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우리 문화 그림책 5
김용택 지음, 전갑배 그림 / 사계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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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1 08:53

만약, 내 할머니 두 분 중 아무나 돌아가신다면, 내 마음이 어떠할까? 나에게 웃는 얼굴로 대해 주셨던 할머니의 얼굴을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크게 슬플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옛 아이들의 경우

“이 곶감 무라이.  할미가 옛날 얘기 한 개 해주꼬마. 옛날 옛적에......”

이렇게 곶감이나 군고구마를 주시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를 특히나 예뻐하시는 외할머니는 시골에 가있을 때 공부 때문에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을 때 말씀하신다.

“너는 만날 공부만 했나? 야가 공부 좀 안한다고 못 쓸 것도 아니구만 아를 그리 잡고 난리고.”

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엄마를 야단치신다. 그러면 엄마는 그게 아니라고 말씀하시지만, 할머니는 못 들은 척 하시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상철아, 이거 과자 무라.”

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화가 난 엄마의 바람막이도 되어주시고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시는 우리할머니가 돌아가시다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 할머니를 생각했더니 눈물이 많이 났다.


“내가 죽으면 간을 꺼내보랑께. 녹았는지 멀쩡한지 확인해 보려구.”

일제강점기의 한과 슬픔을 그대로 가져 마음이 녹아내릴 정도로 속이 상하신 할머니. 천천히 숨을 내쉰 할머니는 마지막 숨을 내쉬고 할머니의 소원대로 맑은 봄날에 세상을 떠나셨다.  고요함에서는 집안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제 할머니의 상례를 치르게 되었다. 우리나라 상례의 특징은 고인뿐만 아니라 산 사람들을 위해서도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상례를 치를 때 약간 잔치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까닭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잊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얼굴에 탈을 쓰고 맘껏 울어가며 슬픔의 춤을 춘다. 사람들이 모두 탈을 벗었을 때 탈 또한 슬픈지 눈물에 젖어있었다.


나에게 매우 친절하신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는 생각을 하자니 무섭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이런 소원을 수없이 빌고 있다.

‘할머니, 제발 장수하세요. 100살 넘게 사셔야 해요.’

만약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어땠을까?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진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람이 계속 살 수 있다면 상례 같은 것도 없어질 테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 영원히 살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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