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쟁이 열세 살 사계절 아동문고 59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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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난 후, 작가 선생님 말씀처럼 친구들이  빨리 자라려고 애를 쓰던 것이 조금은 줄어들기를 나 역시 빌어본다.  지금 어른이 된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보려고 눈을 감아본다.  정말 세상의 기쁨을 알아가며, 마음껏 누려질 수 있을까? 내 과거의 문이 회색빛 속에서  삐그덕 삐그덕거리며 조금씩 열렸다.

이미 겪었던 고달픔 때문일까?   단지 느껴지는 것은 아직은 소녀였던 내가 몹시  아프고 힘들었던  열세 살,  딱 그 나이에 느꼈던 삶의 고통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때 이 책을 읽고 상우누나인  생각을 받아들였다면 '나도 좀 덜 힘들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태어난 건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그렇다면 되도록 즐겁고, 되도록 멋지게... 아빠가 떠난 일도 이미 벌어진 일, 그러니 아빠는 아빠대로 행복하게 쿨하게 생각하라는....  상은의 말.  그래. '책이 치유제 역할도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면서...걱정쟁이 상우.  상우는 마음을 표현하고 사는 방법을 모른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속마음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상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학교에서는 밝은 표정의 아이,  집에서는 우울하고 거칠기까지 한 모습.   하지만, 걸핏하면 눈물이 많아 우는 어머니.  냉정하다 못해 몰인정한 누나.  내 눈에 비친 상우네 가족은 떠난이로 인해 각자 자신의 상처가 너무도 깊다.  해서  가족들과 온전한 애정을 나눌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닐런지... 

어느날 갑자기 말없이 사라진 아빠.   상우는 그런 아빠를 기다린다.  아빠가 돌아오면 지금 사는데 생기는 문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바람을 안고....    상우네 가족은 엄마의 직업때문에,  또한 더 이상 발생한 문제가 없기에 그래도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은데... 상우의 고민은 아빠와 함께 캠프에 참석해야 되는 일이다.   친한 친구 석재의 엄마가 돌아가신 사실도 학부모 회의에 참석 못 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그 이유를 대게 했던 일 중에 알게 된 일이었기에...  상우 자신을 다르고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싫어 아빠의 부재를   밝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라진 아빠를 나도 그렇게 아주 오래도록 기다렸던 듯 싶다.   살던 집에서 강제로 내쫓겨 엄마, 동생들과 함께 셋방을 전전하며 하루 먹을치 식량을 걱정하던 시절.  상우가 그래도 내 눈에는 나보다는 낫지 않니 싶지만....   삶의 고통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는 열세 살, 삶의 고통을 알기에는 너무 너무 어린 나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우의 그 상처 역시 얼마나 에이고 아팠을까? 

대화할 수 있어 그래도 마음을 좀 터 놓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컴퓨터 통신이 생겨 장단점이 무수히 많았지만,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때로는 자신의 휘청거림을 쏟아낼 수 있는 곳이기에 묘한 매력이 있다.   오폭별이 말하 듯 우리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것도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 많다라고 했는데, 공감한다.    4백년 전 폭발한 별빛을 지금 우리가 보듯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별 거 아닐 수 있는 진실. 십년. 이십년 변함없는 상황이라면 괴롭겠으나, 모든 것이 조금씩 변하니까.  아주 조금씩이라도.... 선생님.  상우가 모습이 밝아 힘든 가정사가 있는 줄 모르셨는데... 교육청 상까지 받았던 과학탐구 보고서.  산산히 깨져 버린 액자의 유리처럼 거짓말로 꾸민 과학 탐구 보고서는 상우의 깨져 버린 마음의 조각이었고,  상우의 간절한 바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마음 아파하셨다.  

감나무와 함께 희망을 조금씩 찾아가는 엄마,  엄마와 동생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보이는 상은. 자신의 입장을 조금은 한발짝 물러서 볼 수 있게 된 상우.  드디어 마음껏 소리내어 울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이 책의 결말은  감동적이었다.   이제 꿋꿋이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겠지.  '나 또한 버림받았던 과거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고, 이제는 가볍게 살아야지...' 라며 축축하고 뿌옇게 흐려진 시선을 들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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