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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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장정의 낡은 표지, 빛이 바랬으나 우리에게 그리움속을 유영케 하는 낡은 사진 한 장. 

사진 속에 여행 가방을 든 남자와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한 이 동물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며 생각을 해보는 남자의 시선을 받는 기묘 하지만 순해 보이는 동물. 사진은 이상한 정경이었으나 따스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표지의 질감이 일반 책과는 달라 몇 번이나 쓸어 보며 책을 한번 만져보고 그러다가 계속 만져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내가 있었다. 참으로 손길을 멈출 수 없었던 아름다운 책이었다. 

어느 곳을 향해 가는 것일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일까? 책장을 넘기며 다양한 인종, 다양한 표정들의 사람들과 마주 하였다. 슬프고, 불안하며, 포기라도 한 듯 무표정, 또는 화가 난 듯한...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의 처음 시작은 방안 선반위의 모습 그 중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종이학. 시계,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하는 아이가 그린 가족의 그림. 금이 간 주전자, 이빨 빠진 찻잔에 담긴 차.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단란한 가족사진. 

여행 가방에 짐을 싸는 남자의 표정은 착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디로 떠나는 것일까?

거리에는 뾰족한 가시로 금세라도 잡아먹을 듯한 용의 꼬리들이 거리 사이사이 괴기스런 어둠으로 점령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왜 남자는 가슴이 무너질 듯 슬퍼하는 부인과 사랑하는 아이를 둔 채 기차를 타야만 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상상력을 하나하나 이끌어 내기에 너무 많은 글과 표정이 담겨져 있는 책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으로 커진 눈, 읽는 내내 빠져들어 있었다. 

그림책이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에, 한 장을 보는 데도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책이 눈빛으로 전해 주는 이야기인지라 제대로 들었는지, 혹 흘려버린 이야기들은 없었는지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눈에 담았다. 

구름 표정. 그 색감. 여러 형태의 모양으로 시선을 내내 잡아 이끄는 책.

새로운 곳, 낯 설음. 그는 땅이 빙글 빙글 돌며 거리에 홀로 버림받은 두려움을 가슴에 강타 당한다. 허나, 친절한 사람들과 조우한다. 그리움이란 향수에 가슴이 메마르며 그렇게 지친 하루를 묻으며 이방인은 잠을 청했다.

특이하나 따스해 보이는 그 동물. 그 땅에서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친구의 모습이라면 혹 그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그 친구가 내내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지켜주는.... 

아프고 힘들었던 고통을 뒤로 한 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그 이질적인 곳에 유약해 보이나,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을 나중에 읽으며, 더욱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삶은 때로 우리에게 고통을 동반케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닌가한다. 

많은 친구들과 꼭 함께 하고픈 책이었다. 작가 숀  탠.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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