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는 내 동생 - 조금 다른 우리와 함께 사는 법 좋은 그림동화 14
양연주 지음, 이보름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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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비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내 인생은 유달리많다라고 말해야만 할까? 말 못할 이런 비밀, 저런 비밀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동정하듯 노골적인 시선이 싫었고, 궁금해하는 눈빛을 보자면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때로는 무겁기만 한 짐처럼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중에 한가지가 바로 이 '말못하는 내동생'을 나도 가졌던 슬픔이다. 책 속에 조금은 다르지만 많이 비슷한 정이네 가정형편은 우리집 이야기기도 하였다.  

무자비한 동네 남자아이들이 때로는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녔던 여동생을 놀리며, 남동생과 나를 놀릴 때면 땅 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동네 아이들이 은이를 놀렸던 때처럼 말이다.  

아버지 사업의 실패, 그리고 홀로 된 어머니가 빚에 쪼들리며 끼니조차 연명하기 힘든 때였다. 옆집 아이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땅에서 주워 먹었다고 처음으로 매를 맞았던 6살의 여동생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헤실 헤실 잘 웃는 정이처럼  여동생 역시 말이 없으니 아프다, 고프다 엄마 속 한 번 끓이지 않고, 착하기만 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말을 못해서 무던히도 애를 태우던 여동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눈물을 달고 살았다.  그 때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참 가슴이 미어지고, 목이 메이기만 한다.  

지금 생각하면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아득 바득 살려고 몸부림치던 우리 어머니, 얼마나 가슴에 멍이 많이 들었을까?싶어 울음을 토해 본다.

내가 알고, 내 동생들이 아는 일이지만, 지금 내 아이는 잘 모른다.  보지 않았으니, 직접 겪지 않았으니 간간히 이야기를 해도 잘 모르는 듯 하다.  

여동생.

다행히 전문 교육기관에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육을 받은 여동생은 이제 말은 물론이고, 컴퓨터도 잘 다루며, 손재주가 비상해서 커튼이나 쿠션 등 여러가지들을 잘 만든다.  지금은 센타 강의도 나갈만큼...

정이와 은이랑 엄마의 이별은 마음 아팠지만, 꼭 정이가 많은 것을 잘 배워 다시 돌아와 화목한 가정으로  행복을 이루고 살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조금 다른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될테니, 비밀을 내려놓은 내 마음이 조금은 가볍고 따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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