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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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mom]

자주 들리는 인터넷 서점의 새책 소개중에서 검은 표지의 "쥐를 잡자"는 참 인상적인 책이었다.  쥐는 유달리 싫어하는데...불과 몇 달전에 겨울 나기가 힘들 듯 해서 먹이를 줬던 도둑 고양이. 그 고양이는 임신중이었고 올 겨울 새끼까지 낳아 먹이 때문인지 우리 집 주변에서 새끼들을 기르고 있었다.  그 새끼 고양이들을 훈련시킬 요량이었던지... 베란다에 쌓아둔 물건사이에서 악취 때문에 발견했던 작은 생쥐 시체 두 마리. 내게 가장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쥐와 고양이에 대한 원망이 어우러진 경험이었다.  덕분에 "쥐"란 단어를 들으면 순간적으로 그 장면이 떠올라 소름이 돋곤 한다.  그러나 호기심은 영락없이 나를 잡아 이끌었다. 책 소개를 찬찬히 읽어 보니 최근에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의 성문제와 함께 자살등의 문제점.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할 수 있다란 문구에 나는 구매 버튼을 눌렀다. 최근 들어 심심찮게 반항중인 5학년인 아들아이. 모든 것을 "귀찮다"란 말로 일관하며 중2 오빠를 좋아한다는 5학년 여자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하며... 

흉측하기짝이 없는 쥐란 존재가 놀랍게도 주홍이의 사물함안에 있어 첫 부임한 선생님의 신경을 갉아 놓는다.  결벽증이 있는 주홍이 엄마가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만큼 공포스러운 쥐가 믿을 수 없게도 그 집 냉장고 안에도 있단다.  옛날 할머니댁인 시골집을 내려가서 밤만 되면 벌벌 떨게 했던 천장위의 쥐떼들. 나 역시  천장이 무너지지 않기만을 바랬던 어린시절의 그 때처럼, 아니 여전히 그러한 문제에 직면한다면 나 또한 문제에 마주서지 못해서 해결을 못한 채 덮어버리고 미루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지독한 악취만 아니었다면  결단코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남편의 부재로 내가 치워야했던 생쥐 두 마리 시체 처리는 정말 눈물이 날만큼 몸서리쳐지는 경험이었기에 가능하다면 삭제하고픈 기억.  주홍이를 비롯한 엄마, 담임 선생님의 해결할 수가 없어 덮어두고 모른 척 하고 있는 문제들이 머리 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주홍이네에서 일어난 일련의 비극적인 상황이 닥친다면 무엇하나 별 다르게 처리할 수 없는 나자신.  딸과의 대화 통로를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단절되게 만들었던 주홍이 엄마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며 가슴을 쎄게 맞았다.  난 중반 이상부터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 일방적인 요구, 때로는 지나친 간섭, 혹은 무관심하게 내 아이를 대했던 일련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부모들이 부모 교육부터 제대로 받아야 돼요.  슬프게도 부모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입니다."라고 아동문학 강연에서 열변을 토하던 강사님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히 메아리 치고 있었다.  이 책의 주홍이를 무엇이 자살로까지 내몰았는지,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인지 뉴스에 장식하는 아이들이 바로 주홍이였고, 내 아이였다.  아이가 내 요구대로 따지 오지 못한다고  아주 심한 말을 서슴없이 풀어내고, 그로 인해 상처 받고 있는줄 뻔히 알면서도  나몰라라 했다.  아이의 작은 소망들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아이를 위한다며 외면하고 있었다.  주홍이의 비극을 보며 최근에 아이에게 지독히 화만 내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주홍이 엄마는 20살에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고, 자신의 친엄마에게까지 외면당하며 자신의 성을 준 주홍이를 의지하며 살았다.  내게 읽혀진 그녀의 모습은 줄곧 자신을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주홍이 엄마는 온전히 주홍이를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낳아주고, 힘들게 키워준 엄마의 괴로움의 무게에 짓눌려 주홍이는 엄마에게 매달리지도 못하는 착한 아이이기만 했던 것이다.  주홍이의 존재가 엄마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존재란 것을 알렸다면, 주홍이의 죽을만큼 아픈 선택에 대한 고통을 함께 나눴더라면...  아이가 떠난 뒤 때 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소중한 내 아이를 지켜야지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어느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던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며 목이 메였다. 

이제는 제대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때이다.  잠깐의 호기심, 유혹에 빠져 아이들이 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숨김없이 이야기 해줘야 하지 않을까한다.  또한 성 교육도 이제는 정확히 해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간혹 그럼에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아이가 있다면 사회에서 그들을 내치지 말고, 따스하게 감싸 안아줘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자신의 아이를 유기물처럼 처리하지 않도록 혹은 귀한 생명을 부질없이 버리지 않도록. 부모로서의 자각, 어른으로의 자각을 다시 한번 깊게 새겨보며 오늘 그늘에서 울고 있을 내 주변의 아이의 마음부터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절절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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