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읽으며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메모를 하며 읽는 저를 보고 책이 무척 궁금했던가봅니다. 잠시 내려놓고 나갔다 온 사이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 책 고 정욱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네요.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랑 안내견 탄실이도 쓰신 분이요.”
“응 그래. 두 권 다 참 감명을 많이 받았던 책이었지? 그런데 고 정욱 선생님에 대한 작가 소개 글만 읽어서 여태 몰랐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되었구나.”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또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 책을 거의 읽고 난 후 마침내 아이는 고 정욱 선생님과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 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염원이 통했던지 우리는 얼마 전에 고 정욱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뵐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덕분에 더욱 많은 생각을 안고 올 수 있었습니다.

책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조선시대의 문필가 김만중 어머니 윤씨의 부인의 노력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직접 책을 베껴 공부할 수 있도록 했던 부분이나 틈틈이 길쌈을 해서 가계에 보태면서도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소중한 무명 한 필을 거침없이 잘라 책을 샀다는 말에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이 책 저 책 끝까지 읽지 않고 여러 책을 보는 아이에게 무척 싫은 소리를 많이 했던지라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자신도 재미없는 책은 끝까지 읽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끝까지 다 읽어야 도움이 된다고 말했으니까요... 책은 이래서 늘 가까이 해야 하지 않을까 또 한 번 생각해봅니다. 늘 자신의 틀 안에 갇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것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책에 대해서는 남다를 만큼 아이에게 많이 만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한 가지에 대해서는 크게 잘못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쳐 두거나 메모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싸고 좋은 책일 경우 안에 정보가 중요하더라도 표가 안 나도록 조심조심 하면서 보라고 은연중에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아이가 보는 영어책도 메모나 글씨가 필요하고 그림책이나 좋은 책일 경우도 필요한 부분에 제 생각을 메모해 두는 것이 다음에 볼 때도 또 한 번 생각을 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에 무척 공감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지 꽤 여러 날이 지나 그 때의 메모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제는 책에 적고 싶은 내용이나 생각하는 점이 있었다면 마구마구 쓰라고 해야지.’ 이 책 옆의 여백은 메모하기에 너무 좋아 그런 다짐을 적어두었지만 생각의 변화가 행동으로 옮겨지기에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란 것만 또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많은 이야기와 경험담을 만나며 전부 안아야 될 말씀이었지만, 원시림의 성자, 슈바이처의 말씀은 계속 읽으며 새겨야 되겠습니다.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다.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꿈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때 이루어진다.
노벨은 물질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위험하니 그만두라는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민과 연구 끝에 마침내 해저나 호수 밑에 가라앉은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스며들게 해서 안전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할 수 있었습니다. 늘 한꺼번에 이 일 저 일을 하다가 결국 끝을 내지 못해서 많이 야단을 맞는 저희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는 선생님 말씀처럼 자신의 단점을 잘 생각해서 활용하며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욕심 같아서는 얼마 안 있어가 곧 되기를 기원하지만요.
인생을 한 해 두 해 살아가면서, 몸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정신도 자랍니다. 옷을 입는 데 있어 첫 단추를 잘 채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실수로 잘못 채워진 단추 이하로는 전부 잘못 채우게 되어버리는 비극이 생깁니다. 잘못 채워진 것을 빨리 알수록 그만큼 받는 수모와 자기 분노 또한 적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틀에 박힌 생활, 틀에 박힌 사고방식. 지금에라도 깨버리도록 이 한권의 책은 말해주었습니다. 내 아이에게는 어른이 되어서 변하지 않도록 열린 생각을 하게 이끌어주며, 어른이 되어 잘못 채웠던 단추에는 다시 한 번 손길이 가도록 이끌어주는 소중한 인생의 지침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