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딱새 잠재우기
다이앤 레드필드 매시 글, 스티븐 켈로그 그림,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charliemom] 
아이가 어릴 때는 옆에 엄마가 있어주면 간혹 밤과 낮이 바뀔 때가 있다.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논다면서 늦게까지 자지 않고 엄마가 울상이 되게 만들어 버리는. 더 어릴적에는 일하고 와서 피곤한 아빠의 잠을 방해하며 계속 울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 때 엄마가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낮에는 낮에 해야 할일이 있고, 밤에는 왜 잠을 자야하는지 아이가 잘 알아들을까?  그림책의 묘미는 이 때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낮에는 마음껏 놀고 밤에는 자야 되는거야."
라고 책에 쓰여 있지 않더라도 아이는 딱새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여러번 읽으며, 아기 딱새로 인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소리들로 이루어진 따라말을 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면 아이들은 신나한다. 이제 말문을 뗀 아이, 아직은 젖병을 물고 다니고 기저귀를 뗄까말까한 아이도 그림책속에 등장인물 하나하나 가르키며 리듬있게 따라 말할 수 있어 좋아한다. 간혹 우리 아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몇 년을 내리 읽어주고 읽어줬던 "여우와 탬버린"이야기를 종종하게 된다.  탬버린 음을 말하는 책이라 리듬으로 흥얼흥얼 읽어줬던 책이었던지라 아기 때부터 정말 좋아했다.  월령기가 지나 그 책을 줬던 것이 지금 돌아보니 많이 아쉽다.  아이에게 글을 스스로 읽고 싶게 만든 책이었는데 말이다. 

이책의 그림체가 유난히 재미가 있다.  그림책을 읽으며 예전에는 몰랐던 많은 표정들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그렇게 재미가 날 수 없다.  여태껏 그림책을 그냥 읽었기에 이 책을 쓴 다이앤 레드필드 매시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린 이 책의 그림작가 스티븐 켈로그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오늘 그분들의 이력도 다시 한번 살펴보게끔 해주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울부짖거나 으르렁거리며 하루를 보내기에 무척 피곤하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편안히 잠자리에 든 동물들은 삐리삐리삐리리리 삐리삐리삐리 삐리삐리삐리리리라고 우는 소리에 잠을 깨고 만다.  화난 고릴라같은 표정의 표범아저씨는 조용히 하라며 버럭 소리까지 질렀다.  귀여운 딱새와 기린의 대화장면에서부터는 그 포근한 그림체가 아주 눈길을 쓰윽 사로잡는다. 기린의 눈동자가 너무 선량해보이면서. 그러나 몹시 귀여운 모습으로  당돌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하는 아기 딱새.       

"난 잠이 완전히 깼거든요."

이번에는 눈에서 불이 나오는 화난 킹콩같은 표정의 사자가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모두들 지치고 피곤했지만, 낮에 하루종일 잠을 잤다는 아기 딱새는 지금은 노래를 해야할 시간이라고 우기기만 하는 것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화를 내며 소리치는 모습아래 유유자적 아기 딱새는 즐겁게 노래부르며, 폴짝 폴짝 뛰기까지 하고 있다.  아침이 되었으나,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은 피곤하다.  이유를 모르는 사육사 아저씨의 얼굴이 동물들 하나 하나를 둘러보며 점점 새파랗게 질리고 있다.  불쌍한 아저씨. 아기 딱새는 그렇게 밤새워 놀고는 드디어 잠을 청했다.  이 때 사자가 꾀를 내었다.  덕분에 아기 딱새도 아주 혼쭐이 나고 마는데...

드디어 제대로 밤의 평화를 맛보게 된 동물원은 보는이까지 편안하게 환상을 꿈꾸게 한다.  보름달이 환하게 감싸고 있는 아기 딱새를 보며 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

"잘자라.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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