하려고 해요.  이 '희망의 식사'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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